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개발자 겸 프로젝트 매니저 이경주 씨

이경주 씨와의 만남은 서울 강남 도곡동에 위치한 카이스트 미디어센터에서 이뤄졌다. 이곳에 있는 사단법인 앱센터지원본부가 인터뷰 당시 이 씨의 사무실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당시’라 함은 앞으로는 아닐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녀의 일터는 프로젝트에 따라 변하고 있다. 그곳은 계약한 업체의 사무실일 수도 있고 집일 수도 있다. 모든 직장인이 희망한다는 ‘재택근무’의 혜택을 이 씨는 마음껏 누리고 있는 것이다.
[1인 창조기업 탐방] 창업 비용 0원! “실력·책임감 갖추면 고소득 가능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은 1인 창조기업의 최고 장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1년 365일 일에 매이지 않고,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면서 여행도 하고 책도 보고 여러 취미 활동을 할 수 있죠.”

이 씨는 웹 개발자이면서 프로젝트 매니저(PM)다. IT 관련 업종에 무지한(?) 기자가 추가 설명을 부탁했다. “그럼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건가요?” 이 씨는 제대로 된 웹사이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5명이 필요하다는 설명으로 답변을 시작했다.

“화면 설계서를 만드는 기획자, 미술적 감각으로 이미지 파일을 만드는 그래픽 디자이너, 이를 화면상 볼 수 있도록 이미지를 자르고 나누는 웹 퍼블리셔, 그리고 고객의 요구사항에 맞게 정보를 처리하는 웹 개발자가 있어야 웹사이트 하나가 탄생해요. 이를 총괄하고 모든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PM의 일이에요.”

원래 이 씨는 웹 개발자로 출발했지만 점차 경력이 쌓이면서 기획도 하고 PM으로서 각 분야 전문가를 모아 일을 하고 있다. 그 사이 회사에 소속되기도 했고, 미국에서 일하기도 했다. 처음 이 분야 일을 시작한 것은 대학 1학년 무렵이다.

“중학교 때부터 컴퓨터를 만지고 경시대회도 많이 나갔거든요. 막상 대학에 들어가니 수업 내용이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인 거예요. 그래서 일을 했어요. 처음엔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했는데 곧잘 한다는 평가를 받고 또 하고 싶기도 해서 학교를 자퇴하고 정규직으로 취업을 했어요. 나중에 야간 학교를 다니면서 졸업을 했죠.”

그의 경력은 스무 살 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벌써 20년 가까이 됐다. 2002년부터는 프리랜서 개발자로서 활약했다. 1인 창조기업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본격화한 것은 2007년. 이미 업계에 ‘이경주’라는 이름 석 자가 알려진 후였다.

“미국에서 다시 한국으로 왔는데 취업을 하려고 보니까 이미 경력이 있어서 관리직 자리만 들어오는 거예요. 직접 개발에 참여하고 싶었거든요. 심지어 회사를 넘겨주겠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거절하고 혼자서 일을 시작했어요.”

이때 소요된 비용은 0원. 이력서와 경력기술서, 가지고 있던 노트북이 전부였다.

“창업을 하려면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잘 구축해야 하고 구인 구직을 잘해야 해요. 각종 사이트에 자신의 이력서를 올리고 동시에 구인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프로젝트에 지원을 해야 하죠. 한 번 일을 하게 되면 소문이 나서 또 일이 들어와요. 네트워크로 많이 움직이는 분야예요.”

“최소 6개월만 배우면 누구나 도전 가능”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실력을 만들고 이름을 알렸기 때문일까. 이 씨는 대학생들에게 경력을 많이 쌓을 것을 강조했다. 그것은 작은 아르바이트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아르바이트가 경력이 되는 것은 IT업계 특징이에요. 일단 무조건 시작을 하고 경험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 같은 경우는 ‘1인 창조기업을 해야겠다’ 맘먹고 시작했기보단 일을 계속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그렇다고 반드시 많은 경력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최소 6개월만 배우면 할 수 있거든요. 전공은 크게 상관없고요.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으면 누구든지 할 수 있습니다.”

특히 IT 분야는 혼자서 일해도 꽤 쏠쏠한 소득을 올릴 수 있다.

“회사에 소속돼서 일하는 것도 좋지만 창업을 해도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연봉을 받을 수 있어요. 3~5년 정도 경력을 쌓으면 월 순수입 300만 원 이상을, 5~10년차는 500만 원까지 받아요. 경력 20년 이상은 800만 원도 벌고요. 앞으로는 시장이 훨씬 커질 거예요.”

긍정적인 전망을 하는 것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폭발적으로 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디어만 가지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도전하고 있는 청년 창업가들의 성공담이 적지 않다. 이 씨는 “시장은 한국이 아니라 세계”라고 힘주어 말했다.

“해외시장까지 충분히 노릴 수 있어요. 동시에 진입 장벽은 낮아졌고요. 만들어서 앱스토어에 올리면 되니까요. 시장의 규모에 비해 개발자는 부족한 실정이에요.”

그는 청년들에게 “남의 얘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꿈을 꾸고 도전할 것”을 당부했다. 또 “요즘에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제도가 많아 조금만 찾아보면 필요한 비용을 보조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개발 후 테스트를 해볼 만한 기계가 있어야 합니다. 정부나 기업, 사단법인 혹은 재단법인 등에서 지원해주는 곳이 많아요. 그곳에 신청해서 받으면 돼요. 제조업이나 다른 업종에 비해서 창업 비용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셈이죠.”

1인 창조기업에 대한 예찬론이 2시간가량 이어졌다. 질문을 하나 던지면 두세 가지를 얘기하는 이 씨에게서 일에 대한 열정과 후배를 생각하는 애틋함이 느껴졌다.

1인 창조기업을 꿈꾸는 이에게 주는 실질적인 조언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본인의 홈페이지나 블로그, 미니홈피를 충분히 활용하세요. 각종 정보를 모으고 자신의 기술에 대해 홍보를 하면서 스스로를 알리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거죠. 1인 창조기업을 하려면 결국 자기 세일즈를 잘해야 합니다.”

또한 “명함을 꼭 만들라”고 당부했다. 마음가짐부터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강조한 자세는 바로 ‘책임감’이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임감이 더 중요해요. 고객과의 약속을 꼭 지킨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며 신뢰를 쌓아야죠. 그래야 좋은 평가를 받으며 오랫동안 일할 수 있어요.”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