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람 ‘치킨매니아’ 서울산업대점 사장

호텔조리를 전공한 요리사가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한다? 썩 훌륭한 매치가 아닌 듯 보이지만 그 속엔 ‘깊은 뜻’이 숨어 있다. 외식 사업가를 꿈꾸는 정자람 사장이 첫 번째 사업 아이템으로 선택한 게 바로 치킨.

자유 시간을 기꺼이 반납하고 24시간 뛰는 이유도 머지않아 큰 사업가의 꿈을 이루겠다는 결심 때문이다. 부모님도 그런 그를 믿고 첫 걸음 내딛기에 도움을 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25세의 이 젊은 사장님은 한 달에 5000만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싹수’를 증명하고 있다.
['취업 대신 창업' 케이스 스터디] “첫 단추 잘 꿰어 큰 사업가로 성장할래요!”
그는 대학 시절부터 취업보다 창업에 관심을 두었다.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를 맛봤다. 한때는 자동차로 지방 상권을 도는 의류업을 하겠다며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담긴 포트폴리오를 만들기도 했다. 편의점, 음식점 배달부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대학 졸업 후엔 ‘사회’를 공부하기 위해 아예 독립을 했다.

“1년 동안 혼자서 살아보겠다고 남양주 집을 떠나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하며 호프집과 고깃집에서 일을 했어요. 점포를 운영하려면 유통 체계도 알아야 했기에 식자재 납품 영업도 했지요. 이 과정에서 외식업 트렌드를 읽는 안목이 생겼어요. 망하는 점포와 성공하는 점포의 차이를 알게 되고, 고객 반응을 직접 접하면서 서비스 노하우도 쌓았습니다. 고생은 했어도 큰 공부를 한 셈이죠.”

1년 동안 집 떠나 독하게 ‘사회 공부’

['취업 대신 창업' 케이스 스터디] “첫 단추 잘 꿰어 큰 사업가로 성장할래요!”
1년 동안 ‘야생형 체험’을 하면서 가장 관심을 둔 사업 아이템이 치킨호프 전문점이었다. 불황에도 큰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린다는 점이 초보 창업자에게 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역시 자금이 문제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아버지에게 공동 창업을 제안했어요. 부족한 자금을 아버지가 맡는 대신 노동력 등 모든 것을 투자하겠다고 설득했어요. 흔쾌히 수락하셔서 부자(父子) 창업이 성사된 겁니다.”

아버지와 의기투합에 성공했지만 더 큰 문제는 창업의 실제 과정을 밟은 일이었다. 조리학과를 나왔지만 전문가가 아닌 데다 초보 창업자라는 현실을 감안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하기로 결정했다.

꼼꼼한 검토 끝에 레스토랑형 인테리어가 특징인 ‘치킨매니아’를 선택했다. 기름 냄새 대신 커피 향이 날 것 같은 세련된 분위기가 남성뿐 아니라 젊은 여성, 가족 단위 고객까지 흡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우선 가맹 본사를 찾아가 물류 및 가맹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고 경쟁력을 따져보았다. 돌다리도 두드려본다는 생각으로 다른 가맹점들을 찾아가 점주의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점포 자리를 물색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3개월 넘게 발품을 판 끝에 수요층이 두터운 서울산업대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사업이 늘 순조로운 것은 아니었다. 특히 주방 일이 어려웠다. 조리학을 전공했지만 프랜차이즈의 핵심인 ‘항상 일정한 맛’은 쉽지 않았다.

“속이 익지 않은 경우, 소스를 너무 조리거나 덜 조린 경우 등 별별 시행착오를 다 겪었어요. 표준 레시피대로 해도 처음엔 쉽지 않더군요. 연습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하고 주방에 남아 닭을 튀기고 또 튀겼습니다.”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에겐 무조건 머리를 숙이고 다시 요리를 해 올렸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고객에게 전해져 오히려 단골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또 ‘만족하지 못하면 결코 다시 찾지 않는다’는 철칙을 세우고 사소한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좋은 평을 받고 있다.

또래인 대학생 고객은 더욱 깍듯이 모시고 있다. ‘손님은 왕’이라는 격언을 100%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이 덕분인지 최근에 불거진 5000원짜리 ‘통큰치킨’ 사태에도 별 영향이 없었다.

요즘 정 사장의 일과에 개인시간은 거의 없다. 오후 3시부터 영업을 준비해 새벽 4시까지 일을 하고 오전 6시에나 잠자리에 든다. 기상 후엔 다시 일을 시작하는 혹독한 생활이다. 그래도 그는 늘 활기 넘친다.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고객 반응과 매출에 피곤할 틈이 없다고.

“지금은 고생을 해야 할 때라고 마음을 먹었어요. 대신 10년 후, 빠르면 5~6년 후에는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크게 성장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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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대신 창업' 케이스 스터디] “첫 단추 잘 꿰어 큰 사업가로 성장할래요!”
[전문가 조언] 치킨호프 전문점 성공하려면

진입장벽 낮은 ‘레드오션’… 남다른 경쟁력 갖춰야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

치킨호프 전문점은 창업시장에서 ‘영원한 인기 아이템’으로 통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해 수요층이 넓은 데다 특별한 운영 노하우가 필요치 않아 다른 외식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창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치킨과 맥주를 함께 판매하기 때문에 배달, 테이크아웃 등 매출 다각화가 쉽다.

그러나 이런 장점이 치열한 경쟁을 촉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시장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경쟁도 치열해 대표적인 레드오션 업종으로 꼽힌다. 많이 생기는 만큼 퇴출도 많은 ‘다산다사(多産多死)형’ 구조인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미 포화 상태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따라서 소비자의 기호 변화를 잘 파악해 트렌드에 맞는 메뉴를 갖추고, 인테리어 등 남다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다. 프랜차이즈 형태 창업이 대부분이므로 본사 선택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안정적인 물류 유통 시스템을 갖췄는지, 메뉴의 경쟁력이 있는지, 가맹점 지원 및 관리 시스템을 갖췄는지 등을 골고루 살펴야 한다.

정 사장의 경우 젊은 고객층이 많은 상권을 선택해 인테리어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를 고른 게 주효했다. 현재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매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를 조언한다.

예컨대 치킨집 같지 않은 인테리어를 활용해 점심시간에 커피나 음료 등을 판매하는 카페로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단 매출 증대 효과보다 인건비 등 비용 지출이 커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배후에 아파트 단지가 있는 만큼 어린이가 좋아하는 메뉴를 추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치킨호프 전문점 창업 성공 전략 ◑

치킨 손님과 맥주 손님 모두를 위한 다양한 메뉴 구성
조류독감 등 외부 변수에 대비하는 대체 메뉴 준비
인테리어 등 고급화 전략으로 가족 외식 수요 흡수
배달, 테이크아웃 등 판매 채널 다각화
프랜차이즈 가맹 본사의 자질·경쟁력 체크


글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