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케치_부산국제영화제(BIFF) 자원봉사자를 만나다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개막식이 열린 지난 10월 6일, 유명 스타들을 취재하려는 플래시 세례 속에 보이지 않지만 유독 빛나는 사람들이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향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7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다. 9일간의 긴 항해 동안 영화제 곳곳을 누비며 축제를 이끌어간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을 만났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이틀 전인 10월 4일, 부산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에 군청색 티셔츠와 주황색 모자를 맞춰 입은 700여 명의 젊은이가 모여들었다. 7.37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까다로운 서류 심사와 면접 심사를 거쳐 선발된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은 발대식에서 힘찬 구호와 선서로 “최선을 다해 행사를 이끌어가겠다”고 약속했다. 개막식 당일, 행사 시작 3시간 전부터 자원봉사자들은 각자가 속한 분야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진행 상황을 점검하느라 분주했다. 길게 늘어선 관람객들을 안내하던 총무팀의 이지민(23·인제대) 씨는 “관객 분들이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행사가 끝날 때까지 돕는 것이 내 역할”이라며 미소 지었다. 개막식에 참석한 배우와 감독들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 또한 영화제 일꾼인 자원봉사자들의 몫. 그들은 레드카펫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게스트들이 불편 없이 입장할 수 있도록 도왔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초청팀의 박미진(27) 씨가 기자와 게스트들을 맞이하며 신분 확인을 하고 있었다. 박 씨는 “부산의 영화 전용관 ‘영화의 전당’이 올해 영화제를 통해 처음 선보이는 중요한 자리인 만큼 아무 사고 없이 행사를 마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자원봉사자들은 물건 하나를 옮기는 일부터 관객을 상대하는 일까지 모든 분야의 영화제 업무에 참여한다. 그만큼 자부심도 강하다. 상황실 및 콜센터 운영을 맡은 이지효(24·부산대) 씨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이 만들어내는 축제”라며 “대학 생활을 마무리하기 전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9일간의 축제가 막을 내린 후에도 자원봉사자들의 노력과 열정은 빛났다. 현장에 남아 밤새 행사장 주변을 정리했던 것. 서울에서 영화제를 보러 부산에 왔다는 장경환(22) 씨는 “대학생들이 영화제를 위해 곳곳에서 힘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기회가 된다면 나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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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부산국제영화제는 16회를 맞이한 아시아 최대 영화축제다. 올해는 10월 6일부터 9일간 총 70개국에서 초청한 작품 307편과 월드 프리미어 영화 131편이 상영됐다. 뤽 베송 감독, 욘 판 감독, 배우 이자벨 위페르 등 세계적인 스타를 비롯해 19만6000여 명의 국내외 관객이 영화제를 찾아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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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인터뷰프로그램팀 자원봉사자 최수혜 (22·한국외대) 씨
“국내외 거장들 만날 수 있어 행복했어요”
총 744명의 자원봉사자를 뽑는 데 지원한 이는 5485명. 지원자 중 20대 비율이 81%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만큼 20대가 선호하는 활동인 셈이다. 7.37 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프로그램팀 자원봉사자로 선발된 최수혜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Q. BIFF 자원봉사에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프로그램팀에서 국제영화제 메인 카탈로그를 제작하는 일을 했어요. 영화제에 초청된 국내외 게스트를 의전하는 일도 맡았죠. 쉽게 만날 수 없는 영화 거장들을 가장 가까이서 모실 수 있는 자리예요. 그리고 세미나 또는 관객과의 대화가 열릴 때마다 행사 내용을 녹취해서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는 일도 했습니다.
Q. 자원봉사를 지원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휴학하면서 다짐했던 일 중 하나가 고향인 부산에서 영화제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것이었어요. 대학 친구들에게 항상 부산 자랑을 했는데, 지역 대표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에 참가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면 민망하잖아요. 또 국제영화제에서 자원봉사를 하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지원했습니다. 제가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있는데 자원봉사를 하면 유럽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거든요.
Q.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비결은 무엇인가요?
“한 시간 일찍 오고 한 시간 늦게 가겠습니다.” 제가 면접에서 했던 말이에요. 제 시간과 열정을 쏟아서 부산국제영화제를 빛내겠다는 의지를 전한 거죠.
Q. BIFF 자원봉사를 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봉사활동을 하면서 제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일반인은 보기 힘든 무대 뒤 모습도 저희는 ID카드를 목에 걸고 당당히 들어가 볼 수 있으니 뿌듯했어요. 게스트들과 친해져서 그들이 제 이름을 불러줬을 땐 정말 짜릿했죠. 부산국제영화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꼈어요.
글·사진 강연우 대학생 기자(부산대 국어국문 2)│사진제공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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