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성공 스토리
군 전역 후 3학년으로 복학한 나는 졸업 후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때마침 수업을 통해 CATIA라는 설계 프로그램을 알게 됐는데, 이 CATIA가 내 인생에 슬며시 길을 하나 더 만들어 놓았다.CATIA를 다루는 것이 마냥 재미있어서 별 생각 없이 빠져 있을 무렵 나도 모르게 만들어져 있던 ‘또 하나의 길’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일본에서 CATIA로 설계 업무를 하고 있는 학교 선배를 알게 된 것이다. 또 일본 자동차 설계자로 취업하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살면서 ‘즐기면서 하는 일’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행운아다. CATIA에 흥미를 느끼고 있던 나에게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일본에서 자동차 설계자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은 ‘꿈’ 같은 소식이었다. 물론 일본 취업을 선택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었다.
이후 8개월 동안 일본어와 CATIA 관련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그리고 일본 자동차 설계자로 일하게 됐다. 처음에는 8개월 받은 연수만으로 자동차 선진국 일본에서 설계자로 일하는 게 가능할까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 목표는 마냥 높기만 한 벽이 아니었다. 인생을 건 도전으로 결정한 이상 최선을 다했고, 다행히 흥미가 있던 공부라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일본 기업들은 인재를 보는 눈이 좀 다르다. 실력 외에도 열정과 가능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듯했다. 지금의 실력에서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는지를 눈여겨보는 것 같았다.
나 역시 ‘취업해서 돈 벌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이런 마음가짐이 통했는지 예상보다 빨리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고 어느새 일본에서 생활한 지 3년이 다 되어간다.
일본인은 다른 사람들의 일에 관여하는 것을 무척 꺼린다. 3년 가까이 생활하면서 다소 무심해 보일 수 있는 일본인의 성격에 상처받은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철저한 책임의식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 지금의 선진국 일본을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자신의 능력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자신의 능력에 맞게 철저한 계획을 세워 일하는 일본인은 타인을 간섭할 이유도 간섭당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이런 일본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스스로를 거짓 없이 평가할 수 있는 노하우가 첫 번째다. 그리고 신뢰의 중요성과 타인에 대한 존중 또한 저절로 배울 수 있었다. 이처럼 나라마다 사람이 다르다. 나라마다 특징이 있기 마련이고 국민들은 자신도 모르게 특정 부문에 강점을 지니게 된다. 구체적인 목표나 희망 없이 그저 때가 되어 취업을 준비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닌가 싶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일이 있고 그 안에 나에게 맞는 일이 반드시 존재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의 몫이 될 수도 있다. 나의 강점을 더 강하게 만들어줄 곳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조금 더 멀리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이가 늘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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