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텍 임연철·이성주 연구원, 권나흔 사원
의료장비 전문업체인 바텍의 센서기술본부 개발팀에서 근무하는 임연철(위 사진 왼쪽) 씨는 미국에서 석사학위까지 마친 소위 ‘유학파’다. 그는 테네시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그의 대학 동창 중 상당수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취업해 다니고 있다.청년실업난이 심각해지면서 누구나 대기업에 입사하길 희망하지만 정작 임 씨는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을 부러워해본 적이 없다. 심지어 대기업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빗대어 설명했다.
![[이래서 중소기업 택했다] “좋아하는 일 찾아 멀티플레이어 돼야죠.”](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AD.25685280.1.jpg)
대기업에서 근무하면 몸은 편하겠죠. 하지만 저는 편안하게 주어진 상태에서 일하는 것보다 좀 힘들더라도 함께 뭔가를 만들어가면서 배워나가는 것을 훨씬 좋아합니다. 도전도 되고 재미도 있잖아요. 이런 점에서 바텍은 훌륭한 직장이죠.”
그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대기업에 들어갔다 곧 그만둔 친구들의 영향도 없지 않았다.
“어렵게 들어간 친구 녀석들이 2~3년 뒤 그만 다니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어봤죠. 틀에 박힌 삶이 싫어졌다는 친구도 있었고 비전이 안 보여서 그만둔다는 친구도 있었고, 아무튼 이유는 다양했어요. 제가 보기엔 남들이 ‘대기업, 대기업’ 하니까 아무런 고민 없이 들어갔다가 입사 전에 생각했던 거랑 많이 달라서 견디지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임 씨와 함께 센서기술본부에서 일하고 있는 이성주(사진 오른쪽) 씨는 자신이 좋아하면서 적성에도 맞는 일을 찾아 직장을 선택했다. 이 씨는 대학(연세대)에서 방사선학을 전공했다. 대학원에선 메디컬 이미징 공부도 마쳤다. 의료장비 전문기업인 바텍과는 소위 ‘궁합’이 맞는 셈이다. 하지만 그의 대학 동창 중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많은 친구가 삼성의료원이나 서울대병원, 현대아산병원 등 대형 병원에 들어가길 원하고 실제로 근무하는 친구도 적지 않아요. 물론 선택은 각자의 몫이니까 그런 친구들의 선택을 뭐라고 할 마음은 없어요. 저는 첨단 의료장비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이 적성에 딱 맞아요.
연구하느라 밤 11시까지 회사에 있을 때도 많지만 제가 좋아 선택한 일이라 불만이 없어요. 직장을 구하는 후배들이 회사의 크기나 지명도보다 ‘나와 이 일이 정말 맞나’를 먼저 생각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두 사람과 달리 해외사업본부 전략지원팀에서 근무하는 권나흔 씨는 전공이 무역학이다. 권 씨의 일은 연구개발직과 달리 의료장비를 해외시장에 알리고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권 씨가 꼽는 중소기업의 장점은 무엇보다 많은 일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이 발전하기 위해선 스스로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기업에서 일한 경험은 없지만 주위 선배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대기업은 정해진 범위 내에서 자기 일만 파고든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서 중소기업은 한 사람이 여러 파트의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스킬을 배워나가는 데 대기업보다 훨씬 유리한 것 같아요. 제가 학교에서 무역실무를 배웠지만 실제 기업에 들어와서 몸으로 배우는 것과는 다른 점이 적지 않더라고요. ‘아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 때가 많은데 그러면서 하나씩 배워나가는 거죠.”
“연봉·네임밸류 보다 중요한 것 택해”
![[이래서 중소기업 택했다] “좋아하는 일 찾아 멀티플레이어 돼야죠.”](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AD.25685281.1.jpg)
“제가 친구들보다 약간 먼저 취직한 편인데 모두 관심이 돈(연봉)에 있는 것 같아요. ‘너희 회사는 급여가 얼마나 되니?’ ‘복지후생은 대기업과 비교해서 어때?’ 이런 식이죠. 돈이나 복지후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이 일을 통해 얼마나 배우고 클 수 있을까’ 하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어요. 아직 젊으니까 돈은 나중에라도 더 많이 벌 수 있잖아요.”(권 씨)
권 씨는 아울러 구직자들이 직장을 선택할 때 기업의 네임밸류를 지나치게 따져본다고 꼬집었다.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졸업 후 취직이 안 돼 소위 ‘백수’ 생활을 하는 분이 있어요. 이분은 금융권, 그중에서도 은행에 가고 싶어하는데 다른 곳은 아예 눈길도 주지 않아요. 급여를 보거나 인지도를 봤을 때 다른 곳은 자기의 성에 차지 않는다는 말이죠. 물론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그곳에 올인하는 것도 방법이긴 하지만 자신의 진로를 너무 제한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이 씨는 남들과 자신을 지나치게 비교하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남들도 저런 정도 직장에 다니는데 나도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조금씩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그런 태도보다 앞서도 얘기했듯 자신의 적성에 맞고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 씨의 이야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구직자들이 직장을 구하고 있긴 하지만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를뿐더러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들을 찾기 어렵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고 가치를 느끼는 일을 찾아서 이쪽에 전력투구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대학생들은 이런 고민을 하기보다 그 시간에 영어 성적이나 자격증 등 소위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물론 구직자들만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고요, 우리 사회 전체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어요.”
![[이래서 중소기업 택했다] “좋아하는 일 찾아 멀티플레이어 돼야죠.”](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AD.25685282.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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