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업 아티스트 되기

이경민, 조성아, 김청경, 정샘물, 박태윤, 손대식…. 이 이름들을 안다면 당신은 미용업계 또는 연예계에 꽤나 관심 있는 사람이다. 연예인들이 ‘선생님’이라 부르는 이들은 ‘화장의 달인’, 바로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이들은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몇 번의 손짓만으로 마술처럼 확 달라진 얼굴을 만들어낸다. 화가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이들은 고객의 얼굴로 작품을 만든다. 결혼식, 방송, 공연, 화보 등 반드시 이들의 손을 거쳐야만 하는 일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공격적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주목받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건 화장품 브랜드를 내놓고 비즈니스를 겸하는가 하면 연예 프로그램 단골 출연자로 스타 뺨치는 유명세를 자랑하기도 한다. 덕분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길 원하는 지망생이 크게 늘고 있다.

늘 화려해 보이는 이 직업, 그 속 세계는 어떨까. 몸값 대단한 스타급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경력 22년의 왕고참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오세희 수빈아카데미 대표를 만나 금과옥조를 들어봤다.
[취업 특강] 아름다움과 행복을 전하는 직업…“경력·실력이 관건”
“남을 행복하게 만들고, 나도 행복해지는 일이 어디 흔한가요? 세상의 수많은 전문직 중에서 단연 돋보이죠.”

1세대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오세희 대표는 자신의 직업을 ‘참 좋은 일’이라고 표현했다. ‘아름다운 것만 보고, 생각하며, 창조해내는 직업’이기 때문이란다. 결혼, 약혼, 공연, 방송 등 밝고 긍정적인 일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는 특징도 빼놓을 수 없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말 그대로 화장 전문가다. 그러나 화장 기술에만 능해선 ‘아티스트’라 불리기 어렵다. 숙련된 기술뿐 아니라 색깔, 패션, 헤어 스타일링, 얼굴 윤곽 등에 대한 이해와 전문가적 감각을 갖춰야 메이크업 아티스트라 할 수 있다. 늘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선보여야 하는 만큼 창의력도 필요로 한다. 트렌드를 앞서가는 센스 또한 필수 요소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대일로 고객을 만나야 하는 일이어서 매너, 인품도 꼭 갖춰야 합니다. 실력과 감각, 고객 지향 마인드 3박자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성공하기 위한 기본 조건인 셈이죠. 하지만 현실은 그저 멋져 보여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지망생이 많아요. 멋진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소수의 톱클래스만이 누리는 명예라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취업 특강] 아름다움과 행복을 전하는 직업…“경력·실력이 관건”
오 대표는 지난 22년 동안 3만 명에 육박하는 수강생을 배출했다.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몰릴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전문가로 성장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남이 하면 매력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니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금세 포기하는” 지망생이 상당수인 까닭이다. 그만큼 환상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이 많다.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굉장히 열악한 세계입니다. 스타급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하루아침에 그렇게 된 게 아니에요. 밑바닥부터 시작해 정상에 올랐죠. 오랜 시간 땀 흘려 경력을 쌓고 실력을 키워야 이름값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학원이나 관련 대학을 졸업하고 자격증을 땄다면 취업 걱정은 안 해도 될 정도다. 그러나 전문가로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현장 경력과 함께 실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초반 1~2년 동안 혹독한 어시스트(보조) 생활도 피할 수 없다.

“수련 과정이 쉽진 않아요. 전문가 옆에서 조수로 일하면서 스스로 배워야 하죠. 이 과정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2~3개월 만에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포기하는 걸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어요. 연예인과 작업하는 모습이 부러워서 시작하면 십중팔구 중도 탈락합니다.”

오 대표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지망생들에게 “직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먼저”라고 조언했다. 그저 얼굴을 예쁘게 치장해주는 일이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다.

“패션, 트렌드, 컬러, 헤어디자인 등 관련 분야 공부를 필수로 해야 합니다. 또 정상에 서기 위해선 상상 이상의 어려움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해요. 생각보다 공부와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어려운 직업이라는 점, 잊지 마세요.”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대해 궁금한 것 몇 가지

Q 반드시 자격증을 따야 하나?

A 메이크업 아티스트 자격은 민간단체에서 발급한다. 미용사 자격처럼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증이 아니다. 관련 단체에서 국가 자격증으로 승격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태. 이런 특징 때문에 자격증의 필요성에 대해 설왕설래가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메이크업에 입문하는 초보자라면 자격증 취득을 위해 실력을 쌓을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면서 기량을 높일 수 있고, 합격 여부로 실력에 대한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원 채용 시 자격증 소지자를 원하는 경우도 많다.

Q 유학 경험이 얼마나 도움이 되나?

A 이른바 ‘청담동 메이크업 숍’이 유명세를 타면서 ‘유학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학원 수료 - 자격증 취득 - 대학 진학 - 유학의 과정을 거치는 지망생이 부쩍 늘었다. 프랑스, 영국, 미국 등이 유학지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유학을 다녀왔다고 해서 무조건 몸값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메이크업 세계에서 최우선 고려 사항은 현장에서의 경험과 실력. 유학파에 대한 특별대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오세희 대표는 “현장 경험 없이 유학부터 다녀와 정작 실전에서는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으면서 유학의 필요성을 느낄 때 떠나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Q 연봉은 어느 정도?

A 메이크업은 미용 분야에서 보수가 가장 높다. 하지만 어느 분야나 그렇듯 입문 단계에서는 저임금과 수련에 따른 고달픔을 피할 수 없다. 진출 분야에 따라 임금이나 수련 기간은 조금씩 달라진다. 방송 분야나 메이크업 숍의 어시스트(보조)는 수습 기간 동안 월 100만 원을 밑도는 보수를 받는 경우가 많다. 각종 허드렛일도 어시스트의 몫. 백화점 등에서 메이크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화장품 브랜드나 패션 관련 기업에 입사한다면 초봉은 2000만 원 안팎이다.

정식 아티스트로 활동하게 되면 연봉 수준도 높아진다. 메이크업 숍의 ‘실장’이 되려면 경력 4~5년 이상으로 실력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연봉은 2500만 원 수준. 이름값을 높여 프리랜서로 활동한다면 고소득도 가능하다. 1건당 10만~15만 원에서 수십만 원에 이른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려면…

1~2년 조수로 일해야…일자리 풍부한 편

[취업 특강] 아름다움과 행복을 전하는 직업…“경력·실력이 관건”
미용 관련 학원에 등록해 수강하면서 자격시험에 도전하거나 관련 학과가 개설된 대학에 진학하는 게 일반적이다. 실전에 나가면 방송, 잡지, 연극, 영화, 뮤지컬, 광고 등의 분야에서 분장을 맡거나 메이크업 숍에서 고객을 직접 대한다.

화장품 브랜드에 입사해 메이크업 쇼, 화장법 개발 등을 담당하거나 연예기획사에 소속돼 연예인 전담팀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많다. 수요가 풍부해서 취업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특히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각광받고 있다. 현재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남짓. 하지만 일부 화장품 브랜드에선 남성 아티스트를 원하기도 한다.

아티스트로서 이름을 내걸고 활동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5년의 경력이 필요하다. 독자적인 메이크업 패턴을 개발하는 등 실력을 쌓은 후에 프리랜서로 독립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망생이라면 우선 자격시험에 도전해볼 만하다. 한국메이크업협회, 한국분장예술인협회 등에서 시행한다. 공통적으로 3, 2, 1급의 세 가지 자격으로 나뉘며 시행 기관에 따라 시험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시험은 1년에 4차례 치러진다.

학원 수강을 통해 기량을 닦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빈아카데미 등 전문 학원에서는 취업, 유학, 연수 등을 알선해준다. 수빈아카데미의 경우 100%에 가까운 취업 성공률을 자랑한다.


오세희 수빈아카데미 대표

1989년 이화뷰티아카데미
(수빈아카데미 전신) 개원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방송 프로그램, 콘서트, 뮤지컬 등 메이크업 담당
서울, 부산, 대구, 광주에 수빈아카데미 설립·운영
한국메이크업협회장
영산대 미용예술대학원 외래교수
우송대 뷰티디자인학과 겸임교수


글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