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사랑의 과정 ‘창피해’
![[영화]'창피해'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AD.25680548.1.jpg)
백화점 VIP 고객 담당으로 하루하루 무료하게 지내던 윤지우는 마네킹으로 모의 자살을 시도한다. 백화점 옥상에서 떨어뜨린 마네킹이 때마침 경찰을 피해 도망치던 소매치기 강지우(김꽃비)의 차 위로 떨어진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지만, 사랑에 많은 것을 거는 윤지우와 사랑을 경계하고 믿지 않는 강지우의 만남은 덜컹거리기 시작한다.
똑같은 이름을 가진, “우리의 들숨과 날숨이 똑같은” 두 여성이 사랑에 빠진다. ‘창피해’라는 제목에서 엽기적인 유머라든가 혹은 동성애라는 소재에서 비롯된 선입견부터 떠올리면 곤란하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이 세 음절의 단순한 단어만으로도 사랑의 복잡미묘한 순간들을 포착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랑을 처음 시작하면서 수줍고 부끄러워하는 마음(“감각이 생기면서 수줍고 창피해지는 거”), 내가 더 사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부끄러워지고 상대방이 미워지는 순간, 극 중에서처럼 “널 사랑했던 것도 나고 지금 널 증오하는 것도 나야”라며 수치심에 뒤범벅돼 사랑의 기억을 부정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사랑의 과정이 ‘창피하다’라는 감정으로 축약된다는 것에 감탄하고 놀랄 수밖에 없다.
기실 사랑은 ‘사랑에 빠진 나’를 사랑하는 나르시시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랑은 치열한 현실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타적이고 자발적 헌신을 끌어낼 수 있는 감정이다. ‘창피해’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마음 한구석을 그렇게 섬세하게 건드린다.
김수현 감독은 철거촌을 배경으로 마술적 리얼리즘 드라마를 끌어낸 2004년 데뷔작 ‘귀여워’로 평단의 대단한 상찬을 받았다. 7년 만의 두 번째 작품 ‘창피해’는 오랜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음을 입증해 보인다. 무엇보다 ‘창피해’는 두 여배우의 놀라운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경험이다.
데뷔 이래 ‘예쁜 모델 출신 연기자’ 정도로만 여겨지던 김효진은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무게 중심으로 단단하게 자리 잡는다. 한국 영화계가 그동안 이 배우를 무척이나 낭비해왔고 평가 절하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똥파리’의 여주인공으로 주목을 모았던 김꽃비 역시 도발적이고 자기파괴적인 강지우 역을 틀에 박히지 않은 모습으로 과장하지 않은 채 소화하며 자신의 가치를 확인시킨다.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제이미 벨, 앤디 서키스, 다니엘 크레이그
![[영화]'창피해'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AD.25680549.1.jpg)

르 아브르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 출연 앙드레 윌름스, 카티 오우티넨, 장 피에르 레오, 브론딘 미구엘
![[영화]'창피해'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AD.25680551.1.jpg)
![[영화]'창피해'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AD.25680552.1.jpg)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감독 브래드 버드 출연 톰 크루즈, 제레미 레너, 사이먼 페그
![[영화]'창피해'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AD.25680553.1.jpg)
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