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우리는 희망을 발견했다.” 지난 5월 22일 시작된 ‘2011 희망공감 청춘콘서트(이하 청춘콘서트)’가 9월 9일 대구 경북대 대강당 강연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어두운 젊은 날을 보내고 있는 청춘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시작, 100일간 전국 27개 지역을 순회하며 희망을 싹틔웠다.
‘이 시대의 멘토’라 불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의 재능 기부로 시작된 청춘콘서트는 서울 참가자들의 후원금으로 다음 지역인 부산 청춘콘서트의 경비를 마련하고, 부산 참가자들의 후원금으로 인천 지역 청춘콘서트의 경비를 마련하는 ‘릴레이 기부 방식’으로 계속됐다. 100일간의 대장정 동안 참여한 청춘은 총 4만3996명, 봉사를 자처한 희망 서포터즈는 2835명에 달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성공을 돕는 도 청춘콘서트에 다녀왔다. 9월 2일 수도권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청춘콘서트에는 안철수, 박경철 그리고 게스트인 최상용 전 주일대사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이야기를 나눴다. 콘서트가 열린 서울대 문화관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청춘들로 1층부터 2층까지 빈틈없이 빼곡하게 찼다.

워낙 많은 이야기가 나온 탓에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달이 높게 뜬 밤 10시경에야 겨우 끝이 났다. 기자와 동행한 백인화 대학생 기자(서울대 약학 4)는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든 주제들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던 기회”라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융합’에 관한 안-박 두 사람의 대화

박경철
안철수 교수님께서는 이곳 서울대의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 계시죠. 융합이라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융합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죠?

안철수 복잡한 것은 아닙니다. 세상 모든 것이 3차원적으로 돼 있죠. 그런데 인류가 지식이 적었을 때는 이걸 3차원으로 해석할 수 없었습니다. 예를 들면 모든 물질에는 물리적·화학적 특성이 있는데 지식이 적다 보니 물리면 물리, 화학이면 화학 단면으로만 해석했습니다. 이러면 세상을 3차원으로 볼 수 없죠. 그래서 두 가지 이상의 분야를 가지고 사물을 바라보자는 것이 융합입니다.

그러다 보면 경계면에 관심이 생기게 되죠. 두 학문의 경계선상의 영역, 남들이 쳐다보지도 않았던 것, 다른 분야와 접점에 있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된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융합입니다.

박경철 지금 강의와 강연을 혼동하는 것은 아니시죠?(관객석에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안철수
스마트폰이 한국에 처음 나왔을 때 우리나라 대기업에서는 잘 안 될 거라고 했죠. 그런데 히트를 쳤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자회사들이 쫓아갔는데 하드웨어만 잘 따라잡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틀렸습니다. 스마트폰, 태블릿PC는 콘텐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 모델 5가지가 융합이 된 형태죠.

박경철 융합이라는 것이 말로만 이뤄지는 줄 알았는데 이게 ‘학문’이 된다는 것이 놀랍군요.

안철수 방금 ‘항문’이라고 하신 줄 알았어요.(또 한번 폭소)

박경철의 습격

안철수
학부 때부터 융합을 해서는 안 됩니다. 학부 때는 스페셜리스트가 돼야 하죠.

박경철 (말을 끊고) 그건 그렇고요, 도대체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는 건가요, 만다는 건가요?

(청춘콘서트가 열렸던 9월 2일은 안철수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세간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때다. 당연히 사람들의 관심도 많았다. 안철수 교수가 융합에 관해 계속 이야기하자 박경철 원장이 느닷없이 질문을 던진 것. 관객석에서는 환호가 터졌다.)

안철수 출마 이야기는 사회의식 발현의 일환입니다. 고민을 시작만 했을 뿐인데 언론에서 진도를 너무 많이 나갔습니다.

박경철 제 나이 정도 되면 다른 사람을 볼 때 50% 할인해서 보는 습성이 있어요. 그런데 저는 안철수 교수님을 1%도 할인하지 않고 말 그대로 봅니다. 방금 말씀 그대로 믿겠습니다만, 그렇다고 치사하게 호박씨 까고 그러는 것은 아니죠?

안철수 제가 1988년을 시작으로 23년 동안 언론에 매달 꾸준히 나왔습니다. 그간 저에게 유리한 쪽으로 속일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제가 그런 타입은 아닙니다.

최상용 전 주일대사의 리더십 이야기

안철수
정의가 구현되려면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리더의 역할은 시대마다 바뀌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리더는 어떤 소양을 가진 인물일까요?

최상용 정치의 목적은 정의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공자도, 소크라테스도, 플라톤도 “정치는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했죠. 대체로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 가졌던 식견이 재임 기간을 지배합니다. 평소 정의로운 사람을 찍어야 하죠. 여러분이 앞으로 그런 사람을 투표장에 가서 찍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안철수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최상용
정치 안정을 위해 선행돼야 할 것이 우선 민생, 즉 국민의 생활이 평균적으로 안정돼야 합니다. 그리고 남북한 문제를 꼽을 수 있죠. 북한과 공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위해 외교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이것이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입니다. 현재 이 세 가지가 모두 시원치 않아요. 철학을 두루 섭렵한 중국의 정치인들도 잘 못하고 있습니다. 별 철학도 없는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잘할 수 있을까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딴지’

박경철
‘기득권’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김 총수께서는 기득권에 대해 광범위한 저항을 해온 분 아닙니까?

김어준 저는 저항한 적 없고요, 저를 써주지 않으니까 악역으로 밀고 가는 겁니다. 기득권에 대해 할 말이 많은데 우선 기득권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목소리가 큰 것이 기득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는 구조를 정하는 그룹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득권과 싸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죠. 기존의 구조를 깨는 것과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후자가 적성에 맞아요.

박경철 기득권에 맞서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영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어준 그 방안 중의 하나가 SNS를 이용해 전파력을 키우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귀찮아서고, 두 번째 이유는 트렌드에 뒤처지는 것이 두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트렌드는 따라가지 않아도 그 본질만 알면 된다고 생각해요. 세 번째는 사람의 마음이 단문의 언어, 인터넷 게시판에서 보이는 논리성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논리성은 물론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궁극의 수단은 아니라는 것이죠.
"뭘 믿고 겁이 없으세요?"

관객 겁이 없다고 하셨는데, 뭘 믿고 겁이 없으신 거예요?

김어준 믿는 것은 없어요. ‘믿는다’가 종교의 의미라면 종교도 없습니다. 저는 미래를 별로 생각하지 않아요. ‘오늘을 살자’가 모토예요. ‘내일 일은 내일 하자, 오늘 일만 하자’ 주의입니다. 신이 인간의 하는 일 중 가장 비웃을 일이 ‘미래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 합니다.

박경철 ‘나는 꼼수다’ 방송하시면서 부담을 느끼진 않습니까?

김어준 물론 부담을 느낍니다. 그런데 가난하면 됩니다.

박경철 쿨하다 못해 허무주의 느낌이 나는데요?

김어준 저한테 주어진 한정된 시간 동안 이만큼은 거기에 쓰겠다는 겁니다. 언제까지 제가 이 일 하고 살 것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제가 방송 시작할 때마다 “각하가 퇴임하실 때까지 하겠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 사이 시간만 가난하겠다는 것이지 언제까지고 가난하고 싶진 않아요.

관객과의 소통, ‘문자 질문’

청춘콘서트는 문자를 통해 무대 위의 출연자들과 소통을 할 수 있다.

관객이 문자로 질문을 보내면 그것을 받아 대답해주는 식이다. 이날 나온 질문 중 재미있었던 것을 추려봤다.

관객_제발 V3 지우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 안철수_알약 사장님께 여쭤보세요.

관객_신발 어디서 사셨나요? → 박경철_안동 구시장의 ‘슈즈나라’에서 샀습니다.

관객_청년 사업가가 되기 위한 조언을 들려주세요. → 안철수_한 학기 강의 주제네요.

글·사진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사진제공 2011 희망공감 청춘콘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