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직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대통령 체포발표가 하루 지난 15일 현대건설 해외영업부직원들이 바그다드 지도를 펴 놓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강은구기자 egkang@  2003.12.15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대통령 체포발표가 하루 지난 15일 현대건설 해외영업부직원들이 바그다드 지도를 펴 놓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강은구기자 egkang@ 2003.12.15
“영업직은 무슨 일을 하는 건가요?” “000사 영업직에 합격했는데, 출근하기가 망설여져요.” “00업종 영업직은 자기 돈 메워 넣는 일이 많다는데, 사실인가요?”

취업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늘 영업직 관련 질문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 그 뉘앙스가 어딘지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댓글들 역시 썩 밝은 내용은 아니다. 흔히 영업을 기업의 근간이라고 한다. 아무리 잘 만든 상품도 시장에서 팔지 못하면 헛일인 까닭이다. 영업의 성패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신규 채용인원 중 영업직이 차지하는 비율도 꽤 높다. 하지만 구직자의 인식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 영업직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것은 물론 막연한 두려움을 품고 기피하는 취업준비생이 적지 않다. 심각한 괴리가 아닐 수 없다. 왜 그럴까. 많은 사람들이 영업직에 대해 잘못된 선입관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당신은 어떤가? 무작정 ‘영업직은 싫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국에서 영업직이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해묵은 고정관념. 무조건 팔아오라는 식의 방문판매가 영업사원을 달갑지 않은 직업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아직도 ‘영업직=외판원’으로 아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여기에 보험설계, 자동차 판매 등 비교적 진입 문턱이 낮은 영업직이 더해져 인식의 왜곡이 한층 더 심해졌다.

문제는 직업 선택을 앞둔 취업준비생의 인식 역시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것. 영업직을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생각해볼 일 등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짙다. 김치성 제닉스취업솔루션 대표는 “영업직에 대해 단단히 잘못 알고 있는 구직자가 수두룩하다”면서 “직무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올바른 직업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Special ReportⅡ] 아무리 취직 못해도 영업은 싫다?
취업준비생들의 오해는 영업직의 속성을 잘못 이해하는 데서 비롯된다. 영업직을 무조건 외근 판매직으로 보는가 하면, 소위 ‘또라이’ 기질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경우도 있다. 이는 맞는 말인 동시에 틀린 말이기도 하다. 업종, 영업 방식에 따라 직무의 내용이나 요구되는 역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Special ReportⅡ] 아무리 취직 못해도 영업은 싫다?
영업은 크게 B2C 영업과 B2B 영업으로 나뉜다. 두 분야는 영업의 대상, 방식 등에서 뚜렷하게 구별된다. B2C 영업은 말 그대로 불특정 개인을 상대로 유무형의 제품을 파는 일이다. 보험, 자동차 영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개 고객과 일대일로 만나서 실적을 올린다. 따라서 영업사원 개인의 역량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게 특징이다.

반면 B2B 영업은 팀 단위로 이뤄지는 시스템 영업이다. 제품을 판다는 점은 다르지 않지만, 개인 고객이 아닌 기업이나 단체를 상대한다. 업종에 따라 영업의 내용이나 방식도 판이하게 차이가 난다. 제약회사 영업직과 건설회사 영업직은 같은 영업이라도 전혀 다른 일을 한다는 얘기다.

영업직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B2C 영업과 B2B 영업을 구분해야 한다. 특히 4년제 대학을 졸업한(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이라면 B2B 영업직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신규 채용인력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수요가 많고, 최근 몇 년 사이 영업직 출신의 몸값 상승세가 뚜렷한 까닭이다. 제조, 금융, 건설 등의 기업이 공채 등을 통해 모집하는 영업직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영업을 알아야 다른 일을 잘할 수 있다”
[Special ReportⅡ] 아무리 취직 못해도 영업은 싫다?
영업은 모든 직무의 중심으로 평가받는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기획·제작된 유무형의 상품이 마지막으로 도달하는 게 영업의 단계다. 잘 팔면 기업이 살고, 못 팔면 망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존재 이유인 이윤 창출이 마지막 영업 단계에서 실현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이 영업 조직에 공을 들인다. 신입사원을 의무적으로 영업직에 배치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승진의 필수 요건으로 영업 현장 근무 경력을 보는 기업이 적지 않다. 영업을 알지 못하고서는 다른 직무를 잘 해낼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영업직은 일한 만큼 성과가 나타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따라서 연봉 수준도 다른 분야에 비해 높은 편이다. 잡코리아가 2010년 중소기업 초임 연봉을 분석한 결과 기술영업 분야가 평균 2195만 원으로 전체 평균 1871만 원보다 17%나 높았다. 영업기획(2027만 원), 해외 영업(2022만 원) 등도 평균치를 웃돌았다.

최근 들어선 영업직 출신 CEO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은 모두 정통 영업맨 출신이다. 최지성 사장은 영업직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삼성전자 사장이 됐고, 민병덕 행장은 29년 동안 일선 지점과 영업지원본부를 거쳐 행장에 올랐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영업직은 절대 홀대할 직무가 아니란 게 자명해진다. 오히려 남들보다 한발 앞서 도전할 만하다는 게 영업직 종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동수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이사는 “영업직에 대한 오해 때문에 자질 있는 인재들이 엉뚱한 직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영업직을 거쳐 마케팅, 기획 등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이트웨이로서 영업직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김치성 대표도 “상대적으로 취업하기가 쉽다, 한탕하면 높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등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전문적인 직무 분야로 영업직을 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업직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서는 먼저 각 업종별로 서로 다른 직무 내용을 알아야 한다. 오해와 무지로 인해 적성에 맞는 직업을 놓쳐버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티 플레이’ 옛말…연봉 빵빵한 전문직
[Special ReportⅡ] 아무리 취직 못해도 영업은 싫다?
보험, 자동차와 함께 3대 영업 분야로 꼽히는 게 제약회사 영업직이다. 동시에 각종 오명을 둘러쓰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리베이트 관행으로 뉴스에 오르내리는가 하면, 영화나 드라마에선 마치 ‘의사의 종’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일부의 문제가 침소봉대됐다는 게 현직 종사자들의 이야기다. 리베이트, 접대 등 좋지 않은 관행들은 글로벌 스탠더드 영업 방식을 내세우는 다국적 제약사가 국내시장에 안착하면서 사라지고 있고, 사회 환경적으로도 리베이트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같이 처벌하는 쌍벌죄가 시행돼 근절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pecial ReportⅡ] 아무리 취직 못해도 영업은 싫다?
제약회사 영업직은 병원, 의원, 약국 등을 대상으로 최신 약학 정보를 전달하고 진료 분야에 맞는 최적의 약을 납품하는 일이다. 신약 관련 브리핑이나 세미나를 준비·진행하는 것도 영업사원의 몫. 의사, 약사보다 한발 빠르게 신약 트렌드를 꿰뚫고 있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영업사원에게 MR(Medical Representative·의료 정보를 전달하는 대리인)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단순히 의약품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는 사명감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제약 영업직은 다른 업종에 비해 연봉 수준이 높은 게 강점이다. 다국적 제약사나 대형 제약사의 영업직 초봉은 평균 3000만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 다국적 제약사 3년차 영업사원인 P씨의 경우 2년차였던 지난해 총 52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그는 “본봉 외에도 매월 50만 원의 영업비, 차량 유지비, 식사비 등이 별도 지급된다”고 밝혔다.

술, 골프 등의 접대 관행도 사라지고 있다. 고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 이런 변화에 따라 제약업계에 여성들의 진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제약업계 여성 마케터들의 모임인 WMM(Woman Marketer Meeting)이 14개 제약사(다국적사 12개, 국내사 2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0년 현재 여성 인력 비율은 2005년 32%에서 올해 39%로 증가했다. 특히 다국적 기업인 한국MSD(46%), 한국화이자제약(46%)의 여성 인력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이윤 높여주는 물류 디자이너
[Special ReportⅡ] 아무리 취직 못해도 영업은 싫다?
DHL, 페덱스, TNT 같은 특송·물류 기업에서도 영업은 ‘생명줄’이다. 특히 전문 분야 발굴 및 확대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반 소비자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기업 관련 특송·물류 시장에서 영업사원들이 뛰고 있는 것이다.

가령 TNT는 임상시험 샘플이나 혈액, 장기 등을 배송하는 클리니컬 서비스(Clinical Express)에서 국내 1위다. 또 IT, 의류, 자동차, 생명공학 관련 기업 등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다. 누군가에게로 물건 또는 제품을 전달하는 일은 동일하지만 그 제품이 무엇인지, 어떤 방법으로 운반하는지, 어떻게 전달하는지 등의 세부 내용은 물류기업마다 케이스마다 모두 다르다.
[Special ReportⅡ] 아무리 취직 못해도 영업은 싫다?
물류기업 영업사원은 ‘물류 디자이너’로 불린다. 역할 범위도 상당히 넓다. 우선 고객 산업에 대한 이해와 니즈를 파악, 어떤 물류 서비스가 필요한지 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신규 고객 창출의 기초를 다지는 단계다.

이를 바탕으로 제안서를 만들고 프레젠테이션도 직접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다국적 물류기업은 여러 국가 간 협업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시아·유럽,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프로젝트라면 이 범위 내 국가에 진출한 법인들과 손을 잡고 고객 기업에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식이다.

이호진 TNT코리아 과장은 “점점 다양화되고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비즈니스 환경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물류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 영업 담당자의 가장 큰 역할”이라면서 “물품 픽업부터 수신자의 문전 배송 완료까지의 전 과정과 공급망 체인 솔루션을 디자인하는 ‘물류 디자이너’인 셈”이라고 말했다.

영업직의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고객의 물류 흐름을 통제·관리하기 위해 각 나라별, 물품별, 수량별로 다양한 상황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데, 이 역시 영업 담당자가 맡는다. 즉, 상황별 대비책을 설계해 모든 가능성과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또 고객사와 거래가 성사된 이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이루어진다. 이 과장은 “고객이 다국적 기업, 대기업인 경우 월별 혹은 분기별로 지난 성과 리뷰, 프로세스 점검, 향후 계획 공유 등의 비즈니스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물류회사 영업 담당자에게는 고도의 전문가 자질이 요구된다. 먼저 물류 전문가로서 그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 경제와 정세에 관한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은 물론 고객사 분야의 뉴스와 트렌드에도 밝아야 한다.

또 세계를 무대로 삼아 물류의 흐름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일인 만큼 국제적인 시각과 마인드, 언어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국내 물류관리사 자격증이나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는 미국 주관 생산재고관리사(CPIM), 물류 경력 5년 이상 종사한 사람에게 응시 권한이 부여되는 국제 자격증인 물류자격증(CPM)으로 이러한 능력을 검증받기도 한다.
[Special ReportⅡ] 아무리 취직 못해도 영업은 싫다?
주택·토목·해외 건설…분야 따라 직무도 달라
[Special ReportⅡ] 아무리 취직 못해도 영업은 싫다?
아파트나 사무용 빌딩을 짓는 건설회사의 영업부 직원이라고 하면 먼저 분양사무실에 줄지어 앉아 고객과 상담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직무에 관한 대표적인 오해라 할 수 있다.

건설회사 영업직의 업무 분야는 무척 다양하다. 주력 분야가 무엇이냐에 따라 영업직의 역할도 달라진다. 주택건설을 주로 하는 건설사를 예로 들어보자. 주택건설 사업은 크게 자체사업과 수주사업으로 나뉜다. 자체사업이란 건설사가 직접 부지를 마련해 자사 브랜드로 주택을 건설한 다음 소비자에게 분양하는 사업을 말한다. 수주사업이란 재개발 재건축을 맡아 조합과 함께 주택을 건설한 다음 조합원과 소비자에게 분양하는 사업이다.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크게 늘어나면서 최근 몇 년간 주택건설사 대부분은 수주사업에 공을 들였다. 건설사 영업 활동도 재개발 재건축 수주에 초점이 맞춰졌다. 첫 번째 목표는 조합원 총회에서 건설사로 선정되는 것. 이를 위해 무리한 판촉전을 벌인 게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2007년 미국발 금융 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하강하면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분양 실적이 부진한 주택 대신 SOC, 토목 등으로 영업 포인트를 바꾸는 건설사가 많아진 것. 마침 4대 강 개발의 본격화가 맞물려 전담 영업부를 신설하고 수주전에 뛰어든 건설사가 적지 않다.

이와 함께 해외 사업에 주력해 현대건설 등은 중동 등지에서 사상 최대의 수주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970년대부터 이어진 중동 건설 붐은 모두 해외 영업의 결과물. 특히 오일머니로 개발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중동에서는 대규모 건설사업을 맡을 건설사를 공개 모집하는데 수주금액, 건설기술 수준, 공사기간 등 여러 측면을 검토해 수주사를 정한다. 이 과정 중 최전방에서 뛰는 이가 해외 영업맨이다.

흔히 알고 있는 분양사무소, 모델하우스의 영업맨은 대개 분양 대행사에 소속된 직원이다. 계약 성사 여부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프리랜서일 가능성이 높다. 건설사 본사 영업부 직원은 보통 모델하우스 현장 책임자로 파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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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Ⅱ] 아무리 취직 못해도 영업은 싫다?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