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RA’ 특채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 근무하는 박일규 씨는 RA(리서치 어시스턴트) 2년 차다.
그는 대학 3학년 때부터 애널리스트를 꿈꾸었고 학회 활동, 해외 공모전 수상 등 관련 경험도 쌓았다. 하지만 증권사 공채의 높은 벽을 뚫기가 쉽진 않았다. 몇 차례 원서를 넣었지만 결과는 매번 탈락.
그는 방향을 수정했다. 그리고 증권사 리서치센터 RA 특채를 통해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김기태 씨도 특채를 통해 꿈을 이룬 케이스다.
비교적 늦게 애널리스트에 관심을 가지게 돼 증권사 인턴사원으로 리서치센터에서
잠시 일한 게 전부였다. 그런데 인턴십 종료 6개월 후, 함께 일했던 선배로부터 “같이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감격스러운 제안을 받았다.
‘외교부 계약직·특채’에 이은 틈새 취업 2탄. 이번엔 ‘RA 특채로 증권사 입사하기’ 편이다. RA(리서치 어시스턴트)란?
고소득 전문직으로 많은 이들에게 선망의 직업인 ‘애널리스트’. 애널리스트가 되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증권사 신입사원으로 리서치센터에 배정돼 RA로 출발하는 방법과, 반도체·자동차·전기전자 등의 기업에서 일한 후 경력직으로 리서치센터에 들어가는 길이다. 비율은 70 대 30 정도다.
RA는 신입사원이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꼭 밟아야 하는 과정이다. 말 그대로 애널리스트의 보조 업무를 하며 도제식 교육을 받는다. 통상 RA 3년을 거치면 주니어 애널리스트가 되고, 자신의 이름을 새긴 리포트를 작성할 수 있다. RA가 되는 경로
공채 공채는 누구다 다 아는 경로이다. 애널리스트는 증권사 내에서도 특수한 위치이기 때문에 공채 시에도 리서치 직군을 따로 뽑는 경우가 많다. 또는 직군 관계없이 신입사원을 선발한 후 리서치센터로 배정하기도 한다. 대형 증권사가 주로 공채를 통해 RA를 모집한다.
특채 일반적으로 특채는 공채로 다 메우지 못한 인력을 보충할 때, 혹은 신규 사업 진출로 갑작스레 직원이 필요할 때 실시한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는 비교적 자주 특채가 이뤄지고 있다.
이유는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의 특성에 있다. 애널리스트는 리서치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기 때문에 같은 증권사에서도 타 부서에서 옮겨올 경우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자체적으로 원하는 인력을 뽑아 도제식으로 훈련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애널리스트는 연봉 계약직으로 이직이 잦은 직업이다. 증권사마다 애널리스트 각자가 담당하는 산업이 있는데 만약 누군가가 이직을 하면 그 자리를 바로 메워야 한다.
RA도 2~3년 경력이 쌓이면,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결원이 자주 생긴다. 주로 중소형 증권사가 특채를 많이 하고, 대형 증권사도 결원이 생기면 특채를 한다. IBK투자증권의 임진균 센터장은 “필요할 때마다 RA를 뽑는 특채가 증권사 전반에 걸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준비할까?
대학 시절 준비할 수 있는 것들, 먼저는 관련 과목 수강이다. 재무, 회계 등의 과목을 이수했는지 여부를 채용 시 중요하게 평가한다. 또한 자격증이 필수는 아니지만 갖춰놓으면 도움이 된다. IBK투자증권의 임진균 센터장이 추천한 자격증은 ‘금융투자분석사’.
투자 동아리 활동이나 관련 학회, 금융투자협회의 ‘애널리스트 양성과정’ 등도 도움이 된다.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리더십을 발휘할 만한 활동을 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증권 시장에 대한 이해와 경험도 필요하다. 또한 체력을 길러야 한다. 애널리스트는 업무 강도가 센 직업으로 면접에서 체력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LIG투자증권 안수웅 센터장은 “수시 채용에 대비해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으면 좋다. 리포트 형식, 신문 기사나 자서전 형식 등 독창성 있는 자기소개서를 회사 인사팀이나 센터장 등에게 보내는 것도 자신의 적극성을 보이기에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채용 절차와 평가 요소
RA 특채는 공개 채용 또는 지인 추천을 통해 이뤄진다. 채용 공고는 증권사가 결원이 생길 때 증권사 홈페이지, 학교 취업 관련 부서 등에 올린다. 언제 어디에서 공고가 올라올지 모르기 때문에 증권사 홈페이지와 관련 커뮤니티를 자주 들여다보는 것이 좋다.
특이한 점은 지인 추천을 통해서도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여러 활동을 통해 애널리스트 선배들과 네트워크를 쌓는 게 중요하다. 전문성과 실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알음알음 모집을 할 때도 절차는 필요하다. 특채는 크게 서류 전형 - 1차 면접 - 2차 면접을 거치는데 중요한 것은 1차 면접이다. 리서치센터장과 애널리스트로 구성된 3~6인이 함께 일할 사람을 직접 평가하는 자리가 1차 면접이다. 공채 면접과 비교할 때, 이때는 좀 더 애널리스트에 특화된 질문이 주를 이룬다. 애널리스트 준비 과정, 열정, 성실성 등 주로 기본 소양을 확인한다. 유진투자증권 조병문 센터장은 “직무 전문성, 성실성 등 기본 태도를 40 대 60의 비율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한 애널리스트는 설득을 많이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대화 능력을 유심히 보는 편이다. 수줍어하는 성격보다는 외향적이고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이 밖에 해외 세일즈를 하는 증권사에서는 영어 면접도 치른다. RA에 관해 궁금한 점 몇 가지, 전공·학교 따지나?
“애널리스트가 되려면 학벌이 좋아야 한다. 경상계열을 전공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신입사원 RA로 시작하는 경우, 상위권 대학의 경제·경영학과 출신이 유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산업을 다루는 만큼 현장에서는 여러 전공 출신 애널리스트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출신 학교도 다양하다. 노력을 더하면 스펙의 벽을 허물 수 있다. 그래도 스펙에 자신이 없다면, 산업 현장에서 3~4년 경력을 쌓은 후 그 산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로 이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력직은 스펙이 아닌 ‘실력’으로 승부한다.
경쟁률은?
특채의 경우 평균 15 대 1 수준이다.
신분 보장은?
계약직이냐 정규직이냐는 증권사마다 다르다. 계약직이 더 일반적인 형태다. 애널리스트 세계에선 정규직의 개념이 희박하다. 정규직으로 입사해도 연봉 계약직으로 바꿔서 계속 몸값을 올린다. 마찬가지로 RA도 계약직으로 입사해서 2~3년 정도 경력을 쌓은 후 계약직인 주니어 애널리스트로 승격하거나 타 증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차이점은?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구분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디서든 하는 일이 비슷하고, 만나는 고객층도 같다. 그래서 이직도 잦다. 우선 리서치 네트워크에 진입하는 게 중요하다. 연봉 수준은?
애널리스트의 억대 연봉을 RA 시절부터 기대하면 곤란하다. RA는 증권사 신입사원과 동일한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평균 3500만~4000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인센티브가 더해진다.
근무 시간은?
오전 7시 전에 출근해 밤 11시 이후에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다. 주말 출근은 물론 수시로 밤샘 작업도 각오해야 한다. 애널리스트가 되는 일도 어렵지만, 억대 연봉을 받는 애널리스트로 성공하기까지는 고된 수련 기간과 철저한 자기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 RA가 된 후의 생활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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