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애 G20정상회의 준비위원회 대변인

‘주요 20개국 모임’인 G20은 기존 선진국 중심의 G7에 대한민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12개국과 EU를 포함해 1999년에 만들어졌다. ‘G’는 그룹(Group)의 약자로 ‘모임’을 뜻한다. 오는 11월 11~12일 이틀간 열리게 될 제5차 서울 G20정상회의는 G7이 아닌 국가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뜻깊은 행사다.

이 역사적인 자리의 성공적인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손지애 G20정상회의 준비위원회 대변인을 만나 일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G20정상회의가 끝나면 푹 쉬고 싶다던 손 대변인은 인터뷰 3일 뒤 청와대 해외홍보비서관으로 인사 발령이 났다.

손지애 대변인의 첫인상은 예상한 것과 전혀 달랐다. 작은 체구에 다부지고 강인한, 전형적인 커리어우먼을 상상했지만 아니었다. 상당히 서구적인 느낌인 데다 키 170cm에 하이힐까지 신고 있어서 우러러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기자 출신인 만큼 ‘하이 톤’의 강단 있는 말투일 거라는 짐작도 깨졌다. 부드럽고 점잖은 목소리에 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뉴욕타임스, CNN 서울지국장이라는 화려한 이력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그는 2010년 2월 1일부로 대통령 직속 G20정상회의 준비위원회 대변인이 되었다.

“1월 30일까지는 CNN 서울지국장 신분이었고 2월 1일부터 공무원으로 신분이 확 바뀌었죠. 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웃음)”

손 대변인을 따라 들어선 대변인실은 생각보다 아담했다. 우선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G20정상회의 일정표가 한눈에 들어왔다. 올 초부터 시작된 수많은 국내외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책장에 걸려 있는 온갖 기자 출입증도 눈에 띄었다. 딱 보기에도 수십 개였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했다. 25년 차 대선배와의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딱 정해진 꿈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추구
올 초, 그는 ‘이제 할 만큼 했다’는 생각과 함께 답답함을 느꼈다고 한다.

“CNN에서 주된 업무는 북한 취재였는데 갈수록 답답했어요. 북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느낄 거예요. 북한은 변하지 않고 늘 똑같거든요. 거기서 벗어나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죠.”

그런데다 예전부터 막연하게 40대는 그동안 배운 것들을 돌려주는, 큰 뜻을 위해 사용하는 그런 시절이 되길 바랐다.

“그래서 대학에 강의를 나가기 시작했죠. 학생들에게 여태껏 배운 것들을 알려줄 수 있잖아요. 그러던 중 G20에서 제의가 들어와 대변인직을 맡게 된 거예요. 나라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 말이죠.”

어린 시절에도, 대학 다닐 때도 ‘무엇이 돼야지’보다는 이것저것 경험하면서 ‘이건 아니구나’를 느끼고 싶었다고.

“대학 다니면서 많은 것을 경험했어요. 책을 좋아해서 원서로 토의하는 모임에도 참석하고 외교관이 돼볼까 하고 외시 관련 책을 사놓기도 했어요. 그런데 즐거운 대학 시절에 외시 공부만 하기엔 억울하더라고요.(웃음)”

책과 영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직업을 찾다 보니 ‘기자’라는 결론이 났다. 대학 3, 4학년 영자신문반에서 활동할 때 담당 교수의 소개로 영어 잡지사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 자연스레 취직까지 연결됐다. 4학년 2학기엔 취업한 거나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새로운 세계에 뛰어드는 건 이번이 마지막?

그렇게 첫 직장에서 7년간 일한 그는 취재부장 자리까지 올랐지만(서른 즈음이었다) 안주하는 자신을 느끼고 외신으로 눈을 돌렸다. 괜찮은 기사들을 골라 뉴욕타임스, LA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쟁쟁한 외국 언론사에 보냈고 마침 뉴욕타임스에 자리가 생겨 서울특파원으로 일했다. 그때가 1990년대 초반, 1차 핵위기 당시여서 핵 전문가가 되다시피 일했다고 한다. 그러다 CNN에 들어갔다.

“CNN에 가게 됐을 때 뭐랄까… 큰 감흥은 없었어요. 사실 펜 기자와 방송 기자가 많이 다르잖아요. 뉴욕타임스 발행인이 30대 초반의 젊은 유태인이었는데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 ‘진정한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지 않았느냐. 왜 CNN에 가려고 하느냐’고 묻더군요.”

우연히 뉴욕타임스 발행인과 CNN 임원을 함께 헬리콥터에 태워 DMZ를 보여주게 됐는데 뉴욕타임스 측은 CNN 측과 함께 있는 것조차 불쾌해했을 정도라고.

CNN 지국장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아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현장을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하니 큰 설렘이 없었을 법도 하다. 그렇게 잡지사에서 10년, CNN에서 15년이 흘렀다.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냐고요? 원대한 계획 하에서는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좀 더 크고 싶은 욕심도 어느 정도 채워진 것 같고. 마지막 직장은 아니지만 이렇게 새로운 세계에 뛰어드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까 싶어요. 북한 얘기만 하다가 글로벌 경제, 금융 등에 대해 얘기하니까 재미있고, 전혀 새로운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고 있죠.”
자녀가 셋, 슈퍼우먼으로 사는 비결은 바로 ‘가족’

욕심이 많아서 대학교 때 공부, 사회활동, 연애 등 남들이 하는 것은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손 대변인은 절절한 연애를 시작해 단식투쟁하면서 결혼에도 성공했다.

“대학 시절 별명이 호박씨였어요.(웃음) 안 그럴 것 같은데 할 거 다 했거든요. 하고 싶은 게 많으니까. 애들도 갖고 싶었고 엄마가 돼서 부모님의 마음도 알고 싶었고요.”

그렇게 해서 딸 셋(첫째 대학 3, 둘째 초등 5, 막내 초등 3), 남편(첫 직장에서 사내 연애한 기자 커플이다)과 함께 시부모를 모시고 어언 22년째 시집살이를 하고 있다며 웃었다.

“시부모님이 굉장히 현실적이세요. 능력 있고 일할 수 있으면 당연히 일을 해야 한다 생각하세요. 슈퍼우먼의 비결이라면, 바로 가족의 협조와 지원이죠. 가족에게 참 고마워요.”

그는 후배들에게 “모든 것이 완벽하게 되는 법은 없다. 완벽하지 않다고 안 될 것도 없다”고 누누이 말한다. 뒷받침이 없어도 해야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방법은 찾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제 경우에는 그 방법이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이었고, 나름 희생을 하지만 그만큼 보답이 오더라는 거예요. 모든 것은 주고받기 마련이죠. 내 조건이 완벽하게 되길 기다리다가는 아무것도 못해요.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 자기 노력과 희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세 아이를 임신한 동안 입덧이 매우 심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얻은 아이들이라 더 소중하다는 것이다. ‘뭐든지 소중해지려면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한다. 노력하지 않고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세 아이를 통해 얻은 교훈이다.
20대는 내 안에 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여야

기라성 같은 직장을 거쳐 온 그에게 이 시대 취업준비생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니 조심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내 안의 소릴 듣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사람들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걸 좇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못 좇다 보니 불행해지잖아요. 이런 얘길 하면서도 사실 많이 조심스러워요. 제가 면접 수십 번 떨어져봤어야 제 말이 들릴 텐데…….”

그는 “정답은 다 내 안에 있는데 그 목소리를 듣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 시끄럽다”고 했다. 이게 좋다 저게 좋다 주위의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내면의 소릴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직장이든 공부든 연애든 모든 일에서 가장 핵심은 나 자신에게 무엇이 잘 맞는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에요. 많은 사람이 저의 CNN 타이틀을 부러워했어요. 하지만 그분들이 과연 CNN 기자가 되면 행복하게 살까요? 그걸 잘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죠.”

큰딸이 대학 3학년이라 남 일이 아닌 듯했다. 하지만 그는 걱정하지 않는단다. 다행히 자기만의 목소릴 좇아가는 것 같으니, 그 길을 잘 가도록 옆에서 도와줄 거라고 했다. 슈퍼우먼 대변인이 ‘가정이라는 토끼’까지 붙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진하게 느껴졌다.

인터뷰를 다녀오고 기사를 마무리할 무렵, 손지애 대변인의 청와대 해외홍보비서관으로의 인사 발령 소식이 전해졌다. 물론 해외홍보비서관 임명 후에도 G20정상회의 대변인직을 계속 맡는다고 한다. G20정상회의 이후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본인도 궁금하다던 그의 행보가 그렇게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정말 슈퍼우먼이 아닐까.


손지애

1963년 생
1981. 3~1985. 3 이화여대 정치외교학 학사
2009. 9~현재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저널리즘 석사과정 재학
1985. 3~1992 비즈니스 코리아 취재기자, 취재부장
1992. 1~1995. 7 뉴욕타임스 서울특파원
1995. 7. 1~2010. 1. 30 CNN 서울지국장, 특파원
2004~2005 서울외신기자 클럽 19, 20대 회장
2007. 3~2010. 1 이화여대 언론홍보과 겸임교수
2010. 2~현재 대통령 직속 G20정상회의 준비위원회 대변인
청와대 해외홍보비서관

수상

2009년 사단법인 한국언론인연합회 참언론인상 특별상
2004년 이화여대 이화언론인상


한상미 기자 hsm@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