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범의 패션 제안_태극기? 성조기? 유니언잭?

[Fashion Tip] 국가주의 스타일로 개성 UP!
11월 12일부터 중국 광저우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국제 스포츠 경기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은 각국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국기다. 태극기부터 미국, 영국, 일본 등 친숙한 나라의 국기와 지리 시간에 졸았다면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낯선 국기들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그런데 각국의 얼굴이랄 수 있는 국기는 스포츠 대회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 명동과 동대문의 옷 가게뿐 아니라 세계 유수의 컬렉션 현장에서도 다양한 국가의 정체성이 담긴 디자인(프린트)을 발견할 수 있다.

그중 세계 패션계의 ‘러브콜’을 가장 빈번하게 받고 있는 것은 미국의 성조기다. 파란색 별과 빨간색 스트라이프로 이뤄진 성조기는 거룩하다기보다는 패션과 무난하게 어울릴 만큼 스타일리시하다.

이와 더불어 성조기가 지방시나 엔헐리우드, 오프닝 세리머니 등 유명 디자이너의 컬렉션 또는 멀티숍 컬렉션에 등장하는 데는 미국이라는 시장이 가진 폭발적인 파워도 빼놓을 수 없다.

유럽 출신의 디자이너들이 뉴욕을 공략하기 위해 미국인에게 친근한 성조기를 프린트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성조기 속에 담긴 별 모양을 축소하거나 확대해 티셔츠에 담기도 하고, 아예 성조기 컬러를 흑백으로 변화시켜 모자에 심기도 한다. 때론 성조기 자체가 행커치프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3색기도 성조기와 함께 인기 높은 국기다. 그린, 화이트, 레드의 강렬한 컬러 믹스가 돋보이고 그 안에 담긴 ‘자유, 평등, 박애’라는 이미지도 훌륭하다. 물론 패션계에서 차지하는 이탈리아의 위상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탈리아의 3색기는 주로 밀라노에서 컬렉션을 여는 디스퀘어드나 돌체&가바나 등 진 브랜드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3색기의 자유분방한 느낌은 오토바이 헬멧이나 벨트 버클 등 캐주얼한 액세서리에서도 흔하게 표현된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의 3국기를 조합해 만든 ‘유니언잭’은 펑키 느낌의 패션과 자주 만난다. 유니언잭을 잘 활용하는 사람으로 톱모델 아기네스 딘을 꼽을 수 있다. 그녀는 티셔츠, 진, 가방 등에 유니언잭 프린트를 활용한 소품을 포인트로 활용한다.

아기네스 딘은 명품과 스트리트 패션을 적절히 활용한 패셔니스타로 영국인의 자부심을 표현하기에 손색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태극기는 패션계에서 어디까지 와 있을까? 아쉽게도 아직은 쉽게 만날 수 있는 국기는 아니다.

물론 힐러리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할 때 입었던 빨간 재킷과 파란 바지는 태극의 모양을 띠며 네티즌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고,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태극기를 의상으로 활용하는 것이 문화를 훼손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국기를 친근하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보다 많은 사람이 공유하기 시작했음은 다행이지만 말이다. 머지않아 스타일리시한 태극기를 패션에서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한다.

국기 패션의 연출에서 기억해야 할 점은 아무래도 다른 나라의 국기가 담긴 의상을 입는 것이므로 TPO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경일 혹은 연배가 높은 사람과의 중요한 미팅 때는 예의 없어 보일 수 있다. 장소와 상황에 맞춰 입는 센스를 발휘할 것.

두 번째는 국기 프린트가 가장 큰 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연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조기 프린트가 새겨진 티셔츠에 체크 프린트의 바지를 입는다면 너무 현란해 보일 것이다. 국기 프린트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 외 아이템은 슬림한 피트의 블랙이나 화이트 계열의 모노톤 컬러로 매칭하는 것이 좋다.

보다 멋스럽게 연출하려면 턱시도 재킷이나 슈트 등 점잖은 의상과 국기 프린트가 담긴 아이템을 믹스&매치해보길 권한다. 기본적으로 국기 프린트 아이템은 캐주얼해 보이기 마련. 잘 차려입은 슈트에 살짝 유니언잭의 프린트가 보인다면 한결 여유 있고 감각적으로 보일 것이다. 여행만큼 남는 것은 없다. 올가을 국기 패션으로 멋진 스타일 세계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Fashion Tip] 국가주의 스타일로 개성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