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알면 영어가 보인다 Extra!

예부터 미국의 부자들은 도서관에 donate기부하는 것을 유난히도 좋아했다. 이러한 전통은 1895년에 뉴욕의 주지사이자 대통령 후보로 나왔던 Samuel J. Tilden(사무엘 틸든)이 유언장에 공공을 위한 도서관을 지으라고 기부금을 명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엄청난 거금인 240만 달러(약 23억 원)를 기부했는데 지금의 환율로 따지면 천문학적인 액수가 된다.
뉴욕공립도서관은 40th~42nd Street와 5th Ave.가 만나는 곳에 위치하며 뉴욕 곳곳에 수많은 분점을 두고 있다. 그러한 분점들 역시 1901년에 자선가로 유명한 Andrew Carnegie(앤드류 카네기)가 당시 돈으로 520만 달러(약 50억 원)를 기부하면서 지어진 곳이 많다.

그래서 이름은 공립도서관이지만 오늘날까지도 대부분의 예산이 세금이 아니라 부자들의 donation기부금에서 나오며, 뉴욕시가 관리를 맡아서 운영한다. 이러한 tradition전통이 지금도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뉴욕의 부자들은 단지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욕먹진 않는다.

하지만 뉴욕도서관이 웅장하고 자료가 많아서 세계적인 도서관이 된 것은 아니다. Innovative혁신적인 정책으로 선진국형 도서관들의 귀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일단 누구나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자료를 대출하려면 도서관 카드를 만들어야 하고 뉴욕에 사는 citizen시민이어야 이를 발급받을 수 있지만, 도서관 안에서 책을 보거나 영화와 음악을 감상하고,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도 가능하다. 400억 개가 넘는 자료를 이렇듯 모든 사람에게 열람할 기회를 주는 것은 실로 대단한 정책이다.

또한 무료로 예술작품 전시회나 외국인을 위한 영어 수업, 교육의 기회를 놓친 사람을 위한 읽기와 작문 수업, 컴퓨터 수업 등 공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정책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도서관 카드가 있는 사람은(뉴욕 거주자가 아니더라도 매년 100달러를 내고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미국 내 모든 신문과 잡지를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터넷으로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최근에는 50만 개가 넘는 희귀 자료를 디지털화해 무료로 열람할 수 있게 했다. 미국 각지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연구자료로 활용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모든 자료를 디지털화하겠다는 당찬 계획까지 발표했다(참고 : digitalgallery. nypl.org/nypldigital). 영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아울러 뉴욕공립도서관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고용해서 주중에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전화 문의에 응답하거나 참고자료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전화를 걸어도 미국에 있는 박사학위 소지자와 무료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전화번호는 1-212-340-0849이다. 숙제나 퀴즈대회 질문, philosophical question철학적인 질문과 사적인 질문을 제외하고는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해주니 궁금하면 international call국제전화 한번 걸어보기를 권한다. 참고로 뉴욕공립도서관의 홈페이지 주소는 ‘www.nypl.org’이다.
그렇다면 뉴욕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local library동네 도서관에서는 무슨 일을 주로 할까? 아동도서부터 성인도서까지 빌려볼 수 있고, 편하게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는 책상도 많으며, 멀티미디어 자료와 시설도 있다.

그리고 local resident주민들의 만남의 장이 되기도 한다. 클럽 모임부터 다양한 social gathering사교 모임 공지가 주민게시판에 게재되니 뉴욕에 가서 다양한 뉴요커와 빨리 친해지고 싶은 사람은 도서관에 가보면 된다.

매일 뉴요커들의 정서적인 여유를 충족시켜주는 뉴욕의 공립도서관들은 지식의 장이 될 뿐 아니라 economic disparity빈부의 격차가 심한 지역에서 갈등을 해소해주는 따스한 공간이기도 하다.

참고로 현재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도서관 5개를 선정하라면 국회도서관, 하버드대학 도서관, 예일대학 도서관, 보스턴공립도서관, 그리고 뉴욕공립도서관이 꼽히며, 뉴욕공립도서관은 그 역사적인 가치 때문에 National Historic Landmark국보로 지정되었다.


donate 기부하다
‘기부하다’를 의미하는 다른 동사로는 contribute가 있다. ‘헌혈하다’는 donate blood라고 표현한다.

donation 기부금
‘기부금’을 의미하는 다른 명사로는 contribution이 있다. ‘헌혈’은 blood donation이라고 표현한다. donate blood와 blood donation을 보면 영문법의 이치가 보일 것이다. 동사(donate) 뒤에 명사(blood)가 따르면 ‘주어가 그 명사를(목적어) 가지고 행동을(동사) 한다’는 뜻이다. 명사(blood)와 명사(donation)가 짝을 이루면 앞에 있는 명사가 형용사 역할을 한다.

tradition 전통
tradition이 살아 있는 society는 멋진 society다. tradition이 살아 있지 않다면 서로 다른 사회를 구분하기 힘든 세상이 된다.

innovative 혁신적인
innovation은 ‘혁신’을 의미한다. 어떻게 보면 tradition에 가장 가까운 반대말이 innovation일 수 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통’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citizen 시민
내가 좋아하는 표현 중에 이런 표현이 있다. citizens of the world. 하지만 어떻게 보면 서로 다른 사람들을 하나의 개념으로 묶으려는 경향 때문에 수많은 분쟁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싶다. variety와 unity 중에서 당신은 어떤 개념을 지지하는가?

philosophical question 철학적인 질문
위에서 philosophical question을 던졌다. 이런 질문을 너무 자주 던지면 짜증을 내는 사람이 있다. 필자가 그렇다. 우리는 질문보다는 답이 중요한 세상에 살고 있다. 질문은 누구나 던질 수 있지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답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technique가 필요하다. 그런 답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international call 국제전화
‘국내전화’는 뭐라고 할까? 정답은 domestic call이다. 그렇다면 시내통화는 뭐라고 할까? 정답은 local call이다.

local library 동네 도서관
‘시내통화’는 local call이라고 했는데 왜 local library는 ‘시내 도서관’이라고 번역하지 않았을까? 사실 미국은 말 그대로 동네마다 도서관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시내에 도서관다운 도서관을 찾기가 힘들다. 미국에는 존재하지만 한국에는 똑같이 존재하는 대상이 없을 경우, 번역자의 임의대로 번역할 수 있다.

local resident 주민
어? local이 ‘시내’도 의미하고 ‘동네’도 의미하고 이제는 ‘주’를 의미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local은 여러 뜻을 지닌다.

social gathering 사교 모임
social은 ‘사회적인’이라는 뜻 이외에도 ‘사교적인’이라는 의미가 있다. ‘사교성이 좋은 사람’은 sociable person이다. gather는 ‘모이다’를 뜻하고 gathering은 ‘모임’을 의미한다.

economic disparity 빈부의 격차
disparity는 ‘불균형, 불일치’를 뜻하며 유의어로는 inequality ‘불평등’이 있다. 경제적 위치의 불균형이 곧 ‘빈부의 격차’를 의미한다.

National Historic Landmark 국보
각 단어의 첫 글자를 대문자로 쓴다는 것을 유념하자. 가운데에 ‘역사적’이라는 의미의 단어인 historic이 들어갔다. 국보는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것이다. 한국의 국보 1호인 숭례문을 바꾸는 것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는데 국보를 바꾼다는 것은 한마디로 코미디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유진 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뉴욕에서 태어나 콜롬비아대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언어학을 부전공. 20대 초반 공대를 거쳐 의대로 진학했다가 결국 인문학을 택하는 여정을 겪었다.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