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 되기_결정적 ‘한마디’를 만드는 직업

15초의 예술, 광고. 짧지만 뇌리를 스치는 광고 속 카피를 보며 ‘참 기가 막힌 표현이다’하며 ‘올레’를 외친 적 없는가. 광고 카피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전문가의 손을 거쳐 농축된 한 마디로 탄생한다.

바로 카피라이터의 일이다. 과연 카피라이터의 세계는 어떠할까, 카피라이터가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궁금한 자, ‘끌리면 오라’. 이유신 제일기획 CD(Creative Director)로부터 카피라이터의 모든 것을 들어봤다.
[취업 특강] “아이디어와 설득력이 히트 카피의 조건”
카피라이터는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광고의 문안을 작성하는 사람이다. 이유신 CD는 카피라이터를 “아이디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광고의 글을 쓰는 것이 본래 업무인데 점차 광고 형식이 다양해지면서 카피라이터의 업무 영역도 넓어지고 있어요. 최근엔 말 없이 이미지만 나오는 광고도 있잖아요. 크게 보면 광고 제작의 ‘아이디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또한 광고주를 만나 자신의 시안을 보여주고 설득하는 것도 카피라이터의 업무 영역이다. 광고를 찍을 때는 현장에 가서 광고 모델에게 필요한 것을 주문하는 연출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취업 특강] “아이디어와 설득력이 히트 카피의 조건”
카피라이터로 일하기 위해선 ‘광고대행사’에 입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전국에는 120여 개의 광고대행사가 있다. 그중 인 하우스 에이전시(In House Agency)라고도 불리는 대기업 계열의 광고대행사는 삼성의 ‘제일기획’, 현대의 ‘이노션’, 한화의 ‘한컴’ 등이다. 이 밖에 웰컴과 같은 독립 광고대행사, TBWA 코리아 등의 외국계 광고대행사 등도 있다. 카피라이터로 이름이 알려지면 프리랜서로 일하기도 한다.

광고는 4대 매체(TV, 신문, 잡지, 라디오)에 맞게 제작되는데 최근엔 온라인 광고가 확대되면서 ‘웹 카피라이터’를 별도로 구분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카피라이터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뭘까. 이 CD는 한마디로 요약했다.

“‘그래서 한마디로 정리하면 뭔데?’ 이런 요구를 해요. 촌철살인의 능력, 이것을 갖춘 사람이 카피라이터의 최고봉이죠.”

매력적인 문구를 쓰기 위해선 ‘필력’이 있어야 한다.

“누구는 ‘놀랍습니다’ 하는 것을 ‘아이고, 깜짝이야’라고 할 수 있는 것도 필력이죠. 감각이 있어야 해요.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써본 사람이 아무래도 잘하지요.”

카피라이터를 다른 직업에 비유하면 “기자, 작가, 연예인의 어디 즈음”이라고 이 CD는 말했다. 상품이 가진 특징이라는 ‘사실’에 기반하여 글로 표현하는데, 작가처럼 ‘상상’이나 ‘창작’이 필요하고 거기에 대중을 흡수할 수 있는 ‘딴따라 기질’이 더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피라이터 중에는 연예인처럼 ‘끼’가 넘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톡톡 튀고 유머가 있지만 막상 무대에 서는 것은 두려워하는 ‘은둔형’들이라고.

겉으론 화려해 보이는 카피라이터지만 실제 업무 강도는 만만치 않은 편이다. 무엇보다 야근이 많다. 모든 일정을 광고주의 상황에 맞추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카피라이터가 매력적인 이유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로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그런 능력을 인정받을 때 즐거워요. 내가 만든 카피가 개그 소재로 쓰일 정도로 유행을 하면 보람도 느끼지요. 작가가 책 한 권으로 세상을 흔드는 것처럼 15초짜리 광고 하나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광고주의 지갑을 열게 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죠. 또 잘나가는 연예인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에요.”
[취업 특강] “아이디어와 설득력이 히트 카피의 조건”
남다른 경험 많이 쌓는 것이 중요

광고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선 카피라이터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 CD가 시험을 볼 당시에는 단어 30개를 주고 하나의 스토리를 엮어보라는 문제가 나왔다고 한다. 이 밖에 ‘‘담배를 많이 피면 몸에 해롭습니다’라는 담뱃갑의 문안을 다르게 써 보라’는 문제, ‘콩나물국밥, 전주비빔밥을 잘 만드는 식당을 낸다면 캐치프레이즈를 뭐라고 하겠는가’와 같은 문제가 나올 수도 있다.

“요즘은 블로그를 통해 시험 문제가 많이 공유되더라고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미리 연습을 해보면 좋겠죠. 이미 나온 광고를 관심 있게 보는 훈련을 해야 해요. 신문이든 TV든 뭐든지 보고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 다시 써보는 연습이 많은 도움이 돼요.”

무엇보다 “세상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CD는 조언했다. 직접 체험을 못하면 책이나 친구를 통해서라도 간접 체험을 해봐야 한다고.

“세상이 정답이라 말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답을 낼 줄 아는 것이 바로 ‘아이디어’거든요. 학점이 좀 좋지 않더라도 음악이든 전자기기든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배운 것이 있다면 입사 후에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따라서 ‘학벌’과 같은 스펙은 카피라이터가 되기 위한 필수 요건이 아니다. “광고 회사, 특히 제작 파트는 학벌로 차별받지 않는 좋은 직장이다”고 이 CD는 강조했다. 제작물로 승부하기 때문에 실력으로 스펙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CD가 신입사원 채용 시 면접관으로 들어가면 많이 보는 것이 바로 ‘아이디어’와 ‘설득력’이다. 토론 면접에서도 자기주장을 어떻게 펼치는지 관심 있게 본다. 광고 회사에서는 결국 ‘저것을 선택하는 것보다 이것을 선택하는 것이 왜 좋은지’를 설명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입사원에겐 완벽한 능력보다는 ‘가능성’을 기대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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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가 되려면…

전공

신문방송학과, 국문과, 심리학과 등 인문 사회 계열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글쓰기를 좋아하고 자질이 있다면 전공은 중요하지 않다.

참고할 만한 사이트

- 한국방송광고공사(www.kobaco.co.kr) 광고 관련 정보가 많다. 사설인 ‘광고교육원’에선 카피라이터 양성 과정을 열기도 한다.
- 각 광고대행사의 홈페이지 관심 있는 광고대행사가 있다면 틈틈이 홈페이지에 방문해서 관련 소식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회사 사보를 보면 해당 광고 회사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을 알 수 있다.
- 개인 블로그 인터넷에서 ‘카피라이터’로만 검색해도 관련 블로그가 여러 개 나온다. 실제 카피라이터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참고해도 좋다.

카피라이터가 되기 위한 팁

① 실제로 블로그를 운영해 자신만의 히스토리를 만들면 면접 때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제 주소는 이겁니다” 하고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② 광고 공모전을 십분 활용할 것. 광고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면 입사할 때 1순위 스펙이 될 수 있다.
③ 광고 관련 동아리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여러 명이 머리를 맞대고 광고 만드는 연습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④ 인턴십을 공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