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웬만한 명문대 학생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증권사(유진투자증권)에 당당히 입사한 강우석 씨는 중장기 복무자 취업 성공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군 복무 시절 숨 돌릴 틈 없이 돌아가는 일과 중에도 철저한 시간 관리로 자기 발전에 힘 쏟아 아주대 금융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기도 했다.

6년 군 복무 동안의 쉼 없는 자기 채찍질은 ‘취업 성공’으로 보상받았다. 새벽 출근과 밤 늦은 귀가에도 염원했던 증권맨이 됐다는 사실에 하루하루 만족하며 보내고 있다. 입대 전 목표했던 취업·결혼·대학원·내 집 장만의 4마리 토끼를 모두 손에 넣고 전역했다는 그를 1월 18일 오전 여의도 유진투자증권 본사에서 만났다.

인터뷰가 본의 아니게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점심시간까지 잡아먹었지만 힘든 내색 없이 끝까지 밝은 모습을 보여줬다.
[예비역 카페] “하나 둘 하나 둘! 증권사 취업 앞으로 가!”
어떤 업무를 하고 있나요?

영업부에서 브로커리지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브로커리지 업무는 주식이나 채권, 금융 상품을 매매하는 일입니다. 고객들의 자산관리, 주식·채권 매매 대행, 금융 상품 추천 등의 업무가 포함됩니다.

현역 병사를 택하지 않고 학사 장교를 택한 이유는요?

‘군 장학생’이라는 경제적 혜택을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군 장학생 제도는 대학 재학 중 군에서 학비 및 보조금 등의 장학금을 받는 제도입니다. 3년에 걸쳐 받았는데 그것으로 학비를 해결할 수 있었고, 기타 수입을 포함해 약 2000만 원 자금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그 자금을 펀드에 재투자했는데, 투자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또 군 생활을 사회 경험의 일환으로 생각했던 측면도 있습니다. 병사로 군대에 가기보다는 장교로 가는 것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펀드 투자의 결과는 어땠나요?

운이 좋았습니다. 사람들이 펀드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때 가입해서 수익을 올릴 수 있었어요. 2007년 한창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는 부동산으로 갈아타서 짭짤한 수익을 봤죠. 이때 벌어들인 수익으로 집 장만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보직으로 근무했습니까?

군에서 총 6년 동안 근무했습니다. 첫 3년은 해병대 2사단(김포 소재)에서 화학 장교 보직을 맡았습니다. 대테러, 적의 화생방 공격에 대비하는 업무였고, 저는 사단장을 보좌하는 핵심 참모 역할을 했습니다.

나머지 3년은 국방부 화생방 방호 사령부에서 근무했습니다. 대테러 교육 장교를 하면서 지역 관공서, 대외 기관에 화생방 교육 교관을 나가는 등의 교육 업무를 맡았습니다.

군 생활을 뒤로 하고 사회로 나온 이유는요?

군인은 상당히 안정적인 직업입니다. 어느 정도 정년이 보장되고, 20년 정도 근무하면 매월 200만~300만 원의 연금이 나오죠. 하지만 그 이면에 다소 무미건조한 삶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스스로의 발전을 꾀하기도 힘들고요. 또 봉급과 연금으로 얼마나 큰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습니다.

군 생활 동안 공부는 어떻게 했나요?

야근을 많이 하는 보직이어서 공부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대하기 1년 전부터 ‘야근을 하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점심시간·체육 시간에도 업무를 봤고 일과 종료 시간인 오후 6시 전까지는 모든 과업을 마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낸 시간에 강남에 있는 영어 학원을 다녔어요. 월·수·금에는 토익, 화·목에는 OPIc 학원을 다녔습니다. 휴가나 기타 개인 시간에는 항상 도서관에 나갔습니다. 최대한 기업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갖추려고 노력했죠.

또 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면접 스킬, 이력서 쓰는 방법 등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군에서도 많은 지원을 해줬는데, 저 같은 경우는 인사 조치를 받아 업무 시간에도 제대군인지원센터 교육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제대 이후를 준비하는 장교에 대해 군대 내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제대 군인의 사회 진출에 대한 시각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보수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장려하는 추세입니다. 열린 마음을 가진 지휘관들이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대학원은 어떤 계기로 진학하게 됐습니까?

입대 전부터 대학원에 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군 복무 기간이 길수록 사회에 나가는 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상쇄해주는 것이 ‘대학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제대 후 진로를 금융 쪽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관련 지식을 많이 배울 수 있는 금융대학원을 선택했습니다. 군에서 학비의 절반을 지원해주기도 했어요.

실제 취업 준비는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본격적인 취업 준비는 2010년 5월부터 했습니다. 5월 전에는 천안함 사태 때문에 제대로 준비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테러 분야에 있다 보니 더욱 그랬죠. 인터넷이 자유로운 것도 아니어서 정보 얻기도 힘들었습니다. 천안함 사태가 어느 정도 안정되고 난 뒤 입사 지원을 하려고 보니 남은 곳이 세 군데밖에 없더군요. 그중 한 곳이 지금 다니고 있는 유진투자증권입니다.

군대 경험이 현재 업무에 도움되는 부분이 있다면요?

국방부에 있으면 관공서 및 일반 회사와 업무 협조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죠. 저 또한 군 시절 만들었던 네트워크를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직업상 여러 곳에 투자설명회를 나가기도 하는데 군대에서 익힌 브리핑 능력, 강의 능력이 빛을 발할 때가 많습니다. 워드나 PPT 등 군에서 익힌 OS 활용 능력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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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카페] “하나 둘 하나 둘! 증권사 취업 앞으로 가!”
[인터뷰] 박무호 유진투자증권 인사팀장

“최소한 증권투자상담사는 취득하라”

박무호 유진투자증권 인사팀장은 중장기 복무자를 선발하는 기준으로 먼저 ‘인성’을 꼽았다. “지휘관 경험에서 체득한 리더십, 사람에 대한 경험, 난관을 극복하는 의지 등이 다른 구직자들보다 강하다”며 “국가에 대한 높은 충성심은 회사의 건전한 조직 문화로 승화될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은 채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고 했다. 예를 들면 증권투자상담사·파생상품투자상담사·일임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 등 ‘증권 자격증 3종 세트’를 미리 취득한 지원자가 드물다는 것이다. 물론 자격증이 없다고 입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최소한 해당 업계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는 한 후에 지원할 것을 권했다.

박 팀장은 자격증 취득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자격증은 결국 운전면허증과 같은 것인데, 회사에 들어와서 면허를 따는 것과 미리 따고 들어오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3종 세트’를 모두 취득하는 것이 가장 좋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최소한 증권투자상담사는 취득할 것”을 권했다.

직·간접적인 경험을 많이 해보는 것도 좋다고 했다. 어떤 구직자는 휴가 때 시간을 쪼개 자신이 근무하고 싶은 증권 회사의 지점에 방문해 이것저것 물어봤다고 한다.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회사에서 볼 때 ‘대단히 기특한 인재’라고 했다.

CAMPUS Job&Joy가 현역 장병 65만 명과 예비군 300만(2009년 기준) 명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예비역 카페’는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20~30대의 청년과 현역 군인들을 위한 맞춤형 취업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herejun(Twitter)│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