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성공 스토리

나는 대학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했다. 나름 적성에 맞는 분야였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했다. 하지만 졸업 당시(2009년 초) 취업시장은 바짝 얼어붙어 있었다. 한국은 물론 외국계 기업 대부분이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뽑지 않았다. 막연히 졸업만 하면 뭐든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달려왔던 나로서는 혼란스러웠다.
[일자리 찾아 해외로 Go Go] 서비스업 경험 도움…문화 차이 ‘즐기며 극복’
아버지의 추천으로 외국계 항공사 취업을 결심했다. 그 분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에미레이트 항공 웹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하고 수시 채용을 기다렸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게 된 스터디 그룹과 원어민 친구에게 영작문·영어 인터뷰 등을 도움받았다. 이력서를 등록한 지 약 한 달 만에 회사에서 이메일이 왔다.

담당자는 “아쉽게도 지금은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아 채용을 당분간 하지 않을 예정이고 다시 채용을 시작한다면 그때 연락을 주겠다”고 말했다. 나는 항공사 취업 준비를 잠시 미루고 호텔의 고객관리 부서에 취직했다. 내가 원하던 일은 아니었지만 서비스업의 경험을 쌓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에미레이트 항공에서 연락이 왔다. 담당자는 “다시 채용을 시작했고 2010년 3월 한국에서 ‘Assessment day(현지 면접관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채용하는 형식)’가 있을 예정”이라며 “1년 전 등록한 이력서를 보관하고 있으니 인터뷰에 참가하라”고 말했다. 나는 취업 준비 기간 동안 호텔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5개 관문으로 이루어진 인터뷰 과정을 무사히 통과했다.

[일자리 찾아 해외로 Go Go] 서비스업 경험 도움…문화 차이 ‘즐기며 극복’
120개국 출신 승무원과 ‘어깨동무’


에미레이트 항공에서 일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가까운 이들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도 있다. 아랍에는 ‘라마단’이란 축제가 있다.

이 기간(8월 8일~9월 11일)에는 해가 뜨고 지기 전까지 금식해야 한다. 이슬람 신자가 아닌 외국인도 공공장소에서 먹고 마시는 것이 금지돼 있다. 나는 라마단 기간 동안 물 한 잔도 구석에서 눈치 보며 마셔야 했다.

하지만 낯설었던 생활환경과 문화에 익숙해지자 전 세계의 많은 젊은이가 에미레이트 항공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120여 개국에서 온 다양한 승무원과 함께하는 비행은 일이라기보다는 여행처럼 느껴질 만큼 즐거울 때가 많았다.

특히 ‘시니어리티(조직 내 서열)’가 없는 회사의 분위기가 가장 좋았다. 사무장이나 선배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의견을 말할 수 있다. 때로는 친구처럼 농담도 주고받는 회사 분위기가 일의 의욕을 높여줬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아시아계 중 한국인 승무원의 비율이 높다. 회사에서 한국인의 성실한 태도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나는 매일 비행 전 거울 앞에서 옷차림과 자세를 체크하면서 생각한다.

‘나는 우리 회사의 일원임과 동시에 세계 수많은 사람들 앞에 한국인의 모습을 대표하고 있다’고. 앞으로 에미레이트 항공에 입사할 후배들을 위해서 긍정적인 한국인의 이미지를 더욱 심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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