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균승의 희망 칼럼

천직(天職). 문자 그대로 태어날 때 하늘이 내려준 직업이 천직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천직을 이야기하면 진부한 느낌이 든다. 그 이유는 요즘 시대에 천직이 어디 있으며 천직을 찾아내어 평생 그 길을 가도 될 만큼 세상 사는 것이 그렇게 한가롭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게다가 천직을 찾아냈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는 소위 유망 직종이 아니면 잘 통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교육 현장 어디에서도 천직을 발견하라고 진지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무진 애를 써서 천직을 찾았다 하더라도 일단 돈이 되지 않으면 별 쓸모가 없다고 여긴다.
[Column] 평생 할 일을 찾아나서라
그런 이유 때문일까. 어떤 사람들은 “천직이 밥 먹여주냐”며 냉소를 머금는다. 그들은 그저 학교 졸업하고 좋은 조건의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스펙 쌓기’에나 전념하라고 젊은이들을 채근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는 반드시 자신만의 고유한 천직이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천직은 없는 것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자신에게 내재돼 있던 것을 발견하고 찾아내는 것이다. 남에게 있는 것을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살다 보니 그렇더라. 일이란 것이 단지 경제적 보상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더라. 일을 통해 얻는 정신적 보상 또한 무척 가치 있는 것이더라. 또한 삶이라는 긴 시간의 여정 속에서 정신적 만족이 없는 경제적 만족이란 결코 오래가지 못하더라.

그래서 필자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천직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스스로 찾아나서는 탐험의 시간을 꼭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비로소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젊음은 결실의 시기가 결코 아니다. 수확의 기쁨은 인생의 가을에 가서 만끽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생의 봄날에 좋은 씨를 뿌려야 한다. 그런 다음 인생의 여름날엔 도전의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정성스레 가꾸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풍요로운 결실의 가을을 향유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면, 언제 그 소중한 일을 하려고 하는가? 그렇게 살다가 어느 날 반드시 찾아올 인생의 가을에 어찌하려고 그러는가?

천직 발견은 인생의 가을에 자신이 수확하고 싶은 꽃과 열매의 씨앗을 골라내는 것이다. 아름다운 꽃과 탐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풍요의 계절을 떠올리며 오늘 하루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온통 거기에 바치는 것이다.

천직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와 목적, 인생의 사명뿐 아니라 직업의 사명을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삶의 비전과 목표를 분명하게 확립하며,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에 자신의 일생을 온통 거는 것이다.

이제 한국에서 가장 안정된 일자리는 ‘평생 할 일’이다. 여기서 평생 할 일이란 자신이 좋아해서 하는 일일 뿐 아니라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일임과 동시에 시간이 갈수록 더 잘하는 일을 의미한다.

그것이 바로 천직이다. 비록 그 일이 반드시 고소득을 보장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일을 좋아하고 즐길 수 있으면서 안정적인 수입도 보장해준다면 최고의 직업으로 삼기에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Column] 평생 할 일을 찾아나서라
정균승 국립 군산대 경제학과 교수

인기 블로그 ‘정균승의 테마여행(www.cyworld.com/wjdrbstmd)’을 운영하며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멋쟁이 교수님. 자기 경영 분야 강사로도 이름이 높다.


일러스트 신혜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