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십 경험자들은 포스코를 ‘인턴십하기 좋은 기업’ 1위로 뽑았다. 한진그룹이 2위에 올랐으며 이랜드그룹, 한화그룹은 동점으로 3위에 랭크됐다. 5위는 우리은행, 6위는 GS그룹이 차지했고 KT, 신한은행, 삼성그룹, 두산그룹은 동점으로 7위에 올랐다. 이 기업들이 바로 CAMPUS Job&Joy와 잡코리아가 국내 최초로 조사한 ‘인턴십하기 좋은 기업(Great Internship Place·GIP)’ 톱 10이다.
[인턴이 뽑은 인턴하기 좋은 기업 베스트 25] 포스코·한진·한화·이랜드 '진선미' 차지
11~25위에는 KB국민은행, 코트라(KOTRA), 현대건설, 하이닉스, 금호아시아나그룹, CJ, SK그룹, 한국전력공사, LG그룹, 현대중공업, 외환카드, 현대그룹, 신세계, 롯데그룹, 현대자동차가 올랐다.

이번 조사는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 등이 발표하는 ‘일하기 좋은 기업(Great Work Place·GWP)’을 모델로 삼았다. GWP는 직원들이 서로 존경·신뢰하고 맡은 일에 자부심을 가지며 동료들 간에 일하는 재미가 넘쳐나는 일터, 즉 인간 중시의 직장을 가리킨다. 삼성전자, 제일모직, 동부화재 등 민간기업뿐 아니라 농림수산식품부, 경기도 등도 GWP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할 정도로 중요한 경영 키워드다.
[인턴이 뽑은 인턴하기 좋은 기업 베스트 25] 포스코·한진·한화·이랜드 '진선미' 차지
CAMPUS Job&Joy는 이를 인턴십에 접목했다. GIP는 취업준비생들이 보기에 일하는 즐거움이 넘쳐나는 일터, 인간 중시 일터의 ‘인증’인 셈이다. 따라서 610개 평가대상 중 최상위에 선정된 25개 기업은 그 자체로 GIP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사는 기업문화를 체험한 경험자들이 직접 점수를 매겨 랭킹을 만들었다는 특징이 있다. 이번 첫 조사에서는 직장 내 분위기, 맡겨진 업무의 전문성, 보수 등 세 가지 항목과 함께 전반적인 인턴십 만족도를 채점 대상으로 삼았다.

각 항목의 만점은 5점이며, 네 가지 항목의 점수를 합한 총점으로 종합 랭킹이 만들어졌다. 다시 말해 각 항목별 랭킹은 종합 랭킹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 지금부터 각 항목별 순위와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를 알아보자.
[인턴이 뽑은 인턴하기 좋은 기업 베스트 25] 포스코·한진·한화·이랜드 '진선미' 차지
[인턴이 뽑은 인턴하기 좋은 기업 베스트 25] 포스코·한진·한화·이랜드 '진선미' 차지
‘직장 내 분위기’는 직장생활 경험이 거의 없는 인턴사원에게 가장 민감하게 다가가는 요소다. 직원들이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며 동료끼리 서로 신뢰하는 기업이라면 인턴사원의 적응 속도도 빠를 수밖에 없다.

호감도 역시 상승해 입사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질 터.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아무리 소속감이 덜한 인턴사원이라 해도 직장 체험이 곤욕스러울 것이다.

이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은 한진그룹이다. 응답자들이 인턴십을 경험한 기업은 대한항공, 한진해운, 한진 등 운송 분야가 주를 이뤘다. 한진그룹은 평균 4.8점(5점 만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진그룹은 재계에서 ‘인간적인 기업문화’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에게 기회가 많은 기업이라는 평이 많다. 이는 단지 ‘카더라 통신’에 그치지 않는다. 2008년 대한항공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여성부와 ‘여성 친화 기업문화 확산 협약식’을 가졌고, 이를 계기로 조양호 회장이 지난해 ‘BPW(전문직여성한국연맹) 골드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여성 친화적 기업문화를 선도하고 양성 평등 확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한진그룹 뒤를 이어 포스코(4.5), KB국민은행(4.3), 외환카드(4.3), 한국전력공사(4.1)도 직장 내 근무 분위기가 훌륭한 기업으로 꼽혔다. 두산그룹, 신한은행, 우리은행, 이랜드그룹, 한화그룹, 현대중공업, GS그룹, KT 역시 평균 4.0의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인턴이 뽑은 인턴하기 좋은 기업 베스트 25] 포스코·한진·한화·이랜드 '진선미' 차지
[인턴이 뽑은 인턴하기 좋은 기업 베스트 25] 포스코·한진·한화·이랜드 '진선미' 차지
취업준비생들은 인턴십을 통해 직장생활 경험과 함께 직무역량 강화의 효과를 기대한다. 학교에서 배운 것, 자격증 공부를 하며 얻은 지식 등을 총동원해 실전에서 전문성을 더하고자 하는 게 인턴사원들의 희망사항.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지난 6월 CAMPUS Job&Joy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이 인턴십 기간 동안 ‘복사, 전화 응대 등 업무 보조 역할을 했다’고 대답했다.

별 기량이 필요 없는 단순 노동을 했다는 이야기다. 이런 경우 인턴십 생활이 즐거울 리 없다. 해당 기업에 대한 이미지나 동료들과의 관계 역시 좋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하지만 포스코(3.8), 하이닉스(3.7), 이랜드그룹(3.7), KT(3.6), CJ(3.6)에서 인턴십을 한 이들은 ‘단순 업무 보조를 했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갸우뚱할지 모른다. 이들은 프로 뺨치는 전문성이 필요한 일을 하며 인턴십을 했기 때문이다.
[인턴이 뽑은 인턴하기 좋은 기업 베스트 25] 포스코·한진·한화·이랜드 '진선미' 차지
이랜드의 경우 경영학 수업과 연계, 실전에서 적용 가능한 결과물을 내놓도록 유도하고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 개설 과목인 ‘uGET(학부 글로벌 체험팀 프로젝트)’를 수강하는 3~4학년 학생들에게 직접 시장조사·마케팅 전략 수립·프레젠테이션을 맡기는 게 핵심이다. 총 4학점인데 여기에는 인턴과정 1학점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겨울 진행된 인턴십에서는 이랜드의 주얼리 브랜드인 ‘클루(CLUE)’의 중국 백화점 입점 전략이 과제로 주어졌다. 인턴사원들은 국내에서 3주간 근무와 중국 현지에서 4주간 시장분석을 마치고 박성수 이랜드 회장에게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해 세계적인 고가 브랜드인 ‘스와로브스키’를 공략해야 한다”는 진출 전략을 제시했다. 박 회장은 이들의 제안을 매우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인턴이 뽑은 인턴하기 좋은 기업 베스트 25] 포스코·한진·한화·이랜드 '진선미' 차지
[인턴이 뽑은 인턴하기 좋은 기업 베스트 25] 포스코·한진·한화·이랜드 '진선미' 차지
인턴사원에게 주어지는 월급은 ‘쥐꼬리만하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정부의 청년 인턴 지원제의 적용을 받는 경우 기업은 인턴 월급의 50%까지 보조받는다. 최대치는 80만 원. 따라서 월 160만 원이 넘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 6월 실시한 CAMPUS Job&Joy의 조사에서 인턴십 경험자의 30.3%가 ‘월 80만 원 미만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또 80만~90만 원은 전체의 17.7%, 90만~100만 원은 20.6%였다. 즉, 인턴사원 10명 중 7명이 100만 원 미만의 보수를 받았다는 얘기다.
[인턴이 뽑은 인턴하기 좋은 기업 베스트 25] 포스코·한진·한화·이랜드 '진선미' 차지
이런 현실은 이번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평가대상 610개사가 받은 각 항목별 평균 점수를 내보니 보수 만족도 부문의 평균 점수가 2.9점 수준으로 높은 편이 아니었다. 개중에 가장 높은 만족도를 받은 기업은 포스코(4.0), KB국민은행(3.9), 하이닉스(3.9). 포스코의 경우 지난해 기준 인턴사원 월급이 110만 원이었다.

인턴사원 처우는 기업, 하는 일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경우 보수도 올라간다. 코트라(KOTRA)의 경우 인턴사원이 희망하는 부서에 실전 배치해 해외자료 번역, 해외무역관 보고서 관련 업무 등을 수행하도록 한다. 전문성을 감안, 일반 행정인턴보다 높은 보수를 주는데, 지난해 기준 월 194만 원 선이었다. 하지만 만족도는 제각각이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코트라 인턴십 경험자들은 보수 만족도에 대해 평균 3.0의 점수를 주었다.
[인턴이 뽑은 인턴하기 좋은 기업 베스트 25] 포스코·한진·한화·이랜드 '진선미' 차지
인턴사원들은 인턴십 기간 동안 무엇을 느꼈을까. 혹시 단순한 업무 내용이나 적은 보수 때문에 직장생활에 실망감을 먼저 가지지는 않았을까. 조직 내 인간관계의 중요성, 과도한 업무량을 체감하며 짐짓 자신감을 잃지는 않았을까.

이번 조사에 응한 인턴십 경험자들은 각 기업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해 평균 2.6의 평점을 매겨 ‘보통’ 수준의 만족도를 표시했다. 하지만 상위 25개 기업은 평균 3.28의 비교적 높은 평점을 받았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은 한화그룹(4.0)과 GS그룹(4.0). 우리은행(3.9), 이랜드그룹(3.8), 포스코(3.8)도 상위에 랭크됐다.
[인턴이 뽑은 인턴하기 좋은 기업 베스트 25] 포스코·한진·한화·이랜드 '진선미' 차지
이 같은 결과는 각 기업의 인턴 관련 정책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인턴십 프로그램에 공을 들이는 기업일수록 인턴사원의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취업난이 심하니 6개월만 데리고 있자’는 수준의 떠맡기식 인턴십 제도를 운영한다면 당연히 만족도도 낮을 수밖에 없는 것.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인턴사원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갖고 챙기는 모습이다. 지난 8월 5일 김 회장은 폭염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턴사원 등 300여 명의 사원과 함께 문경새재 20km를 행진했다.

2005년부터 시작돼 올해 3회째를 맞은 이 ‘사랑의 행진’은 참가자 1명이 1km를 걸을 때마다 일정 금액을 적립, 건강상 어려움을 겪는 그룹 임직원과 가족에게 전달하는 행사다. 김 회장은 다음 날인 8월 6일에도 인턴사원들과 별도의 시간을 갖고 인생 선배로서, 경영인으로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인턴이 뽑은 인턴하기 좋은 기업 베스트 25] 포스코·한진·한화·이랜드 '진선미' 차지
인턴십은 올해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종전의 인턴십은 정부 주도의 단기 취업난 처방의 성격이 강했지만, 최근의 풍조는 그렇지 않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인턴십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인턴십 참가자를 대상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기업문화와 직무 수요에 꼭 맞는 지원자를 골라낼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제 갓 막이 오른 하반기 채용시장에서도 인턴십은 관심을 집중시키는 키워드다. 많은 기업이 공채와 인턴십을 투 트랙(two track)으로 진행할 전망이다. 롯데그룹, 포스코, GS칼텍스, KT 등이 채용 연계 인턴십을 시행 중이다.

포스코는 올 하반기 대졸 공채 전형에 인턴십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서류 전형을 통과한 대졸 공채 지원자를 대상으로 3주간의 인턴십 과정을 진행하면서 어학을 비롯한 업무능력과 조직 적합성 등을 두루 갖춘 검증된 글로벌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의도다.

이미 6월 30일부터 8월 13일까지 두 차례의 인턴십이 진행됐으며, 평가 결과를 종합해 최종 합격자를 결정한 다음 10월부터 입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