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서바이벌 비법

A기업 구매부서에서 2개월 동안 인턴사원으로 일했던 K씨(여). 똑 부러진 성격에 깔끔한 일처리, 예의바른 태도, 단정한 차림새 등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어 인턴십 기간 내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짧은 시간 동안 팀장의 신뢰까지 얻어 인턴십 종료 후 정규직 신입으로 입사가 확실시됐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정규직 입사에 실패한 것이다. 그녀는 그 충격으로 몇 달째 구직 활동을 접고 두문불출하고 있다. 도대체 왜 골인 지점 바로 앞에서 미끄러진 것일까.

김치성 제닉스취업솔루션 대표는 이 사례를 언급하며 인턴십 기간 중 ‘처세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짧은 기간이나마 조직 생활을 하는 것인 만큼 요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K씨와 비슷한 사례가 아주 많아요. 팀장 평가는 좋았지만 팀원 평가 점수가 낮아 취업이 좌절된 케이스죠. K씨는 업무 시간과 업무 후 시간을 철저히 구분했어요. 회식에 참석하는 대신 영어학원에 갔고, 경조사에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간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기업 문화에선 점수를 따기 힘들지요.”

김 대표는 인턴십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접근하라고 말한다. 인턴십 종료 후 정규직으로 입사하겠다는 목표가 있다면 기업 문화, 업종, 직무 등에 따라 서로 다른 서바이벌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과 중심의 조직이라면 일의 진행 과정과 결과를 명확히 처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숫자로 정리·기억하는 것은 기본이죠. 또 팀원이나 리더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처세술도 필요해요. 이를 위해선 정보망을 구축하는 등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영업 관련 부서나 외국계 기업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면 K씨가 일했던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문화에선 조직의 전통을 중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임직원 수가 적은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 중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 경우 사람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인턴생활을 하는 게 포인트.

보수적인 문화의 공기업이나 대기업에서도 우선순위가 따로 있다.

“출퇴근 시간부터 서식 작성 원칙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내 규칙을 빨리 익혀야 합니다. 또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반복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고, 정해진 일의 순서를 지키는 노력도 필요하죠. 위계질서가 엄격한 만큼 선배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 역시 필수입니다.”

무엇보다 염두에 둘 것은 인턴십 자체를 장기간의 면접이라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 다소 ‘잔인한(?)’ 현실이긴 하지만 밥 먹고, 차 마시고, 술 마시는 시간에도 면접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또 대기업 중심으로 역량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논리적 사고에 기반한 문제해결 능력이 기본으로 요구된다.

“정규직 전환 비율이 낮은 기업에서 인턴십을 한다면, 그 기간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뿜어낸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아서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다면 두 달 정도의 기간은 허송세월이나 다름없게 돼요. 심리적 상처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턴십을 통한 채용은 이제 대세가 되고 있다. 이왕 인턴십에 참여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게 인지상정. 결국 기업이 원하는 직장생활 태도와 성과 창출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게 최고의 서바이벌 비법인 셈이다.
[전문가 집중 코치] 기업 문화·업종·직무별로 ‘처세술’ 다르다
김치성 제닉스취업솔루션 대표

● 아데코그룹코리아 책임 컨설턴트
● 직업상담사(노동부)
● 이화여대 취업 전문위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