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 잡지를 읽는 대부분의 독자는 예비 대졸자일 것이다. 그래서 최근 주요 공기업과 대기업의 고졸 채용 바람에 큰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궁금해진다.

“당신은 왜 대학에 진학했는가?”

당신이 어떤 답변을 했든 한국 사회에서는 ‘차별’에 대한 두려움이 대학 진학을 결심하게 하는 주요인이다.

2010년 닐슨컴퍼니 코리아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이유’ 1위를 차지한 것은 바로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지 않기 위해서(53.8%)’였다.

이어서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에(18.1%)’ ‘원하는 학문을 심도 있게 배울 수 있기 때문에(17.9%)’ 순이었다.

원론적으로 보면 이 순위가 반대로 돼야 건강한 사회다. 즉, 자신이 원하는 학문을 심도 있게 공부해서 취업에 경쟁력이 생기고, 그래서 사회적으로 만족할 만한 인생을 살아갈 때 사회가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고졸 채용 바람은 이미 사회가 암묵적으로 학력 차별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고졸과 대졸이 우리 사회에서 직업적 성공을 이루는 데 넘지 못할 벽이 있을까? 있다. 우리 사회는 폐쇄 수준의 ‘카스트 제도’가 만연해 있다. 필자의 상담을 받았던 모 대기업 고졸 직원은 자신의 상사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같은 일을 해도 4년간 투자한 부분이 있으니 보상은 받아야 하는 것이고, 고졸이 진급해 상사로 있을 때 그를 따를 대졸 직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진급도 시키지 않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그가 선택한 길은 무엇일까? 결국 대학 진학이었다. 그것도 해외 대학에서 학위를 받겠다는 결심으로 유학을 갔다가 얼마 전 귀국했다. 그에게 어떤 인생이 펼쳐질지 아직 모르겠다. 다만 더 이상 차별을 받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고졸 학력자가 요구하는 것은 근사한 직장이 아니다. 바로 우리 사회가 모두 두려워하는 ‘차별의 벽’이다. 고졸자이기 때문에 승진을 할 수 없고, 대졸자들 앞에서 작아져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이런 사회 분위기는 대학생들의 진로 선택과 취업 전략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왜 대학에 왔는지 생각해보라. 왜! 왜! 대학에 왔는가? 실력을 쌓고, 낭만을 만들고,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

정말 그런가? 정말 실력도 쌓고 학력에 맞는 전문성을 갖춰가고 있는가? 학력의 차이를 부정하자는 말이 아니다. 학력의 차이는 인정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학력에 맞는 차별화된 실력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 고졸과 별다를 바 없는 실력으로 일정 수준의 연봉과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직업에 맞는 학력이 필요해

프로야구를 생각해보자. 프로야구 선수가 대학에 갈 필요가 있을까? 요즘엔 실력과 능력만 있으면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 입문하는 것이 대세다. 그러나 과거엔 대학 진학 후 프로팀에 입단하는 것이 일반적인 진로였다. 대학 다녔다고 연봉을 더 많이 주지는 않는다. 순전히 실력으로만 평가받기 때문이다.

직업에 맞는 학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직업에 맞는 평가 기준과 승진 기준이 필요하다. 대학에서 교수를 할 땐 박사학위가 중요할 수 있고, 학위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차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수영을 하거나 등산을 할 때 이런 학력은 무용지물이다.

학력은 자기만족의 부분으로 남겨두길 바란다. 학력과 졸업장을 치졸하게 차별의 잣대로 사용하지 말자. KBS ‘남자의자격-청춘합창단’ 오디션에서 한 어르신이 했던 말을 주목해보자. “저는 그 어떤 시간보다 노래 부를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학력 때문에 불행해져서는 안 된다. 행복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 학력을 묻는 우를 범하는 사회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우곤 이우곤HR연구소장
KTV ‘일자리가 희망입니다’ MC.
건국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