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사랑의 과정 ‘창피해’
[영화]'창피해' 外
미대 교수 정지우(김상현)는 제자 희진(서현진)의 그림 속 여자 윤지우(김효진)에게 매력을 느끼고, 새로 기획 중인 전시의 누드모델로 윤지우를 발탁한다. 정지우와 윤지우, 희진은 전시용 비디오 작업을 위해 바다로 떠나고, 그곳에서 윤지우의 옛사랑 이야기를 듣는다.

백화점 VIP 고객 담당으로 하루하루 무료하게 지내던 윤지우는 마네킹으로 모의 자살을 시도한다. 백화점 옥상에서 떨어뜨린 마네킹이 때마침 경찰을 피해 도망치던 소매치기 강지우(김꽃비)의 차 위로 떨어진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지만, 사랑에 많은 것을 거는 윤지우와 사랑을 경계하고 믿지 않는 강지우의 만남은 덜컹거리기 시작한다.

똑같은 이름을 가진, “우리의 들숨과 날숨이 똑같은” 두 여성이 사랑에 빠진다. ‘창피해’라는 제목에서 엽기적인 유머라든가 혹은 동성애라는 소재에서 비롯된 선입견부터 떠올리면 곤란하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이 세 음절의 단순한 단어만으로도 사랑의 복잡미묘한 순간들을 포착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랑을 처음 시작하면서 수줍고 부끄러워하는 마음(“감각이 생기면서 수줍고 창피해지는 거”), 내가 더 사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부끄러워지고 상대방이 미워지는 순간, 극 중에서처럼 “널 사랑했던 것도 나고 지금 널 증오하는 것도 나야”라며 수치심에 뒤범벅돼 사랑의 기억을 부정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사랑의 과정이 ‘창피하다’라는 감정으로 축약된다는 것에 감탄하고 놀랄 수밖에 없다.

기실 사랑은 ‘사랑에 빠진 나’를 사랑하는 나르시시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랑은 치열한 현실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타적이고 자발적 헌신을 끌어낼 수 있는 감정이다. ‘창피해’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마음 한구석을 그렇게 섬세하게 건드린다.

김수현 감독은 철거촌을 배경으로 마술적 리얼리즘 드라마를 끌어낸 2004년 데뷔작 ‘귀여워’로 평단의 대단한 상찬을 받았다. 7년 만의 두 번째 작품 ‘창피해’는 오랜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음을 입증해 보인다. 무엇보다 ‘창피해’는 두 여배우의 놀라운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경험이다.

데뷔 이래 ‘예쁜 모델 출신 연기자’ 정도로만 여겨지던 김효진은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무게 중심으로 단단하게 자리 잡는다. 한국 영화계가 그동안 이 배우를 무척이나 낭비해왔고 평가 절하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똥파리’의 여주인공으로 주목을 모았던 김꽃비 역시 도발적이고 자기파괴적인 강지우 역을 틀에 박히지 않은 모습으로 과장하지 않은 채 소화하며 자신의 가치를 확인시킨다.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제이미 벨, 앤디 서키스, 다니엘 크레이그
[영화]'창피해' 外
Tintin (played by Jamie Bell), Haddock (played by Andy Serkis) and Snowy await rescue.
Tintin (played by Jamie Bell), Haddock (played by Andy Serkis) and Snowy await rescue.
특종기자 틴틴(제이미 벨)은 우연히 유니콘이 박힌 모형 배를 손에 넣고 위험에 처한다. 누군가 침입해 모형 배를 훔쳐가고, 틴틴은 사라진 배에서 떨어진 비밀 지도를 발견한다. 거기엔 ‘삼형제가 모이면 정오의 태양을 향해 함께 항해하는 세 개의 유니콘호에서 광채가 나리라’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르 아브르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 출연 앙드레 윌름스, 카티 오우티넨, 장 피에르 레오, 브론딘 미구엘
[영화]'창피해' 外
[영화]'창피해' 外
프랑스 서북부의 항구도시 르 아브르. 젊은 시절 자유로운 보헤미안이었던 마르셀 막스(앙드레 윌름스)는 이곳에 정착해 사랑하는 아내 아를레티(카티 오우티넨)와 친절한 이웃들에 둘러싸여 행복한 삶을 꾸려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프리카에서 온 불법 난민 소년 이드리사(브론딘 미구엘)를 숨겨주게 되고, 설상가상 아내가 쓰러진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감독 브래드 버드 출연 톰 크루즈, 제레미 레너, 사이먼 페그
[영화]'창피해' 外
IMF(Impossible Mission Force) 특수요원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모스크바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당시 크렘린궁 폭발 테러 사건이 일어난다. 러시아 정부는 이 사건을 ‘선전포고 없는 전쟁 행위’로 규정하고, 미국 정부는 국가 분쟁을 피하기 위해 IMF의 모든 활동을 중지시키는 ‘고스트 프로토콜’을 작동시킨다.



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