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매니저 되기

여대생이 선망하는 직업 순위에서 늘 상위권, ‘골드 미스’의 화려하고 당당한 이미지와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지는 직업, 왠지 ‘있어 보이는’직업. ‘브랜드 매니저’다.

브랜드 매니저는 특정 브랜드의 탄생에서 소멸까지 브랜드 전체의 라이프사이클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브랜드 매니저가 활약하는 분야는 화장품뿐 아니라 컴퓨터, 통신, 식·음료 등 소비재 영역 전반에 걸쳐 있다.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모든 업종에 브랜드 매니저가 필요한 만큼 생존 경쟁도 치열하다. 드라마 속 당찬 커리어우먼의 단골직업 브랜드 매니저의 세계로 떠나보자.
인기 드라마 ‘역전의 여왕’의 주인공 황태희(김남주 분)와 그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백여진(채정안 분)은 화장품 회사의 ‘기획팀장’, 즉 브랜드 매니저다. 그들은 화려하고 당당하다.

또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서로 경쟁하며 치열한 머리싸움을 한다. 커리어우먼의 표상인 ‘브랜드 매니저’의 모습이 녹아 있다. LG생활건강 ‘후’를 담당하는 문진희 브랜드 매니저는 이 직업의 요건으로 멀티플레이어의 자질을 꼽았다.

“드라마 속 화려한 이미지만 보고 달려들면 금방 나가떨어질 거예요. 브랜드 매니저는 신제품 출시에서부터 매출 책임까지 모든 일을 총괄해요. 한마디로 ‘팔방미인’인 거죠. 한 가지만 잘해서는 절대 브랜드 매니저가 될 수 없어요.”

다양한 업무를 하는 브랜드 매니저의 하루 일과는 무척 빡빡하다.

“출근하면 전날 제품이 얼마나 팔렸는지를 먼저 체크해요. 그리고 개발, 광고, 프로모션 관련 업무를 순차적으로 하죠. 제품이 잘 팔릴 수 있도록 홍보 업무도 해요.

또 광고에서 어떤 모델을 쓸지, 광고 콘셉트는 어떻게 잡을지, 제품이 판매되는 현장의 인테리어는 어떻게 할지 등을 결정하는 것도 브랜드 매니저의 몫이에요.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일이 일어나요. 하루에 이 많은 일을 다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직업이죠?”
듣기만 해도 과부하가 걸릴 것 같은 업무량이다. 하지만 브랜드의 라이프사이클을 책임지는 만큼 보람도 남다르다.

“탄생, 생활모습,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에요. 또 내가 써보고 만족한 제품이기 때문에 즐겁게 일할 수 있어요. 다른 사람보다 먼저 새로운 것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지금 현재를 사는 게 아니라 앞으로 6개월, 1년 후 내 제품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며 산다는 겁니다. 미래를 사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끊임없이 감각을 잃지 않고 안목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대신 늘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알 수 있어 흥미롭다고. ‘동전의 양면’이 아닐 수 없다.

브랜드 매니저는 기업의 마케팅 관련 부서로 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평균 10~13년이 지나야 진짜 ‘브랜드 매니저’가 될 수 있다. 사원 3년, 대리 3년, 과장 4년 이상을 거쳐야 실무에 대한 감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매니저는 “이성적인 머리와 감성적인 마음,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그것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브랜드 매니저로 빨리 성장한다”고 덧붙였다.

직업 전망도 밝다. 기업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많은 사람이 선망하면서 핫(hot)한 직업이 되었다. 따라서 고급 인력이 몰리고 있다는 것. 게다가 여성에게 안성맞춤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입사 경쟁률은 매년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문 매니저는 브랜드 매니저를 ‘전체를 굴러갈 수 있게 하는 운전사, 혹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라고 표현했다. 다방면에 능통해야 할 뿐 아니라 여러 관련 부서와의 협업을 순조롭게 관리·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역시 브랜드 매니저는 멀티플레이어다.

“한 가지에 올인하는 지원자보다 다양한 경험, 지식이 있는 사람을 선호해요. 창의적인 일을 하는 직업이니까요. 남들이 안 해본 것들을 해야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어요. 학교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세요. 리서치, 컨설팅, 마케팅 회사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거나 고객 접점에서 고객과 소통했던 사람, 각국으로 여행 다니며 문화적인 경험을 했던 친구들이 아무래도 유리해요.”


브랜드 매니저에 대해 궁금한 것 몇 가지

Q 연봉은 어느 정도인가.

A 회사마다 다르다. 대기업 팀장급이면 보통 6000만~7000만 원, 외국계 기업에서 잘나가는 사람들은 억대 연봉이다. 본인의 능력에 따라 큰 차이가 있으며 회사별로 인센티브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다른 직군에 비해 연봉이 높은 건 확실하다.

Q 브랜드 매니저에게 필요한 자질은.

A 여러 유관 부서와 함께 일을 하니까 성격이 좋아야 한다. 트렌드를 앞서가서 제품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감각과 리더십도 필요하다. 그리고 외국어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해외 마케팅 트렌드 파악, 시장 조사, 외국 거래사와 미팅 등이 많기 때문에 어학 능력은 필수다. 또한 디테일함도 키워야 한다. 많은 일을 한꺼번에 진행하기 때문에 세심하게 업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Q 어떤 매력이 있는지.

A 여성에게 참 좋은 직업이라고 느낀다. 내가 늘 쓰는 제품이고, 쓰면서 고민할 수 있고, 그 고민을 현실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매니저가 되려면…

전공

전공은 무관하다. 하지만 직무 지식이 있어야 입사할 수 있다. 최근에는 경영학 전공자들이 많이 지원한다. 마케팅에 경영학 전공이 필수는 아니지만 지원자들은 이미 경영과 마케팅에 대해 공부하고 온다. 그 다음으로 어문학 계열이 많다. 다양한 경험을 요구하고 소비자와 직접 만나야 하는 직업인 만큼 소비자학과나 사회 전반에 대해 관심 많은 사회학과, 심리학과 전공자들도 상당수다.

관련 자격증

- 브랜드관리사 : 한국자격진흥협회 주관으로 1급, 2급 시험이 있다. 2급 시험은 학력, 경력, 연령에 제한이 없지만 1급은 2급 자격취득자, 4년제 대학 관련학과 또는 관련과목을 3년 이상 이수한 자에 한한다. 진출 분야는 기업가치 창출 분야, 지적재산권 관련 연수원 및 교육원 등이다.

- Excellent Brand Manager : 한국생산성본부의 자격증으로 교육대상은 브랜드 매니저 희망자 혹은 브랜드 매니저 업무에 대해 실무적으로 알고 싶은 사람 등이다. 오는 4월, 9월에 교육이 이뤄지며 하루 8시간, 총 5일간 진행된다.

주요 문의 기관

-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www.kdb.or.kr
- 중소기업청 www.smba.go.kr
- 한국능률협회 www.kma.or.kr
- 한국브랜드마케팅협회 www.k-brand.kr





문진희
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부 한방마케팅 부문 ‘후’ 브랜드 매니저
1973년 생
인하대 고분자공학과 졸업
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부
신제품 개발팀 입사
론칭 브랜드 : 후 비첩 자생·천기단,
이자녹스 링클 디클라인 더블 이펙트


글 한상미 기자 hsm@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