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돈 가치 하락하면 금값 급등…경제 안정되면 ‘돌 반지용’ 추락

우리는 지난 몇 달간 주식과 펀드라는 투자의 양대 축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실은 이 외에 부동산이 있어 일반인들은 보통 ‘주식-부동산-펀드’ 3가지 상품으로 재테크를 펼치곤 하죠.

다만 부동산은 아직 20대 여러분이 도전하기 쉽지 않아 ‘재테크 편지’에서는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할게요. 이번에는 투자 대상으로 실물(상품), 그중에서도 금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혹시 “금으로 재테크를 해요?”라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금반지 외에는 딱히 효용 가치가 없는 금을 갖고 재테크를 한다는 게 잘 와 닿지 않죠? 하지만 금은 분명 확실한 재테크 수단 중 하나랍니다. 최근 금값이 그야말로 ‘금값’입니다.

2년 전인 2009년 2월 대비 70% 정도 급등한 상태로 국제 금값은 온스당 1350달러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국내에서도 금값은 한 돈(3.75g)당 20만 원을 웃돌고 있고요. 그런데도 전문가들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답니다.
[장철진의 재테크 편지] 1주일에 1만 원어치씩 금 사모아 볼까?
도대체 금값은 왜 이렇게 오르고, 왜 돈 많은 사람과 국가들은 금을 사려고 몰려드는 걸까요? 금은 아무리 많이 갖고 있어도 이자 한 푼 받지 못하는데 말이죠. 게다가 산업적 수요도 미미합니다. 경제적 가치로만 보면 석탄보다도 형편없습니다. 일반인의 삶에도 연인들의 ‘100일 반지’나 ‘돌 반지용’ 정도에 불과하고요.

우리가 금 재테크를 하려면 최근의 금값 상승, 나아가 금값의 메커니즘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금값이 오르는지, 언제 하락하는지 알고 있어야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은 ‘종이돈(화폐)’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종이돈의 가치가 하락할 때 상승합니다. 예를 들어 과거 역사상 극심한 인플레이션 시기에 예외 없이 금값은 상승했습니다. 반면 종이돈이 제 역할을 하고 세계경제가 착실하게 성장을 하면 금값은 하락했고요.

주의할 점은 극심한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공황처럼 경제가 완전히 무너져도 금값은 오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종종 “인플레든 공황이든 사람들은 위기에 금을 찾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금값이 이런 가격 메커니즘을 갖는 건 수천 년 동안 금은 인류에게 다름 아닌 돈이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에겐 미국 달러화가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달러화가 세계 기축통화로 떠오른 것은 1970년대 이후에 불과합니다.

그 이전까지 모든 종이돈(화폐)의 가치는 금을 기준으로 매겨지는 ‘금태환 체제’였답니다. 그래서 우리네 DNA 속에는 ‘금=돈’이라는 등식이 확실하게 새겨져 있고, 종이돈 위상이 흔들릴수록 본능적으로 금을 직접 갖고 싶어해 금값이 오른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최근 금값 급등도 세계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의 신용도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달러화(미 국채)가 디폴트(default, 채무불이행) 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인 것입니다.

세계경제는 달러를 기반으로 거래가 이뤄집니다. 석유나 식량을 살 때도, 자동차나 반도체를 매매할 때도 그 ‘기준’은 달러죠. 원화를 수조 원 싸들고 중동 국가에 찾아가도 석유를 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반드시 원화를 달러로 바꿔야 하죠.

그런데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달러화와 미국 경제 위상이 흔들리고 있고, 이 때문에 금값이 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달러화가 다시 제 역할을 하고 세계경제가 본격 궤도에 오르면 이때부터 금값은 하락 추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해볼 수 있습니다.
[장철진의 재테크 편지] 1주일에 1만 원어치씩 금 사모아 볼까?
이번에는 금 투자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금 투자법은 5가지 정도로 나뉩니다. 첫째 금 관련 기업 주식 매수, 둘째 금 관련 주식을 모아놓은 금 주식형 펀드 투자, 셋째 국제 금값에 연동되는 금 지수형 펀드(금 ETF), 넷째 금(종이 금)을 온라인상으로 적립하는 금 적립예금, 다섯째 실물 금 구입 등입니다.

현재 이 5가지 금 투자법 중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금 주식형 펀드와 금 예금 상품입니다. 물론 금 투자의 본질을 감안하면 실물 금을 직접 보유하는 게 가장 옳은 대응책입니다. 금에 투자한다는 건 향후 발생할 ‘파국(종이돈 붕괴 혹은 하이퍼인플레이션)’ 시기에 종이돈 대용품으로 사용하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물 금의 경우 골치 아픈 문제가 많습니다. 10%의 부가가치세를 지불해야 하며 보관 문제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현재까지는 금 주식형 펀드와 금 예금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금값의 상승 초입에는 금값 자체 상승보다 금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 주가가 더 많이 오르는 특성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금(값)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보다 금 관련 기업 주식 및 주식형 펀드 투자수익률이 더 높게 나올 수 있죠. 반면 금값 상승이 중장기 추세를 만들면 금 지수형 펀드나 금 적립예금이 양호한 수익을 올립니다.

이 중 전 여러분께 금 (적립)예금을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이 상품의 경우 달러와 금이라는 2가지 자산에 모두 발을 담글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판매되는 금 예금 상품은 원화를 달러로 바꿔 금을 사 모으는 구조이기에 수익률은 국제 금값 추이와 달러값(환율) 추이의 영향을 모두 받습니다.

나의 투자금 10만 원이 당시 환율에 따라 달러로 교환돼 금을 사고 나중에 차익 실현할 때는 달러로 표기된 금값이 당시 환율에 따라 원화로 교환돼 내 수중에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국제 금값이 급등해도 달러값이 큰 폭으로 급락하면 수익률은 줄어들고, 반대로 금값이 급락해도 달러값이 오르면(환율 상승) 수익률은 어느 정도 지켜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대응하는 이유는 앞서도 말했듯 세상이 평온해지고 달러화가 제 역할을 수행하면 금값은 순간 하락할 수 있어 금과 달러에 모두 투자하면서 따라붙어야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1주일마다 1만 원씩 금을 사 모은다’는 자세로 금 예금에 적립하면서 금값 변동과 환율 변동(달러값 변동) 모두를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참 많은 것을 배우게 될 텐데요, 아마도 그중 하나는 집에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종이돈 뭉치가 때론 한 주먹도 안 되는 금보다 가치가 없을 수도 있다는 깨달음일 것 같습니다. 금 투자. 어쩌면 달러 기축통화 체제가 유지되는 동안 항상 병행해야 할 재테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장철진의 재테크 편지] 1주일에 1만 원어치씩 금 사모아 볼까?
정철진 경제 칼럼니스트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기자로 9년 동안 일했다. 2006년 펴낸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로

베스트셀러 저자 반열에 올랐다. ‘1,013통의 편지-그리고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작전’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