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커피 한 잔


2010년 10월, 24세 김정우, 19세 김슬옹 두 남자가 만났다. 밴드의 이름은 ‘톡식’이라 지었다. 톡식(toxic·유독한)의 사전적 의미처럼 중독성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다. 일 년이 채 안 돼 톡식은 제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KBS 서바이벌 프로그램 ‘톱 밴드’에서 예선부터 결승까지 무패 행진. 매 회 심사위원의 호평이 쏟아졌고, 실시간 검색어와 기사를 통해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됐다. 작곡가 유영석 씨는 “본능을 자극하는 음악”이라는 심사평을 하며 톡식의 정체성을 확인해주었다. 음악이면 음악, 비주얼이면 비주얼,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이 두 남자의 음악 예찬을 들어보자.

밴드 톡식 본능 자극하는 ‘신성(新星)’이 탄생하다
톡식을 본 사람들은 우선 놀란다. “밴드가 두 명이야?” 음악을 들으면 의구심이 든다. “그런데 어떻게 꽉 찬 소리가 들리지?” 이 모든 게 장비를 활용, 손발을 바삐 움직이며 연주하는 소리라는 것을 알면 그때부턴 감탄을 한다. 이들의 음악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2인조였어요. 미국의 화이트 스트라입스라는 2인조 밴드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6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슬옹이에게 연락을 해 같이 해보자고 했죠.”(김정우)

김정우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그의 아버지는 서울대 밴드 ‘샌드페블즈’ 1기 멤버였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기타를 잡았고 김슬옹은 초등학교 시절 교회에서 드럼을 접한 이후 드러머를 꿈꾸었다. 일찍이 진로를 정한 건 같지만 선택한 방향은 다르다. 한 명은 실용음악을 전공했고 또 다른 한 명은 학교를 포기했다.

“중학교 때 자퇴를 했어요. 더 많이 드럼을 치고 싶었거든요. 음악 학원에 다니면서 혼자 검정고시를 봤죠. 음악 활동을 하기 위한 바탕을 만들려고 대학에 가는 건데 이미 음악을 하고 있잖아요. 지금은 팀에서도 공부할 게 많기 때문에 굳이 진학할 필요를 못 느껴요.”(김슬옹)

가족은 처음엔 반대를 했지만 나중에는 믿고 지지해주었다. 김정우 씨 경우 “음악을 하겠다”고 선언하자 그의 아버지는 “내가 못 이룬 꿈을 네가 이루어라” 하며 환영 했다고 한다.

톡식은 밴드의 장르를 ‘디스코 개러지’로 규정지었다. 디스코와 록의 결합으로 박자는 디스코, 기타 리프(곡의 테마)는 록의 요소로 만드는 식이다. 작곡, 편곡은 둘의 공동 작업이다. 문제는 두 명이 서너 명 이상의 역할을 하며 소화해야 한다는 것. 2인조가 2인조로 보이지 않기 위한 톡식의 고민이 시작된다. 드럼을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치면서 키보드를 연주한다. 그것도 이펙터, 카오스패드 등 장비를 눌러가면서 양손 양발을 모두 사용한다.

“포지션을 나눌 때도 기타, 드럼만 고정이고 나머지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식이에요. 제가 노래를 부르다가 물을 마실 때 슬옹이가 멘트를 하거나 제가 키보드 칠 손이 없으면 슬옹이가 치죠.”(김정우)

둘이서 무대에 서는 게 왜소해 보일까봐 진한 아이라인도 그렸다. 액세서리도 착용했다. 곡 중간 중간 추임새도 넣는다. 무대에서 보이는 퍼포먼스, 심지어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까지 미리 짠 시나리오다. 이 모든 게 연주하면서 다 기억이 날까.

“무대에서 머릿속이 백지 상태여도 손이 이미 움직이고 있어요. 일 년 가까이 추석, 설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8시간 이상 연습을 했죠.”

‘톱 밴드’ 16강전에서 ‘나 어떻게’를 편곡했을 때 심사위원 김종서는 “슬옹 군 나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연주의 센스나 완성도가 어떻게 형성이 됐을까. 신성의 탄생이라 부르고 싶다”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는데 정작 자신은 억울한 면이 있다고 한다.

“정말 감사하죠. 하지만 타고나서 하는 건 0%인 것 같고 믿을 건 연습 양뿐이에요. 신성으로 보이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매번 연습이나 리허설 때보다 공연에서 최고의 실력을 보여준다고 하니 타고난 무대 체질은 맞는 것 같다.

톡식이 추구하는 방향은 ‘공감하는 음악’이다. ‘톱 밴드’ 출연 전에도 홍대 클럽에서 공연을 하던 인디밴드이지만, 특정 장르뿐 아니라 늘 ‘트렌드’를 좇아왔다.

“밴드라면 어려운 음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누구나 공감하는 소재를 쓰고 싶어요. 가사도 철학적이지 않고 후렴만 들어도 알아들을 수 있는 게 좋고요. 주제는 주로 사랑 이야기예요. 아직은 자연, 평화 이런 것보다는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싶어요. 꿈, 절망 등 어떤 주제든 사랑으로 빗대서 쓰려고 해요.”(김정우)

현재까지 만든 자작곡은 8곡인데 상당수는 개인의 경험이 반영됐다고.

“여자친구에게 차인 경험, 외로웠던 때… 어렸지만 슬픈 경험들이 분명히 있었고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느끼는 것에 대해 깊게 관찰하려고 하고 감정들을 기억해보곤 했죠.” 특히 여자친구 얘기가 나오는 대목에서 김슬옹의 눈이 커졌다. 실연의 아픔이 컸는데 이제 다시 이성 교제를 시작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TV에는 갓 얼굴을 내민 신인이지만, 이미 인디 무대에서 주목받던 밴드. ‘톱 밴드’에 출연할 때도 주 무대인 홍대 클럽 공연은 빠트리지 않았다. 그동안 돈은 얼마나 벌었을까.

“배울 때 돈 드는 건 당연하지만 활동할 때도 돈이 들었어요. 연습실 비용, 악기값, 밥값 등 다 돈이죠. 하하. 인디밴드니까 생업이 밴드인데, 부업으로 벌었죠. 연습 시간을 쪼개 레슨을 했어요.”(김정우)

“저는 작년까진 미성년의 신분이라서 부모님의 지원을 받았어요. 언제까지 용돈을 받아야 하나 한편으로 떳떳하지 못한 마음이 있었는데 톱 밴드 출연 이후 부모님이 많이 대견해하세요. 요즘 반찬이 달라졌어요.”(김슬옹)

음악을 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상황이 불편할지언정 음악을 하는 건 언제나 행복했다고.

“돈 없어도 좋았어요. 지금은 많은 사람이 저희의 음악을 알아줘서 정말 기뻐요. 앞으로 앨범도 내고, 발자취를 남기는 행보를 하고 싶어요.”

톡식은 앞으로도 무대를 통해 활동을 할 예정이다. 공연, 대학 축제, TV 무대 등 음악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든 기쁘게 할 거라고. TV 예능 출연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한다.

“아직은 더 배워야 할 단계이지 예능을 할 레벨은 아닌 것 같아요.(웃음)”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던지는 한마디를 들어보자.
밴드 톡식 본능 자극하는 ‘신성(新星)’이 탄생하다
“무엇이든 선택을 한 후에는 후회가 따른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자신이 즐거울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후회가 덜하지 않을까요?”(김정우)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그렇게 보람을 느끼는 경험은 톡식이 처음이에요. 어떤 분야든 꿈이 있고 계획이 있으면 그것을 통해 보람과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여대생 여러분, 사랑합니다.(전원 웃음)”(김슬옹)



톡식
김정우(오른쪽) 보컬, 기타, 키보드 담당
김슬옹(왼쪽) 보컬, 드럼 담당
2010년 10월 31일 밴드 톡식 결성

2011년 10월
KBS ‘밴드 서바이벌 톱 밴드’
최종 우승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