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청약종합저축-만능은 아니지만 ‘기본’은 할 수 있어

[정철진의 재테크 편지] “열심히 저축하라. 아파트 신규 분양 1순위를 주마”
그러고 보면 그간 재테크에 대해 꽤 많은 부분을 다뤘습니다. 주식, 펀드, 보험, 실물(금) 등 소위 ‘재테크 개론’은 상당 부분 커버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아직 크게 2가지 분야가 남았는데요, 바로 ‘부동산’과 ‘채권’입니다.

이 부동산과 채권 투자 영역은 기본적으로 20대에게는 버거운 규모의 자금을 요구하고 있어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최소한 5000만 원 이상의 목돈은 있어야 하는데 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죠.

하지만 부동산은 20대들이 손쉽게 도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주택청약저축’이라 불리는 일명 ‘청약상품’입니다.

“열심히 저축하라. 그러면 아파트 신규 분양할 때 너에게 1순위를 주마.”

청약상품의 성격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말입니다. 일정 기간, 일정액의 저축을 하면 신규 분양 아파트에 1순위 청약 자격을 준다는 것. 기존 아파트를 프리미엄을 더해 구입하는 대신 신규 분양을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죠.

하지만 청약상품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조금 복잡한 구석이 있습니다. 먼저 우리가 흔히 ‘청약’이라고 부르는 청약상품은 크게 4가지로 나눠집니다. 청약저축, 청약부금, 청약예금, 그리고 2009년 5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주택청약종합저축이죠.

일단 이 4개의 청약상품은 모두 2년 이상 가입하면 아파트 청약 1순위 자격이 주어진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모두 민간건설 기금지원 중형국민주택(민간 건설업체가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아 공급하는 전용면적 60㎡ 초과 85㎡ 이하의 주택) 청약에서 동등한 위치를 확보하죠. 하지만 이외에 각각 확연한 차이가 있으니 반드시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표 참조).
[정철진의 재테크 편지] “열심히 저축하라. 아파트 신규 분양 1순위를 주마”
저는 이 중에서 벌써 가입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선 ‘주택청약종합저축(일명 만능청약통장)’을 여러분께 권해봅니다. 만능청약통장은 청약저축, 청약부금, 청약예금 등 3가지 형태를 하나로 통합해놓은 것인데, 공공주택과 민간주택 모두에 청약이 가능하고 최근 저금리 기조에도 연 4%대의 금리가 제공됩니다.

또한 가입 자격에 제한이 없어 무주택자는 물론이고 기존 주택 소유자, 미성년자 등 모두가 ‘1인 1통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게다가 소득공제 혜택도 일부 주어지는데요, 소득공제액은 연간 불입액의 40%(한도 48만 원)로 기존 청약저축과 같은 수준입니다.

괜찮다, 아니 “좋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원래 청약상품 구조가 복잡한 데다 여기에 ‘청약가점제’라는 것이 생겨 더 복잡해지고 골치가 아팠는데 깔끔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는 신입사원에게는 월 10만 원 정도 규모로 ‘만능통장’에 가입해 2년 이상 유지할 것을 추천하곤 합니다.

이미 청약저축에 가입한 사람은 어떻게 하냐고요? 그렇습니다. 일명 ‘만능청약통장’ 출시 이후 청약저축, 청약부금, 청약예금 등 기존 청약통장 보유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가 이슈로 떠올랐지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미 가입해둔 청약통장이 2년이 지나서 1순위 자격을 얻었다면,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투자 목적과 맞는 것이었다면 굳이 새로운 ‘만능통장’에 가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존 청약저축, 청약부금, 청약예금 가입자들은 가입 기간과 자격, 권리 등을 그대로 보장받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존 청약통장의 납입 기간이 길거나 청약가점이 높고 금액이 많은 가입자는 기존 통장을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나본 20대들은 대부분 청약상품에 대해 회의감을 표시하곤 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청약통장 가입자가 많아지면서 ‘청약상품 무용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아졌죠. 무엇보다 청약가점제가 시행된 이후 청약통장 비중이 줄어들고, 여기에 부동산 폭락론이 떠오르면서 이런 부정론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무엇보다 기회비용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청약상품의 경우 묶이는 돈이 상대적으로 적어 절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제시된 연 4.5% 이자율(2년 이상 가입 시)도 청약과 상관없이 매력적이고요.

무엇보다 향후 대한민국 집값이 폭락한다고 해도 이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많은 20대들에겐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집값 하락요? 오히려 작은 평수의 살 집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에 마련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특히 전용면적 85㎡(25평) 이하 공공주택에서는 20대에게 약점으로 꼽히는 ‘청약가점제’가 해당되지 않습니다. 즉 청약자의 연령보다는 납입 횟수나 납입총액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는 뜻입니다. 결국 85㎡(25평) 이하 공공주택에 도전할 경우 청약가점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민간 아파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민영주택 전용면적 85㎡ 이하는 가점제 75%, 추첨제 25%를 적용하는데 이는 25% 비중만큼은 추첨제를 통해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연령 기준에서 가점을 덜 받는 ‘청약가점제’가 존재하더라도 젊은이들이 무조건 좌절하고 있을 게 아니라는 것이죠.

그렇지만 명심해야 할 사실은 이런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기존 청약예금이나 ‘만능청약통장’에 가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청약상품에 가입해 적어도 2년 이상은 유지한 채 버티고 있어야 합니다.

주택청약상품은 분명 과거와 같은 대박 상품은 아닙니다. 아파트 투자가 더 이상 대박이 아닌 것처럼요. 또한 만능청약통장은 이름처럼 결코 ‘만능’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 청약상품들은 괜찮은 ‘기본’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이 기본을 갖췄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경험적으로도 그렇고요, 재테크가 확률 싸움이라는 측면에서도 ‘기본’은 해두는 게 효과적입니다.


[정철진의 재테크 편지] “열심히 저축하라. 아파트 신규 분양 1순위를 주마”
정철진 경제 칼럼니스트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기자로 9년 동안 일했다. 2006년 펴낸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로 베스트셀러 저자 반열에 올랐다. ‘1,013통의 편지-그리고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작전’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