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대학생 기업 체험 활동 베스트 30’ -  ‘LG 글로벌 챌린저’ 체험기

17년의 역사를 지닌 ‘LG 글로벌 챌린저’는 국내 해외탐방의 원조격 프로그램이다. 해마다 30팀을 선발하는데 평균 경쟁률이 21 대 1에 달한다. 지원서 접수는 매년 4월 시작하지만 이전 기수 합격자가 발표되는 11월부터 준비를 시작하는 이가 많다. 약 2주 동안 진행되는 탐방을 위해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치는 셈이다.

윤소리 대학생 기자가 지난 7월 ‘LG 글로벌 챌린저’를 통해 해외탐방을 했다. 치열한 경쟁을 거쳤던 선발 과정부터 우여곡절 끝에 미국 전역을 누빈 이야기까지 생생한 경험담에 주목해보자.

1차 전형을 준비할 때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탐방계획서의 주제 선정이었다. 우리 팀은 ‘생물자원의 효율적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종자산업의 비전’이라는 제목으로 탐방계획서를 제출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원래 우리나라 나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해외로 반출돼 역수입해야 하는 우리 식생자원의 종자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기로 한 것이다.

4명의 팀원 중 자연과학 분야 전공자는 아무도 없었지만 교육방송과 뉴스를 두루 검색해 탐방계획서를 작성했다. 각자의 전공을 살려 해결책을 찾아보기로 뜻을 모았다. 시의성 있는 탐방 주제는 우리 팀을 최종 합격자 명단에 올려놓은 일등 공신이었다.

1차 전형 합격자 76팀의 명단에서 이름을 발견했을 때 기쁘기도 했지만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온 면접 때문에 합격의 기쁨을 누릴 시간도 부족했다. 면접에서는 주제 숙지도, 탐방 능력, 어학 능력 등을 평가한다. 중간고사 기간이었지만 팀원 모두 시험 준비도 미뤘다.

매일 막차가 끊길 때까지 면접 연습을 했다. 모의 면접을 거쳤기 때문에 면접에 자신 있게 임할 수 있었다. 면접관들은 우리 팀이 같은 밴드 동아리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면접관 앞에서 노래까지 불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합격을 확신했다.

최종 합격 후에는 모든 참가자가 한자리에 모여 발대식을 하고 3박 4일간 탐방 교육을 받았다. 드디어 기다리던 탐방의 날! 7월 14일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 팀은 미국 서부와 중부, 동부를 돌며 UC DAVIS, 몬산토(농업솔루션 기업), 나파밸리,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등을 방문하는 빡빡한 일정을 계획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탐방비를 한국 통장에 넣어오는 바람에 카드 결제가 잘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결국 예약해둔 렌트카를 포기하고 버스와 택시를 갈아타며 이동해야 했다.

LG 글로벌 챌린저는 다른 대외활동보다 팀워크가 중요한 활동이다. 탐방 주제를 정하는 일부터 일정을 조율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모든 과정을 팀원 자율에 맡기기 때문이다. 타지에서 닥친 위기 상황을 함께 헤쳐 나가며 팀원 간 호흡은 더욱 단단해졌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

한국에 돌아온 뒤 탐방보고서를 작성했다. 해외탐방을 통해 배운 점을 국내 실정에 도입할 수 있도록 결과물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단계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했다. 한 달의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항상 시간이 부족해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하지만 힘들었던 만큼 보고서가 완성됐을 때 ‘해냈다’는 그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

현재 우리 팀은 10월 9일 진행될 보고서 면접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상 ‘LG 글로벌 챌린저’ 프로그램의 마지막 단계인 셈이다. 11월에 열리는 최종 수상팀 발표와 역대 수상자들과 한자리에서 만나는 ‘홈커밍데이 파티’도 기대되는 일정이다.

만일 평범한 해외여행을 떠났다면 관광지 구경과 쇼핑에 치우친 여행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챌린저를 통해 주제가 있는 탐방을 했던 시간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미국 문화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열정을 한껏 펼쳐 많은 것을 얻었던 LG 글로벌 챌린저는 내 대학생활의 후회 없는 선택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