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아니다. 암울한 10대를 보냈지만 ‘꿈’이라는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날아오른 김수영 씨의 인생 역전 스토리다. 가출 당시 정말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을 듣고 ‘컴백홈’했다는 그를 만나 ‘꿈’에 대해 들어보았다.
![[Interview] 꿈, 도전 그리고 믿음…“불가능이란 없잖아요”](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AD.25684090.1.jpg)
“중학교 때 선생님에게 ‘사라져라, 차라리 가출을 해라’는 말을 들었던 문제아가 지금은 꿈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잖아요. 그게 이유가 아닐까요?”
10여 년 전 KBS 프로그램 ‘도전! 골든벨’에서 실업계 고등학교 최초로 골든벨을 울린 학생. 많은 사람이 그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중학교 자퇴 후 검정고시를 봐서 실업계 고등학교(여수정보과학고)에 갔어요. 나조차 나를 믿어주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때는 진흙탕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진흙탕’이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그의 10대는 과연 어땠을까.
“초등학교 때 왕따를 당했고 중학교 때는 말 그대로 문제아였어요. 튀고 싶어서 일부러 그랬던 것 같아요. 경찰서에 들락날락했으니까요. 술·담배는 기본이었죠.”
우연이었을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관련 뉴스에서 현지 아이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는 순간, 여태껏 자신의 방황이 사치라고 느껴졌다. ‘아, 이러고 있으면 안 되겠구나. 계속 이렇게 지내면 내 인생이 너무 암울하겠구나. 여기서 벗어나야겠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단다.
그렇게 처음 꿈을 갖게 됐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 진학을 목표로 정했다. 고등학교 입학 후 첫 시험 결과는 전교 1등. 딱 2주 앉아서 공부한 결과였다.
“실업계잖아요. 다들 공부 안 하니까 전교 1등 한 거예요. 전국 모의고사 점수는 110점이었어요. 완전 엉망이었죠. 고2 때는 210점이 나오더라고요. 1년간 공부에 매진하니 지방대 갈까 말까 한 성적이 나왔어요. 그 정도 수준이었어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학비가 면제되는 전교 1등을 놓칠 수 없었다고. 덕분에 고3 내내 전교 1등을 차지했다. 그래도 대학 진학에 대해서는 다들 비웃었다. ‘현실을 알아라,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 등등. 선생님들도 그저 웃으셨다고.
“사람들은 현재와 과거만을 보고 판단해요. 아무도 내 꿈을 응원해주지 않았어요. 그게 참 야속하고 억울했어요.”
그는 오기가 생겨서 더 열심히 공부했다. 그 결과 수능 375점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받았고, 졸업 직전 학교에서 열린 ‘도전! 골든벨’에서 실업계 고등학교 최초로 당당히 골든벨을 울렸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지만 진정 원하는 바를 알지 못했다. 리서치회사 조사원, 속기사, 인터넷 강사 등 각종 아르바이트로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공허함만 커졌다고 한다.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그저 남들 눈에 비치는 모습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보란 듯이 좋은 학교, 좋은 직장에 가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어요.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으로 어느 회사 들어갔다더라’ 그런 말이 듣고 싶었으니까요.”
졸업 후 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당당히 입사했다. 하지만 입사 후 정기검진에서 작은 암세포가 발견됐고 그 정신적 충격에 방황을 하게 됐다.
“수술로 금방 완치됐어요. 하지만 그 충격이 너무 컸어요.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거죠.”
‘전화위복’이란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그는 73가지 꿈에 대한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실행에 옮기겠다고 다짐했다. 2005년에 리스트를 작성하고 만 5년이 지난 현재 32개를 달성했다. 그러고는 무작정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맨땅에 헤딩’하기를 반복했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다.
![[Interview] 꿈, 도전 그리고 믿음…“불가능이란 없잖아요”](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AD.25684091.1.jpg)
그는 그 경험들을 살려 해외취업 관련 블로그(blog.naver.com/ cyberelf00)를 운영하고 있다. 그 ‘바닥’에선 이미 인기 ‘멘토’인 셈.
힘들 때마다 그는 언젠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연하고 있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때의 상상이 현실이 됐고 불가능이란 없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하고 싶다’ ‘할 수 있다’ ‘하겠다’ 그 경계선은 ‘믿음’이에요. 내가 할 수 있다는 믿음. 저는 그 믿음이 없어서 너무 고생했어요. 그걸 극복하니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믿음이 생기려면 먼저 말을 하는 게 중요해요. ‘뭘 하고 싶다’고 자꾸 말할수록 기회가 찾아온다는 걸 경험했거든요.”
파란만장했던 10대와 20대를 보내고 이제 다가올 그의 삶은 어떻게 꾸며질까 궁금했다.
“아직 못해본 게 너무 많아요.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도전하고 경험하고 싶어요. 인생의 1/3은 한국에서 살았으니까 1/3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나머지 1/3은 가장 사랑하는 곳에서 살 거예요. 이제 런던에서 만 5년 살았으니 더는 미련 없어요. 내년에는 세계 일주를 하고 남미에 정착할까 해요. 안주하는 건 재미없잖아요.”
김수영
1981년 생
중학교 자퇴
검정고시로 실업계 고등학교 입학
실업계 고등학교 최초 골든벨(KBS) 주인공
연세대 영문·경영학 전공
골드만삭스 입사
현재 로열더치쉘 영국 본사 근무
글 한상미 기자 hsm@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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