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은의 달콤살벌 연애 코치

[Love] 지루한 사랑, ‘까리’하게 바꾸고 싶다?
애인과의 섹스는 언제까지나 짜릿하고 뜨거울 거라 생각하는가. 슬프게도 이 생각이 틀릴 확률은 거의 99%에 가깝다는 비극적인 말로 이번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

처음엔 온몸이 불타버릴 것처럼 뜨겁던 관계도 횟수를 거듭하면 사그라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너무도 매력적인 이성이니까’라며 자신하고 있다고? 겉으로는 당신과의 섹스를 즐기고 있는 듯 보인다 해도 실제로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수도 있음을 기억하라.

시기가 문제일 뿐 결국 섹스 매너리즘이 찾아오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생각해보자. 얼른 뭔가 액션을 취해야 하지 않겠는가. 일단 그 원인이 뭔지 생각해보는 게 우선이다.

사실 여기에는 아주 단순한 메커니즘이 존재할 뿐이다. 남자는 좀 더 많은 이성과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본능이 프로그래밍돼 있고, 여자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한 명의 남자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본능이 탑재돼 있다.

그러다 보니 여자는 한 남자만 바라보고, 남자는 열 여자 마다하지 않는 상황에 빠지기 쉬운 것. 섹스 매너리즘이란 결국 이런 남녀의 본능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서 생겨나곤 한다.

여자는 그저 따스하고 편안한 섹스를 원하고 남자는 끊임없이 다른 여자를 꿈꾸는 비극적인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열쇠인 셈이다. 섹스 매너리즘에 불을 지피는 결정적인 행동이 있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그냥 그게 편하다는 이유로 늘 하던 방식 그대로 습관적인 섹스를 하는 것이다. 이때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창의력. 예전에 해보지 않았던 것을 해보는 것이다. 만날 똑같은 방식으로 애무를 시작해 오르가슴에 이르며 섹스가 끝났다면, 안 해본 것이 많으니 의외로 게임이 쉬워질 수 있다.

섹스에도 창의력이 필요하다?

먼저 두 사람이 섹스를 어떻게 시작하는지 생각해보라. 둘 다 깨어 있을 때 가벼운 키스를 하면서 시작했다면 이제 반대의 방법을 이용해보자.

예컨대 그가 잠들어 있을 때 그의 하반신부터 정성스럽게 키스를 하는 식이다. 늘 남자가 먼저 상위 자세에서 시작하는 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역할을 바꿔보자.

예전에 어떤 특정 체위를 거부했던 적이 있거나 좀처럼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경험이 있다면 눈 딱 감고 과감하게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좀 더 과감하게 매너리즘을 극복해보고 싶다면 그 외에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갑자기 작은 세탁실이나 좁디좁은 드레스룸에서 섹스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늘 40분, 50분씩 일정 시간 동안 정직한 수순의 섹스를 즐겼던 커플이라면 그의 집으로 찾아가 현관 앞에서 바로 본 게임에 들어가는 ‘퀵’ 섹스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분위기 좀 잡아보려고 하다가도 피곤하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전희를 대충대충 하던 커플이라면 ‘성인용 장난감’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해결책에 앞서는 제일 중요한 게 따로 있다. 두 사람이 얼마나 상황 개선에 노력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다. 제아무리 애크러배틱한 체위에 도전하고, 고성능의 ‘장난감’을 사용한다고 해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다면 말짱 헛것이다.

새로운 쾌감도 잠시일 뿐 매너리즘이 다시 찾아오는 건 시간문제일 테니 말이다. 섹스 매너리즘이 찾아온 원인이 섹스 자체가 아니라 어쩌면 둘 사이의 관계가 시들해져서는 아닌지, 그것부터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Love] 지루한 사랑, ‘까리’하게 바꾸고 싶다?
곽정은


‘코스모폴리탄’ 피처 에디터이자 연애·성 칼럼니스트.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전략이었다’ 저자


>>일러스트 서용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