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만드는 대학생 ‘그들은 왜?’

학교는 꿈을 키우기에 좁은 영역일까. 학교 밖, 사회 속으로 직접 뛰어드는 대학생이 늘고 있다. 졸업 후를 기다리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즉시 하는 그들에게 시선이 멈추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특히 활약이 눈에 띄는 분야가 ‘잡지’다. 대학생이 대학생을 위해 만드는 잡지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요즘 잡지계에선 대학생들이 만드는 잡지가 이슈다. 대학생이 기획을 하고, 기사를 쓰고, 사진 촬영과 잡지 디자인을 하며, 홍보와 영업도 한다. 모든 제작 구성원이 대학생으로 이뤄진 잡지다. 대학생이 대학생을 타깃으로 만들기 때문에 그들 사이의 소통력은 대단하다.

무엇보다 이야깃거리가 다양하다. 천편일률적인 패션·뷰티 아이템을 넘어서 디자인, 놀거리 등 대학생의 관심사와 일상을 다룬다. 기존 잡지에서 볼 수 없는 창의적이면서 기발하고, 때로는 이상하기까지 한 주제를 다루기도 한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묘미는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잡지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자가 될 수도 있고 사진가, 홍보담당자, 모델 등 어떠한 방식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 ‘혹시나’가 가능해지는 곳이 대학생이 만드는 잡지의 세계다.


그들이 잡지를 만드는 이유는?

대학생 신분으로 잡지를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잡지를 만들게 된 계기는 의외로 사소하다. 김경은 ‘르데뷰’ 편집장(24·고려대)은 “서점에서 파는 여러 잡지를 보다가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전혀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우리들의 잡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잡지를 만드는 첫 번째 이유는 대학생들과의 ‘소통’이다. 이는 대학생이 만드는 잡지가 지닌 가장 큰 무기이기도 하다. 대학생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고 이야기하면서 독자와의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이대우 ‘디노마드’ 디렉터(28·홍익대)는 “다른 잡지와 달리 독자와 편집자 간에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신분으로 잡지를 만드는 이유도 잡지를 읽는 독자와 공감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잡지를 발행하는 데 경제적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비용은 어떻게 해결할까. 판매 수입만으로 잡지를 발행·유지하기란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관건은 광고. 김경은 편집장은 “구성원들이 발로 뛰어 광고를 유치해 발행·유지 비용을 조달하고 있다”면서 “늘 미안하고 또 고맙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성 기획을 통한 수익도 큰 역할을 한다. ‘디노마드’의 경우 강연, 아카데미, 전시회 등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최근 디노마드가 시작한 아카데미는 조금 특별하다. 대학생 대상 설문을 통해 듣고 싶은 강의를 조사한 후 대학생이 선생님이 되고 동시에 학생이 되는 프로젝트다.

선생님이 되는 대학생은 돈을 벌 수 있어서 좋고, 수강생인 학생은 적은 비용으로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이대우 디렉터는 “등록금 등으로 어려운 현실에서 대학생들이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아카데미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래 내 모습을 그리며 기쁘게 일한다”

이들 잡지의 기자들은 무보수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들은 최선을 다한다. 게다가 잡지를 통해 얻는 것이 많아서 좋다고 말한다. 잡지 제작 실무를 경험하면서 여러 분야의 멘토를 만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르데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서소영 씨는 “지금의 경험을 바탕으로 졸업 후 잡지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미래의 내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어서 좋다”고 귀띔했다.
잡지 만드는 대학생들의 처음 계기처럼 목표도 소박하다. 이들은 자신이 만드는 잡지가 처음 취지를 잃지 않고 계속해서 발간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신분으로 일궈내고 있기에 ‘유지’가 더 어렵고 중요한 문제라는 설명이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한 걸음 한 걸음 발전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대우 디렉터는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떤 길이든 열린다는 걸 알았다”면서 “잡지가 실패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내비쳤다.

글·사진 김은정 대학생 기자 (동국대 중어중문 3)


이대우 ‘디노마드’ 디렉터

“안 된다는 것의 기준은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것 아닐까요. 처음 디노마드를 만들었을 때 ‘대학생이 만드는 잡지가 얼마나 오래가겠어?’

라고들 했지요. 어쩌면 우리는 불모지에 계속 나무를 심고 있는 것인지도 몰라요. ‘할 거다, 할 거다, 할 수 있다’고 자기 최면을 걸면서 말이죠. 그런데 신기한 것은, 계속 하다 보면 어떤 길이든 열린다는 거예요.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걸 알았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그만둘 생각은 없어요. 그리고 실패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할 거예요. 내 청춘이 아깝지 않도록….”

김경은 ‘르데뷰’ 편집장

“과거에는 사회가 두려웠어요. 사회에 나가면 깨지고 힘들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학생일 때 자신의 영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세상을 보는 시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시도에는 항상 두려움이 동반하지만 두려움을 극복하면 세상은 너무나 재미있고 즐거워요. 토익, 학점, 취업에 전전긍긍하지 말자고요. 두려움을 이겨내면서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노력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즐기면 더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