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홍대 앞을 찾았다. 대학생 직원 4명을 포함해 총 직원 11명의 젊은 벤처 기업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독특한 콘셉트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셜 매치메이킹 업체 ‘이음(www.i-um.net)’.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서비스지만, 5개월의 오픈 베타 기간 동안 2만 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했고 10월 1일 정식 론칭했다. 가장 나이 어린 직원은 25세, 직함은 ‘대표’다.
[대학생 기업 탐구] ‘이음 神’ 모시고 신개념 소개팅 서비스 시작
사무실에 들어서자 젊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대표와 열혈청춘 직원들이 의기투합한 회사. 대학생 벤처기업들이 그렇듯 20대 중·후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음신을 모시는 신족들’. 직원들끼리는 서로를 그렇게 부른다. 사회생활 경험이 많지 않아 시행착오도 있지만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소신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의 콘셉트는 ‘안드로메다에서 내려온 이음신이 매력적인 지구 피플에게 매일 한 명의 인연을 선물해준다’는 것.

매일 오후 12시 30분이 되면 회원들에게 ‘오늘의 이음이 도착했습니다’라는 문자가 간다. 회원들은 사진과 키워드로 상대방을 확인한 후, 마음에 들면 ok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 사람이 내 운명인지는 24시간 동안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매일 새로운 상대를 만날 수 있는 서비스. 쉽게 말해 신개념 ‘소개팅’ 인 셈이다.

어떻게 이런 기발한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박희은 대표는 “이런 서비스가 있다면 내가 먼저 하고 싶을 것 같았어요.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이 믿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이트가 제대로 구축된다면 그 파급 효과가 엄청나겠다 싶었습니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된 것도 한몫했고요.”

유사한 콘셉트로 하루에 한 상품만을 판매하는 미국의 ‘우트(www.woot. com)’가 있지만 매치메이킹 서비스에 이러한 서비스를 적용시킨 사례로는 ‘이음’이 세계 최초라고 한다.
[대학생 기업 탐구] ‘이음 神’ 모시고 신개념 소개팅 서비스 시작
현재 회원 수는 2만5000여 명. 베타 서비스 기간에 상당한 회원이 가입했다. 회원 중에는 친구들인 서울대 학생들이 가장 많다. 입소문이 나면서 카이스트, 포항공대 남학생들과 이화여대, 서울여대 여학생들도 많이 가입했다. 전문직종의 직장인도 상당하다. 더구나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현재 4000여 명의 남자 회원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그 덕분에 ‘아무나 가입할 수 없다’라는 인식이 생겼다. 서비스를 받는 회원들도 사뭇 진지하다.

‘이음 문자’를 받고 ok 버튼을 누르려면 1회권 또는 정기권을 구매해야 한다. 1회 정기권 가격은 2900원, 14일은 5900원, 31일은 8900원이다. 한 달간 매일 이성을 소개받는 서비스치곤 ‘착한’ 가격이다.

이음 직원들은 몇 주 전 모두 아이폰4를 받았다. 박 대표는 “조만간 출시될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는 동시에 늘 고마운 직원들을 위해 사비를 털었다”고 말했다. 직원 복지 수준이 상당하다. 직원들 표정도 모두 싱글벙글이었다.

정상적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음지형’ 채팅 서비스만 가득한 한국 온라인데이팅 시장을 바꾸겠다는 야심찬 신족들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대학생 기업 탐구] ‘이음 神’ 모시고 신개념 소개팅 서비스 시작
[인터뷰] 박희은 대표

○ 1986년 생
○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 엔씨소프트(NCSOFT) 입사, 6개월 후 퇴사
○ 현재 ‘이음’ 대표

“매칭서비스 부정적 인식 싹 바꿀게요”

소개팅 서비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는 박희은 대표. 앳된 얼굴에 열정으로 가득 찬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대학 생활은 어땠나?

A 다양한 것을 찾아서 경험했다. 영화도 좋아한다. 부전공인 정보문화학 과대를 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함께 즐기고 자전거 MT도 추진했다. 학교에서는 ‘특이한 애’로 통했다. 대학 1학년 때부터 큰 사이즈의 테이크아웃 커피를 많이 마셨다. 학교 커뮤니티에서도 ‘별다방 제일 큰 거 들고 다니는 애’로 통했다.

Q 엔씨소프트 퇴사 결심, 쉽지 않았을 텐데.

A 부모님은 ‘언젠가 그럴 줄 알았다’ 하시면서도 ‘6개월은 너무 빠르지 않냐’고 하셨다. 그래도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걸 믿고 이해해주신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직 모르신다. 그래서 지난 추석에도 못 내려갔다(웃음). 그러나 후회는 없다.

친구들도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이용해보더니 서비스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친구들 반응이 좋아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Q 꿈이 있다면?

A 꿈이 거창하다. 문화체육부장관이 꼭 되고 싶다. 대학 시절 여름방학 때마다 해외 도시에 2~3달씩 머물렀다. 살아보고 싶었다. 외국의 노부부들은 영화도 자주 보고 문화를 즐기더라. 그게 어색하지 않았다.

‘문화가 참 다르구나’ 느꼈다. 그 문화를 향유하고 싶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바꿔보고 싶다. 지금 하는 일도 온라인 소개팅 문화를 바꾸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물론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건 쉽지 않겠지만.

Q 앞으로의 계획은.

A 요즘 모바일 쪽을 주시하고 있다. 서비스를 녹여내면서 게임성을 가미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한다. 국내에 존재하지 않았던 소개팅 시장을 활성화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우리가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매치메이킹 산업’ 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기업이 되고 싶다. 우리 직원들은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될 것이다.

Q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A 해보니 단순히 ‘재미있어, 열정이 있으니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생각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대표인 내가 제대로 서 있어야 직원들이 따라올 수 있다. 어떤 일이 닥쳐도 놀라지 않고 침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필수다. 어떤 사람이랑 대화를 하느냐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이 다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 누가 더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하느냐, 그게 관건이다.


한상미 기자 hsm@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