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성공 사례] “털털함과 씩씩함이 나의 무기. 적성에 맞는 곳 택했죠.”
김수민 씨는 지난 하반기 공채에서 100 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STX 지주회사에 입성했다. 전체 경쟁률도 높지만 여자들끼리의 경쟁은 더욱 치열했다. STX는 조선, 건설업에 강점이 있는 기업으로 업종 특성상 남자 직원이 많기 때문이다. STX 지주회사의 17기 신입사원 17명 중 여성은 김수민 씨를 포함해 단 2명이었다.

STX 본사 한 회의실에서 가진 인터뷰. 그의 목소리는 방 안이 울릴 정도로 크고 우렁찼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신입사원다운 패기와 당당함이 묻어났다. 바로 그 자신감으로 면접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많은 기업 중에 나의 직장은 오직 하나
[성공 사례] “털털함과 씩씩함이 나의 무기. 적성에 맞는 곳 택했죠.”
취업 시즌이 되면서 김수민 씨도 삼성, LG, 두산을 시작으로 취업 전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매번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이건 아니다’ 하는 생각을 했다.

“남들 다 쓰니까 지원하긴 했는데 꿈과는 상관없이 취업을 위해 하는 것 같았어요. 가고 싶은 분야를 정해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제가 지원한 곳을 모두 합쳐도 10개가 안 될 거예요.”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았지만 김 씨는 유난히 건설 분야에 마음이 갔다. 역동적인 이미지가 자신과 잘 맞을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갈 직장을 단번에 알아봤다. 바로 STX 채용 설명회를 통해서다.

“실무진이 회사 홍보를 하는데 ‘아 저곳은 나의 직장이다’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왠지 잘 맞을 것 같은 운명적인 끌림이 있었죠.”

그래서일까. 면접을 치르는 동안 유난히 당당할 수 있었다. 떨지 않으니 평소 자신의 강점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었다.

“순서를 기다리면서 많이 떨었는데 막상 면접장에 들어서니 하나도 안 떨리더라고요. 평소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어요. 꾸밈없고 털털한 성격 그대로요.”
[성공 사례] “털털함과 씩씩함이 나의 무기. 적성에 맞는 곳 택했죠.”
김 씨는 자신의 취업 비결을 ‘당당함과 솔직함’으로 꼽았다. 자기소개서도 거짓 없이 대학 때 했던 활동을 위주로 담백하게 썼다.

“자기소개서에서 너무 부풀리면 오히려 면접 때 손해 보는 경우가 있어요.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질문하는데 그 긴장되는 순간에 완벽하게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전 그냥 솔직하게 나갔어요. 모르면 모른다고 말씀드리고. 대신 ‘지금은 모르지만 앞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서 어떻게 하겠다’고 하면서요.”

면접에서는 무엇보다 큰 목소리가 한몫했다. 원래 목소리가 작았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의식적으로 노력한 결과 중저음의 개성 있는 목소리로 바꿀 수 있었다고 한다.

“5명이 같이 면접을 들어갔는데 앞에 어떤 남자분이 해병대 출신이었어요. ‘안녕하십니까’ 하고 큰 소리로 인사하는데 이걸 어찌해야 하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같이 면접을 본 동기의 말에 의하면 제 소리가 더 컸대요.(웃음)”

김 씨의 이력을 보면 한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다. 바로 ‘여중, 여고, 여대’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는 남녀 비율이 8:2 정도로 남성 직원이 많은 STX에서 약점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관련 질문이 나올 때 김 씨는 기지를 발휘했다.

“면접관들도 우려했어요. 남자랑 부딪힐 일이 없겠느냐고요. 그래서 대답했어요. ‘목소리 하나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우렁찬 목소리와 저만의 친화력으로 남자 사원들을 모두 매수하겠습니다’.”

김 씨는 회사 내에서 새로운 별명이 하나 생겼다. 바로 ‘이대 ROCT’다. 남자 사원들의 고민을 잘 들어준다고 동료들이 붙여준 것이다. 면접관들의 우려를 단박에 떨쳐버린 셈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요. 남의 얘기를 듣는 것도 좋아하고요. 예전에는 ‘엄마’라는 별명도 있었어요. 친구들도 고민 상담을 많이 요청해오는 편인데 얘기는 잘 듣되 조언은 현실적이고 직설적으로 하는 편입니다.”

대학 때도 사람들과 함께 하는 활동에 가장 중점을 뒀다. 대표적인 것이 유니세프 동아리 활동. 이를 통해 의견을 모으고 뜻을 조율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중요한지를 배웠다. 한창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4학년 2학기를 앞두고 면접 스터디 대신 영어 연극을 선택한 것은 어찌 보면 모험이었다.

“연극 초보생들이 모여 두 달간 아침 8시에서 밤 10시까지 열심히 연습했어요. 공연 3일 전에 여주인공이 그만둔다고 해서 위기를 맞기도 했고요. 그때 그 친구의 친구들까지 동원해서 설득하고 결국 200명 관중 앞에서 성공적으로 잘 마쳤죠. 그때 알았어요. 나에게 남을 설득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요. 그런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그대로 녹여 담았어요. 단순한 사건의 나열보다는 어떻게 일이 진행됐고 뭘 배웠는지를 표현했어요.”

지금도 김 씨는 하루에 2~3개의 약속을 잡곤 한다. 많을 때는 3~4개의 모임에 참여한다. 점심시간에도 사내에 있기보다는 친구들을 만난다.

그의 꿈은 인적관리의 전문가가 되는 것. 이를 위해 현업에서 실무를 쌓고 필요에 따라 지방에 있는 계열사에서 여러 사람과 일해보길 원한다.

“현재 경영진단팀에서 그룹 전체를 본다는 점에서 시작이 좋다고 봐요. 인력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고요. STX는 구성원의 40~50%가 20~30대여서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을 것 같아요.”
[성공 사례] “털털함과 씩씩함이 나의 무기. 적성에 맞는 곳 택했죠.”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