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균승의 희망 칼럼

바야흐로 사과의 계절이 돌아왔다. 백화점이나 마트 또는 재래시장 어디를 가든 과일 코너에는 빛깔 좋고 향긋하고 먹음직스럽게 생긴 햇사과들이 진열대에 잔뜩 쌓여 있다. 고객들은 그중에서 필요한 만큼의 사과를 골라간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아무 사과나 손에 잡히는 대로 고르지 않는다. 이놈 저놈 만져보고 돌려보며 마음에 드는 사과만 쏙쏙 골라서 사간다.

예쁘고 색깔 좋고 싱싱하고 맛있어 보이는 사과들은 일찌감치 주인을 만난다. 그러나 못생겼거나 색깔이 덜 곱거나 맛이 없어 보이는 사과들은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채 이리 굴러가고 저리 밀려나는 수모를 당한다. 그나마 나중에라도 주인을 만난 사과는 다행이지만 끝까지 선택을 받지 못한 사과는 어떻게 될까? 결국 진열대에서 ‘강퇴’당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만다.

사과만 그럴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알고 보면 우리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누군가의 선택을 받는다. 나는 사과이고 세상은 고객이다. 고객은 ‘나’라고 하는 사과를 고르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Column] 사과 고르는 법과 사람 고르는 법
그들의 눈에 들어올 만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야 선택을 받는 것이다. 고객의 눈으로 볼 때 어떤 사과는 돈을 더 주고라도 꼭 사가고 싶은 반면, 어떤 사과는 덤으로 끼워준다고 해도 별로 탐탁지 않게 여겨질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세상의 고객에게 어떤 사과로 보일까. 누구나 사고 싶어 탐내는 사과로 보일까, 아니면 누구도 냉큼 사려고 하지 않는 사과로 보일까.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색깔이 곱든, 향기가 진하든, 모양이 예쁘든, 맛이 있든 사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을 끌 만한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만일 그 어떤 매력도 발산하지 못한다면 ‘나’라는 사과는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고 이리저리 팽개쳐지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좋은 사과 열매는 절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싹이 움트는 것이고, 봄에 꽃이 뚝뚝 떨어지고 난 다음에야 열매가 맺히는 것이며, 새와 벌레와 태풍의 집요한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나서야 비로소 가을 햇살에 영롱한 빛을 발하는 탐스러운 사과로 익어가는 것이다. 인내와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야만 마침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훌륭한 사과로 탄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왜 나를 몰라주냐고, 왜 나를 고르지 않느냐고, 무조건 세상을 탓하진 말자. 선택받을 만한 매력을 지녔는지 먼저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어찌 보면 세상은 냉정하고 단호하다.

내가 지니고 있는 매력만큼 값을 지불하는 것이 세상이다. 그렇게 본다면 나의 값어치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 그렇게 해서 시장에 나온 나에게 세상은 그에 합당한 값을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니 인정하자. 나라고 하는 사과가 더 많은 사람이 먼저 고르고 싶어하는 사과가 되도록 하려면 그전에 먼저 열과 성을 다해 자신을 가꾸고 다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또한 명심하자.

우리가 그렇게 공을 들여 만들어낸 사과를 세상은 아주 냉정하게 평가한다는 사실을. 그러므로 잊지 말자. 오늘 우리가 노력한 만큼 훗날 탐스러운 사과 열매로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는 사실을.


[Column] 사과 고르는 법과 사람 고르는 법
정균승 국립 군산대 경제학과 교수


인기 블로그 ‘정균승의 테마여행(www.cyworld.com/wjdrbstmd)’을 운영하며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멋쟁이 교수님. 자기 경영 분야 강사로도 이름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