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화제의 인물 인터뷰-당신은 왜?

[대학생 기자가 간다] 마술·밴드·다이빙 하는 의대생 이채진
‘엄친아’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일단 ‘주는 것 없이 밉상’이라는 것 아닐까. 그러나 항상 예외는 존재한다. 충북대 의예과에 재학 중인 이채진 씨가 그렇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경력에 온갖 특기·취미 생활을 하며 주변의 기를 꺾지만, 엄친아 포스가 아닌 인간적인 냄새를 폴폴 풍기는 특이한 케이스다.

그가 가진 특기는 열 손가락이 모자랄 만큼 많다. 첫 번째는 마술. 마술을 하느라 대학 진학이 늦어졌을 정도로 푹 빠진 적이 있다. 실력도 수준급이다. 록밴드, 스킨스쿠버다이빙 등도 그의 활동 영역.

그 어렵다는 의대 공부를 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촉수를 드리운 욕심쟁이인 셈이다. 학업에 전념하기 위해 최근 마술용 비둘기를 모두 분양했다며 안타까워하는 그를 만나 ‘당신은 왜?’라는 물음표를 꺼냈다.

의대 공부를 하면서 밴드, 마술까지 하는 이유는?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마술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아무리 많아도 한 달에 한두 번이에요. 나머지 28일은 온전히 학업에 충실할 수 있다는 의미죠. 좋아하는 일로 봉사를 하기 때문에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밴드 활동은 잠깐 그만둔 상태입니다. 시간 맞춰서 연습하고 공연까지 하려니 몸이 남아나질 않아서요.

왜 의대에 진학했나요?

남들보다 늦게 대학에 진학했어요(1982년 생인 그는 2009학번이다). 마술이 아니라 공부를 했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었겠죠. 대학에 가려고 공부를 시작했을 때, 생물 과목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어요.

인체의 조화로움에 놀라고, 특히 소화기관을 공부할 때는 전율을 느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물 관련 학과를 지망했고, 결국 의대로 진학한 겁니다.

당신은 욕심쟁이인가요?

그냥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건데요? 흥미로운 일을 전부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건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서면 계획을 세워서 하나씩 실천해 나가려고 해요.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나중에 하자’고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결국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죠. 솔직히 계획은 많이 세우지만 행동으로 전부 옮기지는 못해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작년에 태권도 5단을 땄어야 하거든요.

‘한 우물을 파지 못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린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평가한다면 할 말이 없죠.(웃음) 다만 여러 개의 우물을 파는 게 잘못된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떤 우물은 물이 샘솟는 수맥이 아니었지만 파는 것만으로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잖아요? 재능이나 적성에 맞지 않더라도 취미로 남을 수 있는 거죠.

직업을 정할 때는 재능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취미는 자기만족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재능과 별 상관이 없어요. 여러 우물을 파는 건 내 수맥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최종 목표는 뭔가요?

부모님이 항상 제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서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받은 무한한 사랑을 부모님과 세상에 돌려드리는 것이 저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훗날 생명을 살리는 의사로, 마술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사는 게 제 꿈이에요.

김경림 대학생 기자(서울여대 사학과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