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유메디칼시스템 신승우 연구원

[이래서 중소기업 택했다] “꿈 펼치기에 이만한 곳 없어요”
“가끔 친구들이 농담 삼아 놀리기도 합니다. 너 혼자 원주에서 뭐하냐고요. 그럴 땐 그냥 웃어넘기고 말지요. 그래도 제가 선택한 길인 만큼 후회는 없어요.”

강원도 원주에 있는 의료메디컬기업 씨유메디칼시스템에서 근무하는 신승우 연구원은 친구들 사이에서 ‘별종’으로 통한다.

신 연구원은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성장한 서울 ‘토박이’다. 대학은 안산에 있는 한국산업기술대를 졸업했다. 그의 직장이 있는 원주에는 아무런 연고가 없다. 가까운 친척도 없을뿐더러 대학 시절 이쪽으로 놀러온 기억조차 없다.

그런 그가 친구들에게 ‘별종’으로 불리면서까지 이곳 원주에 터를 잡은 것은 오로지 직장 때문이다. 메카트로닉스 공학을 전공한 신 연구원은 어려서부터 뭐든지 만들어보고 부수고 다시 조립하고 연구하는 걸 좋아했다.

대학 때는 로봇동아리 회장을 맡기도 했다. 친구들과 진로를 놓고 고민하던 그는 지난해 9월 마음을 정하고 이곳의 씨유메디칼시스템으로 방향을 잡았다.

“같은 대학 출신 친구들 중에서 GS나 삼성, STX 등 대기업으로 취업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장담할 순 없지만 저도 대기업 쪽으로 가려고 했으면 갈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제가 원하는 연구도 마음껏 할 수 있고 동료, 선후배들을 통해 다양한 일을 배울 수 있는 씨유메디칼시스템 같은 중소기업이 제 꿈을 펼치기에 더 적합한 공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그렇게 마음을 정하니까 지역이 원주라는 것은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더군요.”

그가 굳이 대기업을 마다하고(?) 중소기업을 선택한 데는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나 선배들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던 게 큰 계기가 됐다.

“대학 시절 전공도 연구 쪽이었지만 어려서부터 워낙 이쪽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나 선배들을 보니까 연구 쪽에만 전념하는 분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대부분 관리 업무를 보는 겁니다. 물론 그쪽이 연구보다 적성에 맞으면 상관이 없겠지만 저는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 연구원은 중소기업의 ‘장점’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모두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대기업에 계시는 분들은 보통 전문화되고 분업화된 자신의 일만 합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이 맡은 분야 외의 일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요. 그런데 씨유메디칼시스템 같은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합니다. 저도 신분은 연구원이지만 연구만 하는 건 아닙니다. 제품 연구는 물론 기획, 생산, 유통 등 회사가 돌아가는 전반적인 사정을 웬만큼 파악하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하는 것보다 회사의 전체적인 시스템을 이해하고 일하는 것, 스스로 일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신 연구원은 현재 회사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38평형 아파트에서 5명이 함께 지내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주말이면 서울 집으로 가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영동고속도로가 막히지 않으면 원주에서 서울까지 자가용으로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심리적 부담도 크지 않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지만 어려움도 없지 않다. 연구직의 특성상 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 하기 때문에 밤 10시 이전에 기숙사로 들어간 기억이 거의 없다.

“몸이 좀 힘든 건 사실이지만 이런 것 모두 제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마음속에선 투지와 용기가 불끈불끈 솟아오릅니다.

제가 이곳에서 계속 근무할지도, 앞으로 무엇을 선택할지도 장담할 수 없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의 경험이 장차 제 삶과 인생에서 선택의 폭을 확실히 넓혀줄 것이라는 점입니다.”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들보다 급여나 복지 면에서 뒤떨어지는 것에 대해 불만은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직원 후생복지에 관한 한 씨유메디칼시스템이 대기업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연봉은 당연히 대기업이 이곳보다 많겠죠. 그런데 전 아직 젊습니다. 돈이야 나중에 더 벌면 되죠. 대신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젊은 시절에 하나라도 더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래서 중소기업 택했다] “꿈 펼치기에 이만한 곳 없어요”
씨유메디칼시스템에 지난 2005년 입사한 최양이 씨도 직원 복지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최 씨는 “회사에서 동호회 활동을 많이 지원해주고 있는데 특히 볼링과 골프 동호회가 인기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회사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여 씨유메디칼시스템에 들어온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청년 실업이 화두가 돼버린 요즘이지만 여전히 대학생들은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을 선호한다. 보다 안정적인 데다 급여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대기업에 들어가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구직자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신 연구원은 말한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명함이나 타이틀에 얽매여 대기업을 원하는 친구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 ‘나 이런 대기업에 다녀요’ 하는 자기과시욕을 가진 사람들도 있는 것 같고요.

하지만 그것보다 자신이 진짜 좋아하고 능력을 100% 이상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서 그 속에 자신을 던져보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씨유메디칼시스템은 어떤 회사?

씨유메디칼시스템은 응급의료장비인 심장충격기와 휴대용 심전계를 개발하는 첨단의료벤처기업이다. 세계적으로 심장충격기 원천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 스위스, 독일, 노르웨이, 스페인, 한국 등 6개국에 불과하다.

그만큼 기술 장벽이 높으며 부가가치가 높은 차세대 제품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씨유메디칼시스템이 유일하게 심장충격기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70여 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 필립스, 메드트로닉 같은 세계적 의료기업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고 있다. 지난해 13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18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심장충격기란 쉽게 말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에 대처할 수 있는 응급 의료기기다. 이 회사의 이수랑 상무는 “몇 해 전 야구장에서 롯데자이언츠의 임수혁 선수가 갑자기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가 된 일이 있었죠. 결국 얼마 전 고인이 되고 말았지만 당시 현장에 심장충격기만 제대로 갖춰져 있었어도 안타까운 죽음은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씨유메디칼의 ‘씨유(CU)’는 ‘순환과 화합’ 나아가 ‘구성원의 소중함’이라는 의미를 담은 ‘서클 유닛(Circle Unit)’의 약자다. 좁게는 회사 조직원, 넓게는 사회 전체의 모든 구성원이 화합하고 살아가는 것이 소중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재창 기자 changs@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