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이 스승”

취업 포털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성인 남녀 10명 중 7명은 평소 닮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남녀 1462명을 대상으로 ‘평소 닮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6%가 ‘있다’라고 답했다. 유명 기업인, 직장 상사, 연예인, 친구, 부모 등이 순위에 올랐다.

회원 수 100만 명을 넘어선 트위터 속 유명인들은 어떤 인물을 자신의 인생에 벤치마킹하고 있을까. 지난 10월 11일부터 5일간 “당신의 롤모델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다양한 대답이 돌아왔다. 직장 선배를 꼽은 KBS 아나운서, 평생 타인을 위해 봉사한 목사를 지목한 유명 CEO, 미국 100달러 속 인물을 뽑은 대기업 차장, 모든 사람을 스승으로 삼고 있다는 변호사 등을 만날 수 있었다. 한 문화평론가는 인생을 연극에 비유하며 “롤모델은 자기 자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늘 자극을 주는 나의 인생 선배

신입 아나운서라면 누구나 탐내는 자리가 있다.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아나운서만이 진행할 수 있다는 9시 뉴스 앵커. 아나운서 지망생들은 9시 뉴스에 나오는 아나운서의 표정과 발음을 따라하며 꿈을 키운다.

그렇다면 KBS 9시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박영환 아나운서의 롤모델은 누구일까. 박 아나운서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의 주철환 본부장을 자신의 롤모델로 지목했다.

“PD, 교수, 방송사 사장, 음반까지 낸 주철환 선배가 롤모델입니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였지만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 영역을 개척하고 있기 때문이죠. 주 선배와는 1987년 MBC 퀴즈아카데미 1회 때 출연하면서 인연을 맺었어요. 주 선배를 보며 앵커의 꿈을 키웠어요.”

예술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아지트 ‘아트하우스 모모’. 강혜원 씨는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작품영화를 설명하는 큐레이터다. 이런 강 씨의 롤모델은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다. 강 씨는 “작품성 높은 영화뿐만 아니라 시사성, 대중성까지 갖춘 작품을 많이 만든 심 대표를 존경한다”며 “트위터를 통해 심 대표에게 종종 조언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4일 오후 3시, 안철수연구소의 김홍선 CEO와 몇몇의 트위터리안은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를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그의 타임라인에는 애플사의 경영 실적에서부터 아이폰, 아이패드가 갖고 있는 경쟁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

토론을 지켜보다가 김 대표에게 질문을 던졌다. 잠시 고민하던 김 대표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 평생 헌신했던 고(故) 한경직 목사를 지목했다.

“제 인생의 롤모델은 바로 한경직 목사님입니다. 왜냐하면 생각하고 말씀하시는 것을 삶으로 실천하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말하기는 쉽지만 행동과 삶의 방식으로 실천하는 것은 어렵지요. 그런 점에서 저는 한 목사님의 행적에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PGA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골프선수 문경준 씨는 “양용은 선수와 황인춘 선수”를 자신의 롤모델로 꼽았다. 그는 “두 선배는 골프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늦은 나이에도 프로선수가 되었다”며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끝없이 도전을 즐기는 모습에 늘 자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문 선수는 두 선배를 떠올리며 “아침 일찍 눈을 뜰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고의원을 역임했던 송영길 인천시장의 정치적 롤모델은 뜻밖에도 중국인이었다. 송 시장은 “정치인으로는 비록 중국 공산당 지도부이기는 하지만 주은래를 많이 좋아한다”며 “부드러우면서도 무리하지 않는 외교 능력, 신생 중화인민공화국의 국제적 승인과 토대를 만든 능력을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또 송 시장은 “자신의 시신을 기증한 주은래 부부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배우려고만 마음먹으면 모든 사람이 롤모델”

시사 주간지 ‘시사 IN’의 기자이자 블로그 ‘독설닷컴’을 운영하고 있는 고재열 씨. 그는 자신의 롤모델로 ‘중국의 붉은 별’의 저자 에드가 스노우를 꼽았다. 그는 “에드가 스노우처럼 새로운 시대가 융기하는 역사의 현장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그것을 전달하는 위대한 관찰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SK 커뮤니케이션즈 정진호 차장의 롤모델은 100달러 속에 있다. 정 차장의 롤모델은 미국 역사상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계몽사상가 벤저민 프랭클린이다. 정 자창은 “벤저민 프랭클린은 행복을 얻는 방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쳤다”고 본받고 싶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프랭클린은 ‘덕의 기술’이란 저서를 통해 선을 행하면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직접 실천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특정 인물을 꼽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세상에 나누지 못할 것은 없다”고 말하는 희망제작소의 박원순 변호사는 “삶 속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이 롤모델이고 스승”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생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의 좋은 점만 배우면 그들은 나의 스승이 된다”며 “잘못조차도 타산지석이 아닐까요?”라고 반문했다. 또 그는 “배우려고만 하면 모든 사람이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목동에서 건강 클리닉 ‘WE뷰티’를 운영하고 있는 ‘깐깐한 조애경의 W뷰티’의 저자 조애경 원장도 “누구에게든 배울 것이 많다”며 박 변호사와 같은 대답을 보내왔다. 다만 조 원장은 “줄곧 변치 않고 나의 롤모델이 되신 분은 다름 아닌 어머니”라며 “겸손과 노력, 그리고 배려를 어머니께 배웠다”고 덧붙였다.

옥동자와 마빡이로 유명한 코미디언 정종철 씨는 기자의 질문에 “나의 롤모델은 바로 나”라고 대답했다. 그는 “항상 새로운 목표와 욕심이 있기에 언제나 도전한다”며 “과거의 나를 넘어서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말했다. 정 씨는 “옥동자를 이기고 마빡이란 산을 넘고 또 더 큰 산을 넘어야 하는 것도 나의 몫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셰익스피어는 “이 세상은 연극 무대, 모든 인간은 배우일 뿐이다. 그들은 잠시 등장했다가 퇴장한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는 셰익스피어가 연상되는 답신을 보내왔다. 그는 “인생은 연극, 인간은 배우, 그 무대 위에서 내 역(롤)을 대신할 이는 없다”며 “남에게서 자기 배역의 모델을 찾지 말고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 씨는 “모든 인간은 저마다 다른 각본을 살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140자 인터뷰] 닮고 싶은 그 사람…당신의 롤모델은 누구?
이재훈 인턴기자 hymogoo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