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진의 재테크 편지-주식(stock) 이야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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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부모님 세대, 나이로 따지면 60~80대 경우 재테크의 주축은 저축과 부동산이었습니다. 은행 이자율은 연 20%대였고, 아파트 한 채만 사두면 5년 연속 연 15% 이상 오르는 것이 다반사였죠. 반면 저를 포함한 40~50대 경우 부동산 비중은 여전히 높지만 저축은 주식(주식형 펀드) 투자와 경쟁하면서 지위가 좀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20대 친구들을 만나 재테크 이야기를 해보면 “주식 투자 잘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 “부동산은 별로…”라는 반응이죠. 그래서 이번엔 3회에 걸쳐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20대의 주식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정말 뜨겁습니다. 두려움도 없어 보입니다. 저는 1995년쯤 처음 주식 투자를 했는데, 그땐 주식, 증권사 등의 단어가 그 자체로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도박’ 같은 단어와 동급이었다고 할까요.

하지만 요즘 20대는 아무 거리낌 없이 은행 문을 여는 것처럼 증권사에 들어갑니다. 디지털 세대라 주식매매 HTS(홈 트레이딩 시스템)를 다루는 솜씨도 능숙하고요. 전문 용어를 사용하면서 마치 증권사 애널리스트처럼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지는 대학생도 많습니다.

그럼 전 이런 질문으로 주식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왜 주식 가격은 오르는 걸까? 그리고 왜 하락하는 거야? 삼성전자 주가는 왜 오르고, 또 무슨 이유 때문에 내리는 거야?”

주가는 왜 오르고 내릴까. 얼핏 간단한 질문이죠. 하지만 막상 명쾌한 답변을 내놓는 20대 친구는 별로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회사가 좋아지면 주가는 오릅니다. 매출이 증가하고 순익이 커지면 주가는 오르죠. 반대는 하락하고요.”

정말요? 정말 그렇습니까? 틀린 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100% 맞는 답도 아닙니다. 주식 투자를 직접 해보면 알겠지만 주가 상승 종목의 절반은 실적과 무관합니다. 실적이 좋은데도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도 많죠.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물어볼게요. A라는 회사가 좋아졌다고 해볼게요. 이익도 엄청 많이 남기고요. 그런데 왜 A회사 주식의 주가가 올라야 하는 거죠? A회사가 좋아졌다고 해서 주주에게 그 이익을 돌려주나요?

여러분 중 일부는 머릿속에 ‘배당금!’ 하고 떠올릴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주식회사들은 배당제도(배당금)라는 것을 통해 순익의 일부를 주주들에게 나눠줍니다. 그러나 이건 극히 예외적인 상황입니다.

이익을 엄청 남겨도 회사에서 배당을 안 하겠다고 하면 그만이고, 또 이 배당금이라는 게 대단한 규모도 아닙니다. 은행 이자율보다 낮은 경우가 일반적이죠. 참고로 대한민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를 소유하고 있는 NHN은 엄청난 성장성과 짭짤한 경영 실적을 올렸는데도 2002년 상장 이후 지금까지 배당이란 것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답니다. 따라서 “회사가 장사 잘하면 배당을 많이 주기 때문에 주가는 오른다”는 논리도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습니다.

주식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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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한 것은 공부를 많이 한다고 꼭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죠. 그래서 많은 사람이 주식 투자를 도박으로 치부합니다.

‘홀짝게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지요. 이뿐이 아닙니다. 주식을 딱 3개월만 해보면 ‘날씨가 더우면 아이스크림 회사 주가가 오른다’는 말은 초등학생용 경제교실에서나 통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그러나 저는 주식이 투기나 찍기 게임이라는 데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10년 넘게 투자를 해오면서 느낀 점은 주식은 인간 세상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종교 등 모든 분야에서 펼쳐지는 일들이 집대성돼 있는 ‘살아서 움직이는 유기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코 도박으로 몰아갈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자,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볼게요. 도대체 주가는 왜 오르고 왜 내릴까요?

전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이 사려고 달려들면 오르고, 반대로 많은 사람이 팔려고 덤벼들면 하락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고요? 하지만 주식 투자를 할 때 늘 이 고민에서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이슈와 이벤트에 대해 과연 투자자들은 해당 주식을 사고 싶어할까, 아니면 팔고 싶어할까를 지속적으로 통찰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삼성전자 2분기 실적이 좋다는 뉴스가 나왔다고 해볼게요. 이때는 무조건 주식을 살 게 아니라, 이 ‘실적’이란 뉴스(재료)에 과연 투자자들이 매수하고 싶어할까, 아니면 이쯤에서 매도하려고 할까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만약 3분기, 4분기, 내년까지 통할 엄청난 상품 덕분에 실적이 좋아졌다면 사람들은 더 사고 싶어하겠죠. 반면 2분기까지만 좋고 당장 3분기부터는 특별한 성장 동력이 없다면 사람들은 더 보유하기보다는 바로 팔아 이익을 남기려고 할 것입니다.

주식은 1602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서 시작됐습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지분을 쪼개 여러 명에게 나눠준 후 이 분배율대로 향후 이익을 나눠 갖겠다는 약속에서부터 주식은 시작됐습니다.

그러고 보면 주식의 역사는 400년 정도 된 셈이네요. 이 기간 동안 주식과 관련한 수많은 투자이론과 학설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 중에서도 너무나 평범하지만 변치 않는 이론은 “대중이 사면 오르고, 팔면 내린다”는 것입니다.

주식이란 기본적으로 승자의 득점(이익)과 패자의 실점(손실) 합계가 0이 되는 제로섬(zero sum)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주식을 싸게 살려면 싸게 팔려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비싸게 팔려면 비싸게 사주려는 사람이 나타나야 거래가 성립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우린 항상 사람들은 어떤 주식을 사고(팔고) 싶어할까와 어떤 상황에서 주식을 사고(팔고) 싶어할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게 바로 주식 공부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대전제이고, 이걸 정확하게 깨달아야 차트 공부도 할 수 있고, 재무분석도 하고, 가치투자와 장기투자도 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지에서는 ‘사람들은 어떤 주식을 살까(팔까)’와 ‘어떤 상황에서 주식을 살까(팔까)’라는 2가지 문제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80% 정도 맞아떨어지는 ‘기본 공식’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 꼭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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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진 경제 칼럼니스트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기자로 9년 동안 일했다. 2006년 펴낸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로 베스트셀러 저자 반열에 올랐다. '1,013통의 편지-그리고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작전'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