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역사의 응어리 때문에 지리적으로 가까워도 마음으로는 먼 나라였지만, 그것도 이젠 ‘옛말’이다. 지난 1998년 일본 문화 개방 이후 패션, 외식, 문화 콘텐츠 등을 통해 ‘매우 가까운 나라’로 바뀐 까닭이다.특히 일본에서 직장을 잡는 한국 젊은이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선진국의 인프라를 누리며 알짜배기 경력을 쌓을 수 있어서 20~30대 구직자에게 매력적인 나라로 통한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으로 표현되는 경기 침체기를 지나면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인재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구 감소 및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외국인 고용 대책까지 수립해 실시 중이다. 도쿄, 아이치, 오사카 등에 외국인 고용서비스센터를 설립한 것도 전문 기술 분야의 외국인 유치를 위한 노력 중 하나다.
외국인 인재들이 진출하는 분야는 기술 관련 전문 직종이 주를 이룬다. 시스템 엔지니어, IT 스페셜리스트, 프로젝트 매니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동안 일본에 채용된 한국인은 소프트웨어 인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보처리기사·정보처리산업기사 자격증 소지자에게 취업비자 발급이 쉽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외에 호텔·서비스, 일반사무원, 이·미용 등 분야에서도 한국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직무 능력뿐 아니라 팀플레이가 가능한 인성을 중시한다. 톡톡 튀는 인재보다는 조직생활을 원만하게 하는 부드러운 인재를 선호한다는 것. 무엇보다 원활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언어 능력을 갖춘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IT·프로그래머 IT 기술+일본어+영어=최강 스펙
2000년대 들어 IT 전문 인력의 일본 진출이 부쩍 늘어났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일본 중앙정보교육연구소(CAIT), 정보처리기술자시험센터(JITEC)와 ‘한일 IT 자격수준의 상호인증에 관한 각서’를 체결한 게 계기가 됐다.
한·일 두 나라가 지식이나 기술, 기능이 비슷하다고 인정한 자격증은 정보처리기사와 정보처리산업기사, 일본 CAIT가 시행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자와 기본 정보기술자 등 4가지.
이에 따라 정보처리기사나 정보처리산업기사 자격증 취득자는 일본 취업비자를 발급받는 것은 물론 일본 현지의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자 등과 비슷한 대우를 받는다. 단 언어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일본어와 영어 구사가 가능한 IT 기술자는 일본에서도 막강한 스펙을 자랑하는 우수 인재로 분류된다. 자동차설계 엔지니어 팀워크+의사소통+보안유지 자세 ‘필수’
2008년 한 해 동안 80명이 넘는 이가 자동차 관련 업계로 진출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2009년부터 그 수가 급감하긴 했지만 여전히 인력 수요가 많은 분야로 꼽힌다.
이 분야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팀워크’에 주목해야 한다. 주로 팀 프로젝트 업무가 이뤄지기 때문에 우선 일본어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또 일본인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소통을 해야 한다는 게 전제조건이다.
제아무리 자동차 설계기술과 CATIA (CAD, CAM, CAE 등 삼차원 컴퓨터 그래픽을 모두 지원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자동차와 항공기 산업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다) 실력이 뛰어나도 언어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런 경우 아예 뽑지 않는다고 할 만큼 언어 능력을 중시한다. 또 고객사에서 업무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안과 기밀 유지에 만전을 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만은 꼭 기억할 것!
높은 물가·개인주의 문화 ‘넘어야 할 산’
생활비 대비 실질소득을 감안하라
일본의 임금 수준은 한국보다 높다(2010년 8월 현재 도쿄도 최저임금은 시간당 791엔(약 1만 원)이다). 하지만 연봉 액수만 비교해선 곤란하다. 일본은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임금 대비 지출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실질소득이 높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 생활환경이나 교육적인 측면에서 한국과 유사한 점이 많다. 자녀 교육 등을 겸한 목적으로 해외취업을 희망하는 경우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장기적 안목으로 대비하라
주거비 수준이나 물가를 고려하면 취업 후 1~2년 안에 큰돈을 벌기란 쉽지 않다. 적어도 4~5년 경력자로 인정받아야 급여 면에서도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단기간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일본어 능력 부족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한국인 인재를 원하는 기업들에 비해 적정 자격을 갖춘 구직자가 적은 편이다. 이는 일본어 능력을 갖춘 이가 많지 않다는 의미. IT, 자동차 공학 등 인력 수요가 비교적 풍부한 업종의 직무 능력이 충분하다 해도 일본어 능력이 부족하면 ‘말짱 꽝’이다. 전문 지식·경험과 함께 언어 능력을 향상시켜야 일본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
‘조직 우선’ 문화를 이해하라
일본 사람들은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뛰어난 실력과 독특한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눈에 띄거나 튀는 사람은 선호하지 않는다. 조직에 잘 융화하고 팀워크에 능한 사람이 일본 조직 문화에 잘 맞는다.
개인주의 성향을 받아들여라
한국에서는 직장 동료들이 함께 식사하고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일본에선 각자 행동한다. 점심시간이 되면 개인적으로 식사를 하고 시간 내에 자리로 돌아온다. 여러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성향이라면 적응이 어려울 수도 있다. 문화적 차이를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일본 생활에 적응할 수 있다.
취업 자격 및 비자 규정
취업비자는 일정 기간(3년 이내) 일본에 체류하고 특정 업무에 종사하는 이에게 교부한다. 기술, 인문지식 국제사무, 기능비자로 나뉜다. IT 분야 취업자는 기술비자를 받아야 한다. 대학에서 컴퓨터 관련 학과를 졸업해야 하며, 비전공자라면 정보처리(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이 외에 사무직 및 영업직은 인문지식 국제사무 비자를, 특수 분야로서 숙련된 기능을 필요로 하는 분야는 기능비자를 받을 수 있다.
단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 학술·예술 활동을 하는 경우, 일본 특유의 문화나 기예에 대해 전문적인 연구를 실시하거나 전문가의 지도를 받을 경우 일본 내에서 취업은 금지돼 있다. 글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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