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채용시장 키워드는 인턴십이다. 삼성, SK, 신세계 등 대기업을 필두로 채용 연계 인턴십이 확산되고 있다. 일단 일을 시켜보고 직무 능력, 인성 등을 검증한 다음 정규직 신입사원으로 뽑는 게 핵심이다.

중소기업들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인턴십 프로그램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취업 준비의 ABC도 바뀌고 있다. 취업 전문가들은 채용시장 트렌드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이, 왜,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취업 준비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5명의 취업 전문가가 짚어주는 올 하반기 채용시장의 핵심 트렌드와 취업 성공을 위한 도움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하반기 취업문 뚫는 일곱 가지 필살기] 승부처는 인턴십…취업 준비 ABC 바꿔라
올 하반기 채용시장은 예년에 비해 훈기가 돌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투자의 일환으로 채용 인원을 늘려 잡고 있기 때문이다. 경총 조사에 따르면 금융(14.6% 증가), 전기·전자(8.9% 증가) 등의 업종에서 하반기 채용을 늘릴 계획이다. 또 유통 및 소비재 산업의 회복세도 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나 유럽 경기 하락의 영향을 받는 외국계 기업들은 예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줄이는 곳이 적지 않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섣불리 채용을 늘릴 수 없는 까닭이다.

결국 전체 시장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은 셈이다. 더구나 금융, 전기·전자의 채용 증가폭에는 경력직이 포함돼 있다. 신입 채용만 따지면 오히려 위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준성 연세대 직업평론가는 “경력자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어 신입 채용은 상대적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경기가 다소 풀린다 해도 취업문은 여전히 좁디좁다는 것이다.
[하반기 취업문 뚫는 일곱 가지 필살기] 승부처는 인턴십…취업 준비 ABC 바꿔라
신입사원 되려면 인턴십부터 뽀개라

이럴 때일수록 창과 방패를 점검하고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 특히 기업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인턴십 확대에 나서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반기 취업 준비는 인턴십 제도 꿰뚫기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우곤 이우곤HR연구소장은 “인턴십은 정규직으로 가는 시험의 장이 되고 있다”면서 “향후 채용 프로세스의 확실한 대세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턴십은 취업준비생 입장에선 위험 부담이 큰 제도다. 인턴십 후 정규직 입사에 실패하면 심리적·시간적 피해가 막대하다. 다른 기업에 지원할 경우 그 전력이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시간 낭비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취업 면접 비법’ 저자 김준영 씨는 “기업에선 인턴십만큼 좋은 채용 방법이 없지만, 지원자 입장은 그렇지 않다”면서 “인턴십 합격-정규직 전환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실패를 겪지 않으려면 지원 전 직무 자신감, 인간관계, 업무 처리 능력 등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스펙에 대한 ‘맹신’도 사라지는 추세다. 이우곤 소장은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 속도의 시대가 열렸다”면서 “기업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경험 많은 인재를 원한다”고 말했다. 즉, 영어 점수가 높은 사람이 아닌, 외국인을 빨리 친구로 사귀는 사람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선발 기준’에도 적용되고 있다. 과거의 인사 정책이 ‘선 선발, 후 교육’이었다면 이제는 ‘적합한 인재(right people) 선발을 통한 조기 성과 창출’로 바뀌는 추세다.

박원철 취업 컨설턴트는 “글로벌 기업의 인사제도를 벤치마킹해 ‘직무 기반 인사제도’를 설계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겉으로 보이는 스펙보다 ‘역량(competency)’에 무게를 두는 선발방식인 만큼 취업준비생들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취업문 뚫는 일곱 가지 필살기] 승부처는 인턴십…취업 준비 ABC 바꿔라
★ 필살기 1 인턴십 기회를 잡아라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는 가장 빠르고 안전한 교통편부터 확보해야 한다. 하반기 채용시장에선 인턴십이 가장 빠르고 안전하다. 기회도 많아지고 있다.

인턴 선발은 기존 정규직 공채에 비해 조금 ‘느슨’한 게 사실이다. 최종 선발인원의 2~3배수를 뽑는 경우가 많아 합격 통보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정규직 신입으로 선발되지 못하면 인턴으로 일한 시간만큼 손해를 보는 것은 물론 적지 않은 심적 고통도 감수해야 한다. 인턴십 기간 전체가 면접 시험이라는 생각으로 임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 필살기 2 스펙 준비가 아닌 취업 준비를 하라

9~10월 공채를 코앞에 둔 당신,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아직까지 토익 점수와 씨름 중인가? 자기소개서 문장 한 줄에 집착하고 있나?

만약 뜨끔했다면 당신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취업 준비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더구나 최근 기업들은 스펙보다 역량에 무게중심을 두기 시작했다. 왜 이 직무에 지원하는지, 직무 역량을 얼마나 갖췄는지, 평소 인간관계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점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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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살기 3 적합한 인재(right people)임을 알려라

채용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체 임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우리 회사에 적합한, 도움이 되는 인재를 뽑아라”이다.

이 당연한 말을 간과하는 취업준비생이 많다. 일꾼을 뽑는 기업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채용 전형의 전 과정을 자기 자랑의 시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런 사람을 본 면접관은 필시 이렇게 말한다. “저 친구는 잘나긴 한데 우리 회사에는 맞지 않는군.”

중요한 것은 ‘적합성’이라는 사실, 늘 기억해야 한다.

★ 필살기 4 해외시장 동향을 살펴라

한국 기업의 절대 다수가 수출로 먹고 산다. 해외시장 동향에 늘 민감할 수밖에 없다. 또 해외 영업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글로벌 마인드를 중요시한다.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탈락시킨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돌아가는 만큼 국내·해외 시장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따라서 관련 기업 지원자라면 늘 안테나를 세우고 정보와 동향을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는 벼락치기로는 불가능한 준비다.
[하반기 취업문 뚫는 일곱 가지 필살기] 승부처는 인턴십…취업 준비 ABC 바꿔라
★ 필살기 5 ‘킬러 콘텐츠’를 갖춰라

‘나만의 차별화 전략’이 있는가?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독특한 콘텐츠를 가졌는가?

누구나 입사를 원하는 기업에는 최고의 스펙을 지닌 취업준비생이 몰린다. 이들에게 스펙 경쟁은 의미가 없다. 인사담당자 역시 좋은 스펙에 둔감하다.

이 경우 남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할 무기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그런 스펙을 가진 범상한 지원자로 분류되기 십상이다. 경쟁자가 사용할 수를 읽고, 그것을 뛰어넘는 방법을 찾는다면 금상첨화. 입사 시험은 상대평가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 필살기 6 소셜 네트워크에 적극 참여하라

직장인의 사고와 대학생의 사고는 많이 다르다. 조직의 성과 창출을 위해 일하는 비즈니스맨과 이론만 배운 학생의 차이다. 면접장에서 대학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적인 답변을 늘어놓는 지원자와 조직의 문화를 알고 현실적인 답변을 한 지원자가 있다고 하자. 면접관의 관심이 누구에게로 갈까.

이런 소양은 직장인과의 교류, 다양한 분야 종사자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자연스레 다져진다. 또 링크드인(www.linkedin.com),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인재를 검증하고 발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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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살기 7 기업이 말하는 ‘인재상’ 믿지 마라

‘학벌, 나이, 성별의 제한 없는 열린 채용’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사고를 가진 미래형 인재’ ‘도전 정신과 열정으로 뭉친 파이어니어’….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국내 기업이 내세우는 인재상은 사실 거기서 거기다. 비슷한 단어와 표현이 많아서 비슷한 인재를 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취업 전문가들은 “보수적인 인사 정책을 가진 기업이 절대 다수라는 걸 잊지 말라”고 말한다. 인재상에 밝힌 대로 ‘앞서가는 인재’를 뽑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 혼자 앞서가기보다 함께 가는 인재를 더 선호한다는 이야기다.
[하반기 취업문 뚫는 일곱 가지 필살기] 승부처는 인턴십…취업 준비 ABC 바꿔라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 여주인공 세진의 취업 여정

“춤 춰보세요” 황당 면접에 임하는 당신의 자세는?
[하반기 취업문 뚫는 일곱 가지 필살기] 승부처는 인턴십…취업 준비 ABC 바꿔라
지방대에서 전산을 공부한 세진.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상경했지만 지원서를 넣는 족족 미끄러지고 주머니는 점점 비어간다. 남은 건 깡밖에 없을 즈음, 모처럼 면접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세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이른바 황당 면접. 다짜고짜 춤을 춰보라는 면접관의 요구에 두 눈 질끈 감고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를 부르며 춤을 춘다. 면접관은 키득키득 웃고, 세진은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는다.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여주인공 세진의 아킬레스건은 변변찮은 학벌과 짧은 경력. 그녀가 경험한 면접은 모욕 혹은 성희롱에 가깝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영화에서처럼 춤을 춰보라는 곳은 많지 않을지라도 본질과 상관없는 질문을 던지는 경우는 적지 않다. 정말 채용할 생각이 있어서 면접에 부른 것인지 의심스러운 순간이다.

영화 후반부, 세진은 ‘정상적인 면접’을 볼 기회를 잡는다. 전공 분야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그녀는 누구보다 알차고 창의적인 답변을 한다. 면접관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는다. “왜 그동안 취업을 못했나요?” 세진의 답. “이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인사 정책의 뼈대가 서 있는 기업보다 그렇지 않은 기업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한 취업 전문가는 “300대 기업 가운데 체계적인 채용 시스템을 갖춘 곳은 30% 미만”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제대로 된 면접을 경험하기 어렵다는 뜻.

세진의 취업 여정은 사실성을 바탕으로 했기에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화에서 세진은 원하던 기업에 입사, 원하던 대로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으로 성장한다. 그녀의 성취는 곧 88만 원 세대의 ‘꿈’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