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는‘손절매’의 예술이다

이번 호에는 주식 투자와 관련해 ‘손절매’라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로스 컷(loss-cut)이라고도 하는데요, 쉽게 말하면 손실을 봤을 경우 일정 부분 손실을 감내하고서라도 판에서 빠져나오는 행위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은 성공적인 주식 투자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투자의 제1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다. 제2원칙은 제1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다.” 이 말은 경우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지만 기본적으로 ‘투자 손실’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투자자가 손실에 대해 잘못된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투자를 한 후 -2~-3% 정도 손실이 나면 전전긍긍합니다. 무슨 큰일이 난 것처럼 한숨을 푹푹 쉬어대죠. 반면 어떤 사람은 -20~-30%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돈을 끌어모아 주식을 더 매수합니다. 일명 ‘물타기’죠. “큰돈을 벌려면 이 정도 손해는 감수해야 돼”라는 생각으로 시장과 전쟁을 펼칩니다. 두 경우 모두 주식 투자에서 손실을 대하는 자세로는 빵점입니다. 이렇게 하면 절대 주식으로 돈을 불려나갈 수 없습니다. 재테크가 아닌 도박으로 변질되는 경우입니다.
여러분은 주식 투자를 시작하기 전 반드시 자신만의 손절매 기준을 세워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하늘이 두 쪽 나도 이 기준을 지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10%라든가 -15% 정도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면 지금까지 날린 돈이 아깝더라도, 또한 당장 내일 대폭등이 나타날 것 같아도 무조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다 털어내고 주식 판에서 빠져나오는 것이죠. 실천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주식 초보자에게는 ‘-10%’ 손절 기준을 많이 권합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주식을 매수했는데 -10% 손실을 기록했다면 일단은 빠져나오는 것입니다.
그런데요, 이런 손절매에 대해 꽤 많은 20대 후배들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오늘 주가가 5% 하락했다고 해도 당장 내일 5% 상승하면 원금이 확보되는데 왜 겁쟁이처럼 황급히 주식을 팔아 치우느냐는 것입니다. 또한 1년 이상 장기투자를 하려면 이런저런 사건이 많이 발생할 텐데 매번 손절매하고 판을 떠나면 어떻게 장기투자를 하느냐는 질문도 던집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질문과 관련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수익률 변동성에 대한 이해입니다. 주가 상승과 하락의 변동이 수익률에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이런 개념 정립이 확실하게 돼 있다면 분명 손절매의 ‘필요성’도 깊이 공감하게 될 것입니다.
주식 투자를 했는데 -10% 하락(손실)을 경험했다고 해볼게요. 그럼 원금을 회복하려면 몇 % 상승이 필요할까요? 10%요? 아닙니다. 약 11% 상승이 필요합니다. 이번엔 -20% 하락이 발생했습니다. 그럼 다음 날 정말 주가가 20% 상승하면 원금을 찾을 수 있습니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원금을 모두 되찾으려면 이번에는 주가가 25%나 올라야 합니다.

즉, 내 투자금 100원이 -50% 하락을 경험했다면 이제 원금은 50원으로 줄어든 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다음에 50% 상승을 했더라도 투자금은 100원이 아닌 75원(=50+25)에 그치는 것이죠. 결국 50원이 다시 100원이 되려면 100% 상승률이 필요한 것입니다.
수익률의 ‘변동성’도 정말 중요합니다. 가령 주가가 하루는 50% 오르고 다음 날은 50%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은 또 50% 오르고, 그 다음 날 다시 50% 하락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얼핏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는 딴판입니다.
투자 원금 1000원을 가정해보면 첫날은 1500원(+50%)이 되고요, 다음 날은 750원(-50%)으로 줄어듭니다. 그리고 다시 50% 상승하면 1125원으로 증가하지만 마지막은 562.5원(-50%)으로 줄어들죠. 자 보세요, 수익률은 4일 동안 같은 진폭으로 움직였지만 이 기간 동안 투자금 1000원은 562원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난 것입니다.
마치 야바위꾼에게 사기를 당한 듯한 느낌이 들 것입니다. 저는 주식 투자를 시작하면서 선물, 옵션 등 파생투자도 함께 배웠는데요, 파생상품에서는 이런 변동성의 마력(?)이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결과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는데 수중에 있는 돈은 사라져버린 경우가 허다했죠. 그래서 ‘손절매’는 정말 중요합니다. 겁쟁이처럼 도망가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호미로 막을 수 있다면 호미로 막아야지, 굳이 가래까지 동원해가면서 손실을 극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20% 손실을 봤다면 이젠 25%나 주가가 올라야 합니다. 이 정도 상승은 정말 힘들지요. 그래서 끊을 때는 냉혹하게 끊어야 합니다. 자를 때는 정말 차갑게 끝내야 하고요. 그게 바로 ‘실력’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이런 자세는 비단 주식 투자뿐 아니라 연애에도 적용되는 공식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 손절매, 꼭 명심하세요.
주식 투자를 시작하기 전 반드시 자신만의 손절매 기준을 세워놓아야 합니다.
끊을 때는 냉혹하게 끊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실력’이랍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기자로 9년 동안 일했다. 2006년 펴낸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로 베스트셀러 저자 반열에 올랐다.
‘1,013통의 편지-그리고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작전’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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