정철진의 재테크 편지


재테크 공부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접하는 게 바로 ‘복리 효과’라는 녀석입니다. 웬만한 재테크 서적의 초입 부분엔 예외 없이 ‘복리’의 이야기가 펼쳐지죠.

간단합니다. 복리는 원금에 이자1, 이자2, 이자3, 이자4 등이 붙는 ‘단리’와 달리 (원금+이자1)에 이자2가 붙고, (원금+이자1+이자2)에 이자3이 붙고, (원금+이자1+이자2+이자3)에 이자4가 붙어 시간이 갈수록 수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구조를 갖습니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 돌입하면 ‘복리’만큼이나 우리를 실망시키는 것도 없습니다. 실생활에서 복리 상품이 매우 드물기 때문이죠. 물론 은행 및 보험 상품의 경우 일부분 복리 효과를 표방하고 있지만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반면 주식 및 주식형·채권형 펀드의 경우 원금 손실이 가능한 실적 배당형 상품이지만 종종 ‘유사 복리 효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번 호에는 시중 재테크 상품에 나타나는 복리 효과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Money]‘복리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 저축·보험·주식·펀드에 숨어 있는 복리 효과
먼저 은행 상품입니다. 최근 시중 은행들이 일명 ‘월 복리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는데요,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이 월 복리 저축상품에 대해서는 좀 더 파고들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분명 단리 상품에 비해 높은 이자율이지만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복리의 마력’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고민이죠.

우리가 연 4%의 이자율을 월 복리로 해서 매월 100만 원씩 3년간 불입한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경우 3년 후 받게 되는 월 복리적금의 이자는 230만8834원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현재 은행에서 판매되는 월 복리적금의 경우 그 기간이 1~3년 정도로 짧아 단리 상품과 비교해 이자 수익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앞선 사례의 경우 단리 상품과 복리 상품의 실제 수익률 차이는 0.2% 정도에 불과합니다.

물론 가랑비에 옷 젖고, 작은 수익 차이에도 벌벌 떨어야 하는 게 재테크의 기본입니다. 하지만 현행 월 복리 상품은 뭔가가 부족합니다. 여러분, 혹시 눈치챘습니까? 무엇이 복리의 ‘마력’을 미미한 ‘장점’ 정도로 축소시키는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기간’입니다. 복리가 힘을 발휘하려면 반드시 시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3년’이란 기간은 매우 부족하죠. 그래서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한 30년 정도로 유지되는 월 복리적금, 나아가 연 복리 정기예금이 국내 은행권에서 출시되길 기대해본답니다.
[Money]‘복리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 저축·보험·주식·펀드에 숨어 있는 복리 효과
[Money]‘복리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 저축·보험·주식·펀드에 숨어 있는 복리 효과
다음은 저축성 보험 상품의 복리 효과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시중 보험사 저축성 보험은 기본적으로 원금(불입액)에 이자를 주고, 다시 그 금액에 이자가 붙는 복리 상품으로 분류됩니다. 여기까지만 살펴본다면 그야말로 저축 보험은 대표적인 복리 상품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알아둬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저축 보험은 일정 기간 동안 보험사의 일명 ‘사업비’나 ‘위험보험료’ 등을 적립금에서 별도로 뗀다는 점이죠. 결국 저축성 보험의 경우 만기 때 손에 쥐는 금액은 납입 원금 전체에 복리 효과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당연히 복리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죠.

한편 주식 투자의 경우 복리 효과를 운운하는 게 어불성설입니다. 왜냐하면 언제든 마이너스 수익률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잘 알겠지만 복리는 한 번이라도 마이너스 수익률이 발생하는 순간 사라져 버립니다. 그런데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일정 부분 복리 효과가 적용되는 상황도 있기는 합니다. 가령 상한가(15% 상승)를 친 종목의 경우 100% 수익을 올리려면 얼핏 7 거래일 정도가 필요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5일이면 족합니다. 15% 수익이 원금에 지속적으로 더해지는 ‘유사 복리 효과’가 발생하기에 그렇습니다.

이런 유사 복리 효과는 펀드 투자에서는 자주 나타나는데요, 펀드의 경우 1년마다 결산을 통해 기준가와 좌수를 재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 해 수익이 재투자되는 형식을 취합니다. 조금 복잡하지만 1000원 이상으로 오른 기준가를 1000원으로 조정하면서 수익이 발생했다면 그 몫만큼을 좌수로 늘려주는 형식이죠. 이렇게 되면 마치 복리처럼 원금에 수익1이 붙고, 이어 다음 해에는 (원금+수익1)에 수익2가 붙는 효과가 나타나죠.

그러나 주식형 펀드 역시 ‘복리’라는 단어를 적용하기가 억지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언제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채권형 펀드는 장기 투자를 할 경우 유사 복리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습니다. 채권형 펀드는 연 수익률 규모는 크지 않지만 마이너스가 될 확률은 매우 낮아 복리 효과 조건이 성립합니다.

이처럼 우리네 실생활에서 다양한 재테크 상품에 존재하는 복리를 이해하면 해당 상품을 활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동경하는 복리 효과를 손쉽게(?) 제공하는 상품은 없어 아쉬움이 큽니다. 그런데요, 재테크에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사람들은 복리에 대해 예외 없이 “복리 효과는 누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거야”라는 말을 합니다. 한 번쯤 생각해볼 조언인 것 같습니다.
[Money]‘복리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 저축·보험·주식·펀드에 숨어 있는 복리 효과
정철진 경제 칼럼니스트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기자로 9년 동안 일했다. 2006년 펴낸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로 베스트셀러 저자 반열에 올랐다.
‘1,013통의 편지-그리고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작전’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