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디렌데 교수와의 대화

어학연수가 대학 생활의 ‘선택 필수’가 된 요즘, ‘효과적인 유학 전략’은 공동 관심사 중 하나다. 유학생들끼리 어울리다 공부는 뒷전이거나 학교 적응을 못해 겉돌다 귀국하는 이가 의외로 많기 때문. 이렇게 되면 시간·돈 낭비는 물론 자신감 상실이라는 후유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미국 산타모니카대학에서 12년 넘게 한국인 유학생을 가르쳐 온 수잔 디렌데 교수도 이 점이 늘 안타까웠다고. 미국에서 제대로 공부하는 법을 담은 책 ‘미국 대학 공부법(마이북스)’을 출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책은 지난해 10월부터 본지에 연재 중인 칼럼 ‘수잔 교수의 미국 유학 성공법’을 근간으로 삼았다.

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수잔 교수가 정지은(경원대 신문방송 2), 김지현(이화여대 국문 3) 대학생 기자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내년에 각각 교환학생, 어학연수를 위해 미국에 갈 계획. 수잔 교수는 마치 개인 교습을 하듯 열정적으로 대화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Q한국 학생과 미국 학생의 수업 태도나 공부법이 많이 다른가요.

아주 많이 달라요. (수잔 교수는 한참 생각한 후 말을 이어갔다.)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도 이해한 척 고개를 끄덕이는 한국 학생이 많아요. 질문을 해서 의문을 해소하는 편이 나은데도 약점을 들킨다고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라고 말하는 법을 연습해야 해요.교수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고개를 흔드는 것 말이에요.

또 질문은 수업 중에만 하는 게 원칙인데 한국에선 그렇지 않은가 봐요. 수업 시간이 끝난 뒤 숙제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하는 것을 보고 처음엔 크게 놀랐었죠. 가끔 월권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겠으니, 그레이드를 낮춰달라’고 말하는 학생이 있어요. 그건 교수가 결정할 사항이지, 학생이 요구할 일이 아니에요. 더구나 웬만큼 노력도 하지 않고 레벨을 낮춰달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죠.


Q어학연수 등으로 미국에 가서 정규 대학에 진학하려면 추천서를 받아야 합니다.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려면 추천서를 잘 받아야 합니다. 몇 가지 방법이 있어요. 첫 번째는 진학하고 싶은 학교를 정해서 그 학교 관련 과목 교수에게 연락해 추천서를 받는 겁니다.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쉽지 않지요.

두 번째는 범위를 좀 확장하는 겁니다. 원하는 지역의 학교나 지역에 있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이용해 추천서를 받고 싶은 교수와 접촉하는 것이죠. 예컨대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싶으면 해당 학교 교수들의 연구 업적을 살펴보고 이메일을 보내서 만날 시간을 정합니다. 이때 반드시 정규 근무시간에 방문해야 해요.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추천서를 요청하면 돼요. 세 번째는 해당 지역의 명망가나 유명인에게 추천을 청하는 겁니다. 물론 이 모든 방법은 쉽지 않습니다. 바로 써주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연구 열정을 보여주면서 인간적인 관계를 쌓다 보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겁니다.


Q유학하는 동안 동아리 활동이나 다른 대외활동을 병행하는 게 도움이 될까요.

학교나 지역 커뮤니티 센터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요. 요리, 요가 등 무엇이든 할 수 있죠. 저렴한 강좌를 골라서 미국 사람들과 편안하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게 좋아요. 특히 생활 속 어휘를 배울 수 있어서 유익합니다.

나 역시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를 배울 때 학교 내 댄스 강좌를 들었답니다. 언어가 서툴러 동료들을 참 많이 웃겼지요. 하지만 댄스 강좌를 통해 참 많이 배웠어요. 프랑스를 다 집어삼키겠다는 기세로 대들었거든요.

한국 학생끼리만 어울리지 말고 현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하세요. 향수병을 호소하는 이가 많은데,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처럼 인내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곰이 될지 호랑이가 될지 선택해야 하죠. 단지 리포트를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과 영어에 대해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하면 안 될 것이 없어요.

Q읽고 쓰긴 하지만 회화가 힘든 한국인이 많습니다. 영어의 관용 표현을 쉽게 배우는 방법이 있을까요.

무조건 많이 읽고 느껴야 해요. 많이 읽다 보면 영어 자체의 느낌을 알게 될 겁니다. 사전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공부법이죠. 계속해서 새로운 표현이 나오기 때문에 언어의 느낌을 알아채는 게 중요해요.

재미있는 표현을 알게 되면 꼭 메모해놓았다가 대화에서 몇 번이고 시도해보세요. 나는 프랑스어를 공부할 때 수업을 듣는 교수 모두에게 10권의 책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해서 전부 다 읽었어요. 처음 몇 권은 어려웠지만 문화적 배경 등을 알게 되면서 그 다음 책은 점점 쉬워졌어요.


Q진학을 위한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써야 할까요.

학생 상담 부서에서 일했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온 학생들의 자기소개서(에세이)를 많이 읽어 보았습니다. 늘 학생들에게 ‘네 스스로를 특별한 사람,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사람으로 여겨지게 쓰라’고 말합니다. 보통 ‘나는 굿 스튜던트, 굿 퍼슨’이라고 쓰죠.

‘열심히 하겠다’는 말은 열이면 열 다 쓰고요. 사고의 전환을 해보세요. 자신의 허점을 써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흥미롭게 하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학교가 밝고 행복한 학생만 입학하길 바라는 것은 아니거든요. 예컨대 이런 식이죠.

‘내가 살아온 길을 돌아보니 실패가 많았다. 그래서 매사에 두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뒤돌아보니 실패가 온전히 실패인 것만은 아니더라. 당시엔 괴로워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렇게 큰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어때요?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한다면 훨씬 매력 있는 자개소개서가 될 겁니다. 물론 남의 것을 베끼는 건 금물이죠. 진실만을 써야 합니다.


Q한국 유학생들이 꼭 염두에 둬야 할 점 3가지가 있다면.

읽고 읽고 또 읽으세요. 무조건 많이 읽으세요. 결국 ‘다독’이 해법이니까요. 어떤 책이든 상관없어요. 공상과학, 경제, 소설 등…. 영어로 된 책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특히 유학 가려는 나라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 얻는 게 많을 거예요.

그 사회의 문화나 특수한 상황 배경을 습득하는 게 중요합니다. 모르는 단어가 있더라도 바로 사전을 찾아보는 것보단 문맥으로 파악해보세요. 영화 보기도 권합니다. 줄거리를 통해 문화를 읽을 수 있지요. 만약 영어책이 어려우면 청소년 버전을 읽으면 됩니다. 미국에서는 7학년 정도 수준이면 기본 의사소통이 가능해요. 한 발자국씩 시도하다 보면 자신의 어휘나 표현력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이해 안 되면 고개를 흔들라”

▶정지은(경원대 신문방송 3)

내년쯤 교환학생을 계획하는 나에게 정말 시의적절한 인터뷰였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게 몇 가지 있다. 수업 내용에 관한 질문은 수업 시간 중에 해야 예의라는 사실이다. 미국 대학에서 성공적으로 공부하려면 미국인들이 합의하는 사회적 코드에 잘 적응해야 한다는 말씀도 인상 깊었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면 고개를 흔들 줄 알아야 한다며 우리에게 고개 흔드는 것을 연습해보자고 해 인터뷰장이 웃음으로 가득 차기도 했다. 또 단군신화를 예로 들며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우리에게 곰이 될지 호랑이가 될지를 결정하라고 했다. 그야말로 우문현답!

한국 설화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자신의 책 ‘미국 대학 공부법’ 앞장에 친필로 격려 메시지까지 써주셔서 더욱 기뻤다.


“외국인 울렁증 극복한 시간”

▶김지현(이화여대 국문 3)
인터뷰 전 굉장히 긴장이 됐다. 평소 외국인 울렁증이 있어 실수는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밝은 얼굴로 인사를 먼저 건네주셨고 가벼운 질문으로 긴장을 풀어주셨다.

준비한 질문을 적어놓은 종이를 손에서 놓지 않자 교수님은 “질문지를 덮고 궁금한 것을 자유롭게 물어보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더 많은 질문을 쏟아내지 못한 게 살짝 아쉽다. 그래도 충분히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앞으로 어학연수를 준비할 때 수잔 교수님과의 시간을 꼭 기억해야겠다.

글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