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용 스펀지나 분첩, 용기 등을 생산하는 에스앤피월드의 해외영업부에 갓 입사한 제갈희정 씨는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4학년생이다. 친구들은 아직 캠퍼스에서 마지막 학기의 수업을 들으며 취업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제갈 씨는 현재 에스앤피월드가 생산하는 제품의 특성을 학습하고 해외 바이어 발굴을 위해 뛰고 있다.
[이래서 중소기업 택했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선택하니 길이 보였죠”
제갈 씨는 현재 소속된 해외영업부에서 이뤄지는 해외 바이어 발굴, 연락, 홍보 등의 프로세스를 지난 8월 입사한 이후 빠른 속도로 습득하고 있다. 새로운 업무를 익히며 큰 재미와 보람을 느끼는 동시에 업무와 관련해 새로운 목표와 꿈도 설정하고 있다.
[이래서 중소기업 택했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선택하니 길이 보였죠”
“지금 배울 게 너무 많아요. 수출을 위한 프로세스나 우리 제품 특성 등을 숙지해야 해요. 해외영업에서 걸음마 단계지만 할수록 재미있어요. 선배들이 해외 바이어에게 오퍼하고 딜을 하거나 문제가 생길 때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 멋있어요.”

입사한 지 2개월 남짓이지만 벌써 첫 해외 출장이 잡혀 제갈 씨는 설렘 반 걱정 반이다. 오는 11월 홍콩에서 열리는 화장품박람회의 에스앤피월드 부스에서 제품 홍보를 맡기로 돼 있다.

물론 해외영업부에서 4명의 선배가 꼼꼼히 챙겨주고 있지만 제갈 씨는 하루빨리 선배들처럼 한 사람 몫을 충실히 해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아무래도 해외영업 직무를 하기 위해서는 영어 실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퇴근 후에는 영어 학원도 다니고 틈틈이 인터넷으로 영어강좌 라디오를 듣고 있다.

“대학 시절 호주로 1년 동안 어학연수를 갔다 왔지만 그때 배운 일상영어 수준을 넘어 이제는 무역 영어를 구사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박람회에 가서 우리 제품을 설명할 때 정확한 영어로 신뢰를 주고 싶어요.”
[이래서 중소기업 택했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선택하니 길이 보였죠”
제갈 씨는 지방의 한 대학에서 행정학과를 다녔다. 1, 2학년 때는 뭘 하고 싶은지도 막연했고 영어 실력도 없었다. 하지만 재학 중 떠난 호주 어학연수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그때 ‘내가 무엇을 잘하나’ ‘무슨 일을 진정 하고 싶나’라는 고민에 대해 해답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공무원 시험을 보거나 대기업 채용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겼었다.

“호주에서는 직업의 귀천 없이 모두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해나가고 있었어요. 또 제 룸메이트는 일본인 간호사였는데 호주에 영어를 배우러 왔지만 학원이 끝나면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진정한 재미와 보람을 찾는 것을 봤어요. 인상적이었죠. 그리고 영어 실력에 대한 자신감도 서서히 생기면서 제가 나아갈 길을 정하게 됐죠.”

“회사의 성장 스토리 듣고 믿음 가”

그는 자신이 할 일을 찾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막상 마음을 정하고 나니 길이 바로 보였다고 말한다.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능숙해서 영업을 하고 싶었고 영어 실력도 어느 정도 갖췄으니 바로 해외영업직이 자신이 원하는 일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기계와 같이 너무 생소한 제품만 아니면 뭐든 해외에 내다 팔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졸업반이 된 제갈 씨는 취업 포털 사이트에 자신의 이력서와 원하는 일에 대한 정보를 올렸고 이를 본 업체들로부터 의외로 금방 연락이 왔다. 그리고 마침내 고향인 순천을 떠나 면접을 위해 에스앤피월드가 소재한 인천으로 길을 떠났다.
[이래서 중소기업 택했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선택하니 길이 보였죠”
“면접 보러 오면서 높은 건물이나 슈트 입은 멋진 직장인 등은 기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에스앤피월드에서 면접을 보면서 이 회사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이야기를 들으니 믿음이 갔고 ‘나도 회사의 성장과 함께 같이 성장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더군다나 화장품 관련 제품이니 여자로서 관심도 많이 갔고요.”

제갈 씨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자신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이러한 적극성이 결국 좋은 성과로 나타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또한 이러한 생각이 에스앤피월드의 면접관에게 충분히 전해졌기 때문에 채용됐다고 믿고 있다. 그는 새로운 일을 배워가는 것 외에 고향과 부모를 떠나 낯선 인천에서 홀로서기에도 도전했다.

“첫 월급은 부모님 드릴 선물을 산 것 외에는 대부분 살림살이를 마련하는 데 썼다”며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나가는 것도 큰 재미로 느끼고 있다. 그리고 업무의 폭을 더욱 넓히고자 영어 공부뿐 아니라 일본어 공부도 조만간 시작할 계획이다. 에스앤피월드의 주요 고객사 중 일본 회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제갈 씨는 소속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상관없이 해외영업 분야에서는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다는 꿈이 있다.

“제 또래 친구들이 대기업에만 목숨을 걸고 있는데 왜 대기업이어야 하는지 자기 자신에게 물어봤으면 해요. 대기업이 좋은 이유가 높은 연봉과 좋은 복지라고 말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것 같아요. 일단 들어간다 해도 큰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 스트레스도 심할 테고요.

우리 회사는 작은 기업이지만 일단 크게 성장하고 있고 직원끼리 서로 이끌어주고 돕는 시스템이 맘에 들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방향도 같고요.”
[이래서 중소기업 택했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선택하니 길이 보였죠”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