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중소기업청장

중소기업은 우리 산업계의 근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산업의 90%를 차지하는 게 바로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요즘에도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너나없이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 공기업을 원할 뿐 중소기업에 들어가 꿈을 펼치겠다는 젊은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통령까지 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주문하고 있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 중소기업이 겪는 애로 사항도 적지 않다.
[밀착 인터뷰] "일자리는 창업 통해 늘리는 게 가장 효율적"
지난 3월 취임한 김동선 중소기업청장은 고민이 적지 않다. 청년 실업 문제 해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그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대전에 있는 정부종합청사에서 김 청장을 만나 취임 이후의 활동 성과, 청년 실업 문제의 해법,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방안 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3월 23일 청장으로 취임하신 후 5개월이 지났습니다. 어떠셨는지요.
[밀착 인터뷰] "일자리는 창업 통해 늘리는 게 가장 효율적"
공직 생활을 시작한 이후 정책을 입안하는 일을 주로 해왔는데 기관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가 근무했던 통상산업부·산업자원부·청와대 등은 아무래도 현장과는 약간 거리감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중소기업청에 와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취임 후 시행 중인 ‘1주 3통’을 꼽을 수 있습니다. 1주일에 3번은 현장에 가서 중소기업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죠.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과 직접 현장에 나가 기업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는 걸 절감하고 있습니다.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합니다. 중기청에서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대기업의 일자리는 오히려 줄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늘려나가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기청에서는 디자인·소프트웨어 등 지식 서비스 분야에서의 1인 창조 기업 육성,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 육성 등을 통해 창업에 관심이 있는 젊은이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청년 구직자들이 우수 중소기업의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우수 중소기업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습니다. 현재 약 6만 개의 중소기업 정보가 등록돼 있는데 한번 들어가 보면 알짜배기 중소기업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구직자와 중소기업의 원활한 만남을 위해서 지역별로 교육청·지자체·경제단체 등과 공동으로 취업대책반도 운영 중입니다.

1인 창조 기업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좋은 방안으로 보입니다.

1인 창조 기업은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합니다. 중기청에서는 우수한 인력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스마트폰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앱스토어 시장이 1인 창조 기업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중기청은 전국의 주요 대학 등에 ‘앱 창작터’를 지정, 운영해 오는 2012년까지 1만 명의 앱 개발자를 양성해낼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이동통신 3사와 삼성전자, 앱 창작터 및 앱 개발자가 참여하는 ‘앱 창작 지원 협의회’를 결성하고 상생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해 나갈 방침입니다.

하지만 1인 창조 기업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1인 창조 기업은 지난해 3월 ‘1인 창조 기업 활성화 방안’을 처음으로 마련한 후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습니다. 신규 사업이고 사업 추진 기간도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많은 국민들이 1인 창조 기업을 생소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신문·방송 등 전통 매체뿐만 아니라 뉴미디어인 트위터와 블로그 등을 적극 활용해 국민들에게 1인 창조 기업을 널리 알려나갈 계획입니다. 아울러 1인 창조 기업의 성공 사례를 홍보하는 일도 병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청년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여전한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이 잘못됐다고 봅니다. 중소기업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에 비해 낮은 보수, 열악한 후생 복지시설 등을 떠올립니다. 이 때문에 우수 기능 인력 양성의 산실인 전문계고 출신들도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약 90%를 차지하는 산업의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나없이 대기업만 고집해선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면 대기업 못지않은 중소기업들도 적지 않습니다.

중기청이 6만 개에 이르는 ‘우수 중소기업 DB’를 구축한 것도 괜찮은 중소기업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자는 취지였습니다. 일본에서도 이와 유사한 제도를 시행해서 적지 않은 효과를 봤다고 들었습니다.
[밀착 인터뷰] "일자리는 창업 통해 늘리는 게 가장 효율적"
좋은 중소기업이 많지만 청년 구직자들이 접할 기회가 현실적으로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중기청에서는 청년들이 더욱 손쉽게 일자리 정보와 취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취업 수요가 많은 우량 중소·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6만 개에 이르는 ‘우수 중소기업 DB’ 구축이 좋은 예지요.이뿐만이 아닙니다.

지역별로 교육청·지자체·경제단체 등을 중심으로 취업대책반(반장은 지방중기청장)을 구성해 취업박람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중소기업 현장 체험을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올해 3000여 명의 대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산업현장의 맞춤형 직업교육도 강화해 나갈 방침입니다.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 수요를 전문계고 등의 교육과정에 반영해 현장 수요에 맞는 인력을 키울 계획입니다.올 해 말까지 약 5만2000명을 양성하기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소위 ‘미스 매칭’ 문제가 하루아침에 풀릴 것 같지는 않은데 해법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기업과 구직자 모두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먼저 기업은 우수 인력의 채용과 이탈 방지를 위해 근무 환경 개선과 직원 복지 향상 등에 노력해야겠지요. 정부의 다양한 지원 시책을 적극 활용하려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일례로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작업 환경 시설 개선 지원금으로 총 5415개 기업에 840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중기청도 깨끗한 작업 환경 조성을 위해 250개 기업에 247억 원을 주었습니다. 청년 구직자들도 무조건 대기업에서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젊은이다운 도전 정신으로 중소기업에서 기회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창업과 경영 전반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기가 쉽다는 점, 대기업보다 승진이 빠르다는 점 등 잘 살펴보면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유리한 점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화두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문제는 크게 불공정 거래 관행, 납품 단가 인하, 인력 유출 등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나왔던 말들이라 사실 새로운 내용은 아닙니다. 문제는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상생의 문화 정착을 위해 정부는 지난 7월 지식경제부 등 6개 부처 합동으로 현장 실태 조사를 하고 대·중소기업 간 거래 질서 개선, 상생 협력 확산 및 중소기업 애로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오너부터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대기업의 구매 담당 임원은 현재 인사고과나 평가를 원가절감, 수익률로 평가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공정한 거래 관행이 하루아침에 개선되기는 어렵습니다. 구매 담당 임원의 인사고과나 실적 평가 시스템에 중소기업과의 상생 성과 등을 보완해 포함한다면 불공정한 거래 관행이 많이 바뀔 수 있을 겁니다.

기업 현장을 다니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있다면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소통이지요. 기업 현장이라는 게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충돌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당사자들의 이해와 협조를 이끌어내 적절하게 소통을 시키는 데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울러 현장 감각을 유지하면서 정책 마인드를 적절히 융합하는 균형과 중용의 감각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이 다니고, 더 많이 들어야겠지요.


**김동선

1955년 강원도 영월 출생.
1981년 고려대 무역학과 졸업.
1982년 특허청 국제협력담당관실 사무관.
1995년 통상산업부 프랑스 대사관 파견.
2003년 산업자원부 산업협력과장.
2004년 중국협력기획단장.
2006년 산업자원부 주중국대사관 참사관.
2008년 청와대 대통령실 비서관.
2010년 중소기업청장(현).

대담 김상헌 편집장 ksh1231@hankyung.com│정리 김재창 기자 changs@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