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T파트너스 박수근 대표 “모바일 시대엔 첫 화면 잡는 회사가 큰 가치 만들어 낼 거예요”

스마트폰 첫 화면에 광고나 콘텐츠를 띄우고, 잠금 해제할 때마다 차곡차곡 적립금을 쌓을 수 있는 앱 ‘캐시슬라이드’. 쌓인 적립금으로는 휴대폰 요금도 할인받고,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도 마시고, 편의점에서 라면도 사먹을 수 있는 신통방통한 앱이다. 캐시슬라이드는 서비스 개시 2년 만에 가입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며 높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캐시슬라이드의 인기만큼 NBT파트너스 박수근 대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대박 앱을 만든 사람이 스물아홉의 청년 CEO이니 말이다.
[멘토링 인터뷰] 고액 연봉 버리고 옥탑방에서 만든 ‘캐시슬라이드’
얼마 전에 휴가를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2주 전에 다녀왔어요. 창업하고 2년 동안 한 번도 휴가를 못 갔거든요. 창업하기 전에는 몸무게가 70㎏이었는데, 일하면서 살이 많이 쪘어요. 제주도는 살 빼러 간 거예요.(웃음) 2주 동안 올레길만 실컷 걷다가 왔죠.


캐시슬라이드 가입자가 최근 1000만 명을 넘었더라고요. 2년 만에 이 정도의 성장을 하려면 휴가도 몽땅 반납해야 하는군요.
서비스 론칭 1주일 전에는 아예 집에 못 갔어요. 론칭 후에도 한동안 1주일에 한두 번밖에 못 갔고요. 창업자들 모두 마찬가지였죠. 낮에는 미팅 다니고 저녁때는 미팅 내용을 공유한 뒤, 밤새 개발 작업이 이어졌죠. 남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이뤄지는 일들을 빠른 사이클로 움직이려니 좀 힘이 들었어요.
[멘토링 인터뷰] 고액 연봉 버리고 옥탑방에서 만든 ‘캐시슬라이드’
요즘은 다양한 리워드 앱이 많더라고요. 캐시슬라이드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리워드 앱을 별도로 실행시킨 후 광고를 보고 퀴즈를 푸는 등의 번거로움을 없앤 것이 가장 큰 차이죠. 사용자 입장에선 첫 화면에서 유용한 콘텐츠를 보고 적립금도 쌓으니 좋고, 광고주 입장에선 주목도가 높은 모바일 첫 화면 전체를 통해 자신을 알릴 수 있어 효과가 높아요.


4명이 공동 창업을 한 걸로 알고 있어요. 그중 두 분은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근무할 때 만났다고 하던데요. 잘나가는 회사는 왜 갑자기 그만두고 창업을 결심했나요?
대학 졸업 후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어요. 그때 만난 선배 2명과 KAIST 다니던 개발자 등 4명이 뜻을 모아 창업을 했죠. 사실 저는 학생 때부터 창업에 대한 관심이 컸고, 벤처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좋은 회사에 입사하긴 했지만 근무를 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역량이 생각보다 의미 있게 쓰이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기존 시장에 이미 자리 잡은 큰 조직들에서는 개인의 역량을 완전히 발휘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거죠.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고요.


높은 연봉을 버리고 나와야 하는데, 아쉽지는 않았나요?
아깝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하지만 도전해볼 수 있는 시기는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시기를 가치 있게 쓰는 것에 더 의의를 뒀죠.


당시 창업자들의 나이가 20대, 30대 초반이었죠. 사회초년생들이 모여 창업한 회사이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겠어요.
퇴직금 모으고, 차까지 팔아서 창업 자본금을 마련하고 월세로 옥탑방을 구해 시작했어요. 사실 저희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서 그것을 구현하려고 회사를 만든 게 아니라, 정확히 뭘 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이 일단 모였던 거거든요. 막막한 과정이었죠. 주변에서는 미친 짓이라고 걱정도 많았고요.


캐시슬라이드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요?
개발을 책임진 곽근봉 CTO가 스마트폰 잠금 화면을 활용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죠. 사람들이 수시로 접하는 곳인데도 너무 방치돼 있다면서요. 이 공간이 광고판도 될 수 있고, 신문도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죠. 아이디어 나온 지 1주일 만에 몰아치듯 개발했습니다.
[멘토링 인터뷰] 고액 연봉 버리고 옥탑방에서 만든 ‘캐시슬라이드’
캐시슬라이드로 한 달에 얼마 정도 모으세요?
전 해비유저라서 한 달에 5000원에서 6000원 정도 모으는 것 같아요. 적립금은 일부러 다양하게 사용해보는 편인데, 요즘은 주로 기부하는 데 사용해요.
[멘토링 인터뷰] 고액 연봉 버리고 옥탑방에서 만든 ‘캐시슬라이드’
4명으로 시작한 회사가 이제는 60명의 직원들이 일하는 회사로 성장했어요. NBT파트너스는 기업 문화도 좋다던데요.
원거리 출퇴근자들을 위해 기숙사 지원제도를 운영 중이에요. 정규직 직원 3명 이상이 신청할 경우, 회사 인근(강남구)에 숙소를 마련해주고 임차 비용과 관리비까지 회사에서 부담해주죠. 타 회사에 비해 연차 쌓이는 속도도 빨라요. 연차에 따라 휴가 일수도 대폭 증가하고요. 사내 교육도 활발하죠. 모든 직원들의 개인적인 발전을 위해 각 분야의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날리지 샤워(Knowledge Shower)’란 학습지원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어요.


대학생을 위해 강연도 하시더라고요.
회사에서 방학마다 대학생 마케터를 모집하는데, 선발된 친구들이 모이는 발대식 현장에서 ‘대학 생활 후회 없이 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있어요. 가능하면 자취를 한 번쯤 해보라는 것이나 인턴 생활을 많이 해보라는 조언 등이요.


후회 없는 대학시절을 보내셨나요?
나름대로는 그런 것 같아요. 저는 대학생 때 다양한 활동을 많이 했던 편이에요. 특히 방학 때요. 평소에 하지 않는 다양한 일들을 해보려고 했죠. 예를 들어 무전여행을 떠난다거나 격투기 대회 출전을 목표로 갖는다거나 하는 일들이요. 저는 학생들이 방학 때 자격증을 따거나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은 비추예요. 방학은 학생 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잖아요. 몇 개월의 시간 동안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볼 수 있는 기회니까요.


대학생 때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이 있나요?
대학교 3학년 때 모바일 쿠폰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에서 일한 적이 있어요. 결과적으로는 잘 안 됐지만 많은 것을 배웠고, 실제 제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을 줬던 계기가 됐죠.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고요. 그래서 좋은 사람도 필요하고 철저한 준비 경험도 필요하겠다고 느껴 졸업 후 바로 스타트업을 시작하지 않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 경험을 쌓은 것이기도 하고요.


요즘 창업에 관심 갖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창업 전에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하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성공적인 케이스도 있지만 사실은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1년에 국내에 창업을 시도하는 팀이 1만 개 정도라고 해요. 그중에서 1000개 정도가 팀을 세팅하고 법인을 설립할 수 있고, 또 그중에서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는 팀은 100여 개에 불과하죠. 그리고 시장의 반응을 얻고 투자 유치를 받는 기업은 10개 정도 뿐이에요. 어렵고 실패 가능성이 높은 일이죠. 충분히 고민하고 철저히 준비한다면 실패하더라도 후회가 적을 거라 생각돼요.


앞으로의 계획은?
캐시슬라이드는 스마트폰 첫 화면을 중심으로 다양한 혜택과 가치를 전하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내놓을 계획이에요. 유선 인터넷 시대에 브라우저 첫 페이지를 잡은 네이버나 구글 같은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했다면, 모바일 시대에는 첫 화면을 잡는 회사가 큰 가치를 만들어 내리라 생각하죠. 궁극적으로는 모바일 시대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글 박해나 기자 I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