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우리 봉사단은 인천공항에서 만나 인도네시아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봉사와 생활에 대한 설렘을 가득 안고 도착한 인도네시아는 날씨만큼이나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풍경이었어요. 인도네시아에서의 첫날, 내일이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그렇게 우리의 밤은 깊어갔습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힘차게 뜰무마을로 향했습니다. 많은 분이 너무나 반갑고 따뜻하게 맞이해줘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루왁커피콩에서 파치먼트(껍질)를 제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요, 처음 보는 루왁커피콩의 모습에 모두 신기해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커피농장으로 들어가 현지인의 조언에 따라 나무 밑의 흙을 파내어 그곳에 비료를 골고루 뿌린 다음 다시 덮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또 나뭇가지 한곳에서 양질의 커피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영양분이 한쪽으로 모이도록 다른 가지를 제거해주어야 하는데, 계속 자라고 있는 가지를 제거하는 게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했지만, 좋은 커피 열매를 위해서 열심히 일했습니다. 농장에서 봉사를 마치고 커피콩을 로스팅하는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불량 콩 핸드픽(손으로 골라내기)을 하고 로스팅을 했는데요, 로스팅에 따라 커피의 향과 맛이 바뀌기 때문에 콩이 타지 않도록 수시로 빠르게 볶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잘게 빻은 콩들은 체에 한 번 더 걸러져 고운 커피 파우더로 탄생했습니다.
커피 파우더는 뜨거운 물과 함께 한 잔의 커피로 다시 탄생하지요. 커피나무를 재배하는 것도 힘든데, 이렇게 커피 한 잔이 되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니! 이 모든 게 끝나고 마시는 루왁커피 한 잔은 정말 꿀맛 같았습니다. 또 처음부터 바리스타 여대성 선생님이 커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커피 한 잔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더욱더 즐겁게 보고 듣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봉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한국에서 머그컵을 판매해 마련한 수익금을 뜰무마을 이장님에게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많은 사람의 사랑으로 모아진 장학금이 앞으로 이곳 아이들을 위해 쓰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따뜻해졌어요. 곧 이어 인도네시아 전통 공연을 관람하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한 다음 맛있는 바비큐 파티를 즐겼습니다.
제 앞에는 미뜨리아, 사리야, 료카와 함께 사띠라는 작은 여자아이가 앉아 있었는데요, 한동안 음식도 먹지 않고 선물 꾸러미만 꼭 끌어안고 있던 사띠가 시간이 흐르자 저를 보고 환하게 웃어주었어요.
아, 드디어 사띠가 마음을 열어주었구나! 그 순간부터 사띠와 함께 사진도 찍고 대화도 나누면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예쁜 사띠의 미소와 그때의 기분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우리는 다시 뜰무마을을 찾았습니다. 전날 왔던 곳이어서 그런지 아이들도 우리를 거리낌 없이 편하게 대한다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우리는 농장으로 더 깊이 들어가 잡초를 뽑는 일을 한 후,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다가 선물을 들고서 각 집을 방문했습니다. 아주머니께서 루왁커피를 손수 타주셨는데, 너무 맛있어서 한 잔 더 마셨습니다.
달달하면서도 향이 진해서 한 모금만 마셔도 그 향이 확 퍼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를 한 가족처럼 따뜻하게 맞이해주신 아주머니, 아저씨께 너무 감사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벌써 뜰무마을 사람들과 작별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비록 이틀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사이 많은 정이 들어 헤어짐이 더욱 아쉽고 슬펐어요. 이른 아침, 우리는 고산지대에 있는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아라비카 농장으로 향했습니다. 아라비카종의 잎들은 확실히 로부스타종에 비해 훨씬 작은 크기였어요.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설명을 듣고, 곧바로 더 싱싱하고 큰 커피 열매를 얻기 위해 한 가지 위에 돋아나 있는 다른 새싹이나 잎들을 제거하는 일을 했습니다. 접붙이기는 정말 신기했어요.
로부스타종과 아라비카종, 두 종자가 서로 만나면 수확량도 높아지고 성장도 빨라진다고 합니다. 우리도 이곳에서 현지인들과 하나되어 서로 돕고 대화하는 모습이 마치 접붙이기한 모습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어는 달라도 커피를 함께 돌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모두 하나가 된 것 같습니다. 불라완 커피공장의 농장 내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다 함께 만난 사향고양이는 생각보다 몸집이 작고 여우와 족제비를 닮은 것 같기도 한 귀여운 동물이었습니다.
이 사향고양이가 먹은 최고급 열매들이 몸속에서 발효되어 나와 루왁커피가 된다니, 세계 최고의 커피를 생산해내는 작은 고양이들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또 오랜 역사를 지닌 불라완 커피공장을 견학했습니다. 공장을 견학한 후에는 다 함께 핸드픽을 했는데요, 하나씩 쌓여가는 불량 커피콩 통을 보면 정말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마을 길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고, 마을 아이들에게 과자와 음료수를 나누어주고, 뜰무마을에서처럼 가정 방문을 한 후, 마을 사람들과 축구, 배드민턴, 농구 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지막 밤이라니… 너무 아쉬웠습니다. 커피처럼 향기롭고 와플처럼 달콤했던 우리의 4박 6일! 일주일도 되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 돌아온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커피 한잔 한잔 마실 때마다 그때를 떠올리고 추억하게 될 것 같아요. 또한 이 커피 한 잔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땀을 흘리는지 생각하며 감사히 마시게 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미소가 얼마나 따뜻한지, 봉사라는 것이 얼마나 가슴 따뜻한 일인지도 깨달았습니다. 청년봉사단 활동은 제게 정말 큰 행운이었어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담뿍 안고 돌아와서 너무 행복합니다. 정말 잊지 못할 거예요. 뜨리마까시(감사합니다) 반유앙이! 뜨리마까시 청년봉사단! 그리고 뜨리마까시 카페베네!
곽윤영 카페베네 해외청년봉사단 1기(인천대 국어국문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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