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균승의 희망칼럼
옛날 어느 고을에 활쏘기의 고수가 살고 있었다. 그의 활 쏘는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실력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래서 세상 최고의 신궁을 찾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도 그가 스승으로 모실 만한 신궁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쉬고 있을 때, 그의 눈에 번쩍 띄는 것이 있었다. 큰 나무에 박혀 있는 화살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화살을 확인한 그는 깜짝 놀랐다. 주변의 수많은 나무에 과녁이 그려져 있고, 화살촉들은 예외 없이 과녁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토록 애타게 찾던 신궁을 드디어 만날 수 있겠다는 기대와 흥분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 순간 ‘쉬잉’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 하나가 나무에 꽂혔다. 곧이어 나이 지긋한 노인이 다가왔다.
그는 자신이 애타게 찾던 신궁이 바로 그 사람임을 직감하고 넙죽 엎드리며 자신을 제자로 받아줄 것을 간청했다.
“어떻게 하면 이토록 신궁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지 그 비법을 알려주십시오.”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던 노인이 입을 열었다.
“별거 아니라네. 나처럼 하면 누구나 신궁이 될 수 있어.”
노인은 방금 쏘았던 화살이 박혀 있는 나무로 다가가더니 붓을 꺼내 화살 주변에 과녁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과녁과 화살. 흔히 우리가 목표 달성을 얘기할 때 상징적으로 언급하는 말이다. 이때 먼저 과녁을 세운 다음에 화살을 쏘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런데 노인은 상식을 뒤집어버렸다. 먼저 화살을 쏘고, 그 화살을 중심으로 과녁을 표시한 것이다.
우리가 현재와 미래라는 시간을 인식하는 것도 이와 같지 않을까. 화살을 쏜 다음 과녁을 그리듯이 미래를 먼저 본 다음 현재로 돌아오면 안 되는 것일까. 10년 후에 꼭 명중시키고 싶은 목표가 있다고 하자. 그 미래의 목표가 무엇인지 먼저 화살을 쏘아 확인한 다음 다시 현재로 돌아와 하나둘씩 주변에 과녁을 그려 나가면, 틀림없이 10년 후엔 목표에 명중시킬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나는 자신의 천직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돕는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료가 하나 있다. 2000년 5월 31일,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에 그려놓았던 ‘정균승의 인생 여정’이라는 내 인생의 로드맵이다.
11년 전에 이루고자 했던 많은 것이 이미 현실이 됐음은 물론이다. 먼저 미래의 화살을 쏘고 나서 과녁을 그렸더니 거의 명중된 것이다. 나는 지금 또 2021년 미래를 향해 힘차게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그리고 10년 후 다시 확인할 것이다.
과연 화살이 과녁 정중앙을 관통하고 있는지 말이다. “먼저 화살을 쏘고 나중에 과녁을 표시하면 누구나 과녁을 명중시키는 신궁이 될 수 있다”는 그 노인의 말이 정말 사실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정균승 국립 군산대 경제학과 교수
인기 블로그 ‘정균승의 테마여행(www.cyworld.com/wjdrbstmd)’을 운영하며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멋쟁이 교수님. 자기 경영 분야 강사로도 이름이 높다.
일러스트 신혜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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