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휴넷 지식전략본부 지식R&D팀 성윤영 선임

“회사에 대한 불만요? 음~ (한참을 고민하다) 딱히 떠오르는 게 없네요. 아, 하나 있기는 있다. 집에서 회사까지 너무 멀어요. 출퇴근할 때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는데 대략 1시간 5~10분 걸리거든요. 회사가 좀 가까웠으면 하는 거 말고는 딱히 불만 같은 건 없어요.”
[이래서 중소기업 택했다]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죠”
이게 무슨 말인가. 회사에 불만이 없다니.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퇴근 후 술자리 단골 메뉴가 상사 뒷담화, 회사에 대한 아쉬운 점이 아니던가.
[이래서 중소기업 택했다]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죠”
하지만 휴넷 지식전략본부 지식R&D팀에서 근무하는 새내기 직장인 성윤영(25) 씨의 말 속에서 그런 아쉬운 점은 정말이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 회사가 중소기업이긴 하지만 입사하고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아서 대만족입니다. 중소기업이다 보니 제가 주도적으로 찾아서 할 수 있는 일이 꽤 많더라고요. 입사 초기만 해도 ‘과연 이 회사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사실 좀 있었는데 지금은 선배들이 잘 챙겨줘서 아무런 문제 없어요.(웃음)”

1985년 생인 성 씨는 또래들보다 입사(2009년 10월)가 약간 늦은 편이다. 학부(항공대 경영학과)를 마치고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까지 마쳤기 때문이다. 석사를 마친 주위의 동기들은 연구소나 대기업 쪽으로 많이 진출했지만 성 씨는 중소기업인 휴넷을 택했다.

“대학원에서 조교로 일할 때 담당 교수님께서 추천을 해주셨어요. 프로젝트 건으로 휴넷과 함께 일을 하신 적이 있는데 어느 날 제게 ‘괜찮은 회사’라며 응시해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교수님 말씀 듣기 전엔 휴넷이라는 회사에 대해 잘 몰랐죠. 입사를 준비하면서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회사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어요.”

성 씨가 생각하는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은 수평적이면서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입사 초기 때 ‘이런 아이디어를 내면 선배들이나 임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괜히 핀잔만 듣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적지 않았어요.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어요. 회의할 때 선배들은 신입사원의 목소리라고 해도 결코 무시하는 법 없이 끝까지 경청했어요.

물론 제가 제출한 아이디어가 다 채택된 건 아니지만 고민이나 두려움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막 생기는 거예요. 원래는 좀 내성적이었는데 회사 들어오고 나서 외향적이고 적극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휴넷은 직원들 사이의 소통뿐 아니라 최고경영자(CEO)와 직원들 간의 소통에도 세심한 신경을 기울인다. 휴넷에서는 직원들끼리 부를 때 언제나 ‘~님’이란 호칭으로 부른다. ‘과장님’이나 ‘부장님’ 같은 직함은 찾아볼 수 없다.

정년 100세…직원 간 소통 ‘최고’

[이래서 중소기업 택했다]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죠”
그리고 또 하나, 다른 회사에선 찾아보기 힘든 휴넷만의 특징이 있다. 바로 사장실이 없다는 것이다. 조영탁 휴넷 대표이사의 자리는 성 씨의 바로 앞자리다. 직원들과의 원활한 소통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조 대표가 일부러 사장실을 없애고 직원들 사이에 책상과 의자를 갖다놓은 것이다.

“처음엔 얼마나 부담됐는지 몰라요. 생각해보세요. 새파란 신입사원 바로 앞에 사장님이 앉아 계시니 기분이 어땠을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니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요. 매일 아침 사장님과 메신저로 이런저런 얘기도 자주 나누고 하다 보니 회사 사장님이라기보다 친근한 멘토 같은 느낌이에요.”

성 씨가 회사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엔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소위 ‘잘나가는’ 직장에 들어가길 원하는 취업준비생이 압도적으로 많다. 성 씨 주위에도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 선배들이 적지 않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 성 씨는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했다.

“연봉이나 복리·후생 측면에서 보면 중소기업이 아무래도 대기업보다 못하겠죠. 하지만 자기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이곳이 대기업보다 많다는 점이 제겐 기회로 느껴집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덩치가 큰 대기업에선 주어진 일이나 특화된 자기 분야 일만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내 일이 아니면 거의 신경도 쓰지 않고요. 하지만 우리 회사는 그렇지 않아요.

제가 입사한 지 1년밖에 안 됐지만 많은 일을 배우고 접하다 보니 회사 돌아가는 사정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됐어요. 이런 게 중소기업의 매력이라면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원활한 소통과 더불어 성 씨가 내세우는 회사의 경쟁력은 ‘면학 분위기’다. 대학이나 학습 동아리도 아닌 일반 기업체에서 ‘면학’이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하지만 성 씨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휴넷의 사무실 공간 곳곳에는 마치 대학 도서관처럼 수백 권의 책이 비치돼 있었다. 경영학 서적뿐 아니라 인문, 철학, 소설 등 장르도 다양했다.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직원들은 무엇보다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최신 트렌드에도 민감해야 하고요. 이 때문에 사장님도 직원들에게 항상 책을 많이 읽으라고 강조하죠.

참고로 우리 회사의 연간 도서 구입비는 2000만 원에 이르고, 직원들이 새로 나온 책을 구입할 때는 전액을 지원합니다. 자기 계발도 회사에서 지원해주니 저로서는 고마울 따름이죠.”

휴넷의 정년은 100세다.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정년은 만 100세로 하고 정년에 도달한 월에 퇴직한다’고 휴넷 취업규칙(8장 55조)에 분명히 명시돼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육체적 능력은 떨어질지 몰라도 경험과 같은 무형의 자산은 돈으로도 살 수 없다는 조영탁 대표의 경영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제가 정말 100세까지 살 수 있을지, 또 그때까지 이 회사에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 못하지만 여기에 몸담고 있는 한 제가 가진 가능성과 능력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어요. 그 정도 지원은 충분히 해주는 회사니까요.”
[이래서 중소기업 택했다]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죠”
김재창 기자 chang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