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estone_숫자로 보는 스포츠 영웅 이야기


<사진->이제 다시 못볼 허재 경기
    2일 오후 2시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농구 천재' 허재의 은퇴 경기에서  허재 선수가 슛을 날리고 있다. /성연재/체육/
                     2004.5.2 (원주=연합뉴스) 
    fake@yna.co.kr (끝) 

<저작권자 ⓒ 2004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2004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
<사진->이제 다시 못볼 허재 경기 2일 오후 2시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농구 천재' 허재의 은퇴 경기에서 허재 선수가 슛을 날리고 있다. /성연재/체육/ 2004.5.2 (원주=연합뉴스) fake@yna.co.kr (끝) <저작권자 ⓒ 2004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2004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
20대인 독자 여러분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 있겠지만 혹시나 해서 물어본다. ‘허동택’이라는 말을 아는 사람? 고개를 갸우뚱할 그대를 위해 바로 정답을 공개하자면 ‘허재’ ‘강동희’ ‘김유택’ 3명의 이름에서 순서대로 한 글자씩 따온 조어다.

90년대 ‘기아 왕조’를 건설한 농구계의 황금 트리오를 일컫는 말이다. 아무리 농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셋 중 한 명의 이름은 들어봤으리라.

중앙대 선후배 사이인 ‘허동택’ 3인이 이끄는 기아자동차는 전무후무한 무적의 팀이었다. 프로농구 출범 전까지 기아자동차 농구단의 우승 횟수는 18회. 여기에는 아시아 클럽 선수권(ABA)도 포함된다.

아무리 어시스트를 잘해도, 리바운드가 많아도 결국 승부는 득점으로 결정된다. ‘허동택’ 3인방 중 득점은 허재의 몫. 대다수의 승부는 그의 손에 달려 있었다. 이것은 비단 그가 속했던 팀들뿐 아니라 그가 대학 시절부터 활약했던 한국 국가대표 농구팀도 마찬가지였다
.



75대학을 평정하다

‘농구 대통령’ 허재
용산고 시절부터 초 고교급 대어로 각광받던 허재는 중앙대에 진학한다. 세간의 관심은 ‘과연 허재가 대학 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라는 점에 있었다.

진학 후 허재는 단 몇 경기 만에 대학 최고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대학 시절 허재의 최고 순간은 그가 4학년이던 1987년 10월 5일 가을철 대학농구연맹전 예선 3번째 경기 단국대와의 일전에서 펼쳐졌다.

이날 허재가 올린 득점은 무려 75점. 더욱 놀라운 것은 전반전(당시에는 4쿼터제가 아닌 전·후반 20분으로 나뉘어 치러졌다)에 올린 중앙대의 54점을 모두 혼자 넣은 것이다. 경기는 당연히 중앙대의 승리였고 75점은 한 게임 최다 득점 기록이 됐다. (이 기록은 정확히 열흘 후 전국체전 농구 경기에서 최철권이 한 경기 97점을 올리면서 깨졌다.)



6220년 넘도록 깨지지 않은 기록

‘농구 대통령’ 허재
허재가 최초로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단 것은 청소년 대표로 발탁된 고등학교 2학년 때다. 이후 17년간 한국 대표팀의 백코트를 책임지며 ‘국제대회에서도 통하는 스타’로 인식됐다.

언제나 세계 농구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던 한국 팀에서 허재는 혼자 펄펄 나는 존재였다. 그 정점은 1990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세계 남자 농구선수권대회 이집트와의 경기였다.

이날 허재는 무려 62점을 올리며 이 대회에서 한국이 올린 유일한 승리를 따냈다. 이 기록은 21년이 지난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혹시 허재의 국제대회 활약상을 보고 싶다면 포털 사이트에서 ‘허재 88올림픽’으로 검색해 보길 바란다. 마이클 조던의 아시아인 버전을 볼 수 있다.)



17허재가 기억하는 최고의 5분

그가 꼽은 자신의 최고 경기는 94~95년 농구대잔치 삼성전자와의 결승 4차전이다.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이날 그는 총 41득점을 올렸다. 이 경기는 삼성전자의 초반 맹공으로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람보 슈터’ 문경은과 ‘비밀 병기’ 허영의 3점 슛이 연달아 적중하며 기세를 잡았다.

경기 종료 5분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점수는 54-47로 삼성전자의 리드. 허재의 진가는 여기서부터 발휘됐다. 경기 종료까지 5분여의 시간 동안 허재는 3점 슛 3개와 가로채기에 이은 골밑 레이업 슛으로 연속 17점을 올렸다. 신들린 듯한 플레이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듯 허재는 올림픽공원 제1체육관 코트를 휘젓고 다녔고 그의 활약에 힘입어 기아자동차는 83-75로 승리, 통산 6번째 패권을 거머쥐었다.
 제26회 FIBA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가 중국 우한에서 열렸다. 한국-인도와의 A조 조별 마지막 경기. 작전지시하는 허재감독<우한(중국) | 사진공동취재단>2011.9.17
제26회 FIBA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가 중국 우한에서 열렸다. 한국-인도와의 A조 조별 마지막 경기. 작전지시하는 허재감독<우한(중국) | 사진공동취재단>2011.9.17
1965년 강원 춘천 출생
1988년 중앙대 졸업
1988~1998년 기아자동차 농구단-부산 기아 엔터프라이즈
1998~1999년 나래 블루버드
1999~2002년 원주 삼보 엑서스
2002~2004년 원주 TG 엑서스
2005년~현재 전주 KCC 이지스 감독
2009년~ 현재 남자 국가대표팀 감독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