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의 퀴어 문화
![[이슈체크]우리 여기 있습니다 커밍아웃! 동성애 동아리](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AD.25672980.1.jpg)
서러운 과거를 정리(?)하고 영화제, 문화제를 개최하며 존재를 알리고 있는 캠퍼스의 동성애 동아리를 만났다.
이화여대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
이화여대의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이하 변날)는 2001년 레즈비언 인권 모임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2002년 자취 단위로 인준을 받아 2003년부터 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일반 성 소수자 대학 커뮤니티와 달리 변날의 주된 목적은 ‘인권 운동’. 때문에 혹시나 아웃팅을 당하게 될까봐 선뜻 가입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다.
변날은 오프라인으로 매주 세미나와 회의를 진행하며 영화제,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또 온라인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변날이 주최하는 ‘문화제’는 교내 학생들에게도 꽤 인지도가 높다.
고려대 ‘사람과 사람’
‘고려대 게이, 레즈비언 여러분의 졸업과 입학을 축하합니다.’올해 초 고려대 담벼락에 붙은 플래카드의 문구다. 고려대 퀴어 동아리 ‘사람과 사람’에서 졸업·입학 시즌에 맞춰 걸어놓은 것. ‘사람과 사람’은 1995년 9월에 만들어진 고려대의 성 소수자 동아리다. 서울대, 연세대와 함께 ‘동성애자 소식지 1호’를 발간하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해인 1996년에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소식지를 배포하며 학생들에게 동아리의 존재를 알렸다. 현재는 다른 학교 퀴어 동아리와 연합은 물론 한국 사회의 퀴어들을 위해 인권수호 운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중앙대 ‘레인보우 피쉬’
무지개 빛깔로 빛나는 물고기 ‘레인보우 피쉬’. 성 소수자들의 상징인 무지개 색을 가진 ‘레인보우 피쉬’는 중앙대 성 소수자 동아리 이름이기도 하다. ‘레인보우 피쉬가 무지갯빛 비늘을 반짝이며 바다를 헤엄치듯 우리도 세상을 향해 힘 있게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다. 1999년 친목 모임으로 시작해 2001년 본격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LGBT 영화제, 인권 캠프를 주체적으로 개최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학교의 중앙 동아리가 되기 위해서는 동아리원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아직은 자체 동아리로만 운영 중이다.
Interview 연세대 ‘컴투게더’
1995년에 시작된 연세대 성 소수자 동아리 ‘컴투게더’는 연세대 중앙 동아리에 속해 있다. 2주에 한 번씩 모여 다른 학교와 교류도 하고 학기별로 MT를 떠나는 등 다른 동아리와 똑같이 활동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동아리 회장은 있지만 회원 명단은 따로 없다. 아웃팅을 당할 수 있는 위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Q ‘컴투게더’의 시작이 궁금해요.
1995년 4월 1일 소모임으로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게이들만 있었죠. 소모임 활동을 지속하다가 2007년에 중앙 동아리가 됐어요. 그래서 매년 활동비를 받으며 일반 동아리와 똑같이 활동하고 있어요. 성 소수자 동아리가 중앙 동아리로 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동아리의 성격상 익명성이 중요한데 일부 학교에서는 전공, 이름 등을 공개해야 중앙 동아리로 인정해주겠다는 입장이에요. 저희는 다행히 익명성을 보호받았죠.
Q 동아리의 결성 목적은 무엇인가요?
인간적인 특성으로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친목이 목적이에요. 굳이 말하자면 성 소수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편하게 마음 터놓고 있을 만한 안식처를 제공하는 거예요. ‘나와 비슷한 친구를 사귀고 싶다’라든지 ‘연애 이야기를 편하게 하고 싶다’는 분이 많아요. 이성애자 친구들하고 연애 이야기를 하면 거짓말을 해야 해서 불편하거든요. 친구들과 있을 때 답답한 부분들을 동아리에서 해소시키는 거죠.
Q 학교 안에서 동아리를 많이 알고 있나요?
동기들이 우리 동아리를 소재로 농담하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는 아는 것 같아요.
Q 신입 회원은 어떻게 모집하나요?
학기 초에는 다른 동아리처럼 플래카드를 만들어서 걸어요. 또 학교에서 만드는 동아리 책자에 동아리 소개를 하죠. 화장실 같은 곳에 전단지를 붙이기도 해요. 메일 주소를 기재하고 연락을 기다리죠. 그러면 ‘저 이쪽인데 가입할 수 있을까요?’라며 수줍게 메일이 오더라고요.
남자 회장과 여자 부회장이 있는데, 가입 희망자와 일대일로 인터뷰를 해요. 동성을 사귀어 본 경험이나 성 정체성을 자각하게 된 계기를 물어봐요.
Q 다른 학교의 동아리와 교류를 하는지.
친목 위주의 동아리끼리는 교류를 자주 해요. 한양대, 홍익대, 서울시립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울대 등 동아리 회장들의 네트워크가 있어서 행사를 같이 기획하며 친목을 다져요.
Q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차별 금지 법안’과 같은 사건이 터지면 성명서를 내거나 강력하게 대응을 해야 하는데 아웃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속 시원하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죠. 몇 년 사이 새롭게 겪고 있는 문제점은 동아리를 찾는 신입회원 수가 적어지고 있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같은 동성애자라도 알아보기 쉽지 않아서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동아리를 통해 만나곤 했어요. 그런데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앱이 생기면서 굳이 동아리가 아니어도 만나는 일이 쉬워졌어요. 그래서 동아리를 찾지 않는 것이죠.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사회 분위기나 정서가 과거보다 개방적으로 바뀌었잖아요. 동성애자들 스스로 자기부정이 줄다 보니 자신의 이야기를 할 창구의 필요성이 없어진 것 같아요.
Hot Issue
![[이슈체크]우리 여기 있습니다 커밍아웃! 동성애 동아리](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AD.25672981.1.jpg)
스스로를 밝히지 못하던 성 소수자들, 이들을 인정하는 이성애자들이 모두 어우러져 1년에 한 번 2주간 파티를 연다. 2000년부터 14년째 열리고 있는 ‘퀴어문화축제’는 성 소수자들의 가장 큰 행사. 올해는 지난 6월 1일부터 홍익대 앞 걷고싶은거리에서 축제가 진행됐다. 올해 축제에는 동성 커플 김조광수·김승환 커플과 트랜스젠더 하리수,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무대에 올라 성 소수자들을 응원했다.
▶큐이즈 미대 사건
서울대 성 소수자 모임 큐이즈(QIS : Queer In SNU)가 학내에 부착한 홍보 포스터에 한 미대생이 동성애 혐오적인 도장을 찍어 졸업 작품으로 제출한 사건. 서울대 미대는 이를 하나의 예술로 인정하고 졸업을 허가했다. 큐이즈는 학교에서 주운 쓰레기로 화환을 만들어 의견을 표출했다.
▶변날 ‘무지개 걸개’ 사건
이화여대의 레즈비언 인권운동모임인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변날)’가 주최한 레즈비언 문화제 도중 한 기독교 동아리가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걸개’를 훔쳐간 사건. 이 사건이 발생하자 이대 동아리연합회는 각 동아리 대표들을 대상으로 문제를 일으킨 기독교 동아리의 거취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약 70%가 찬성해 문제의 기독교 동아리를 동아리연합회에서 영구 제명했다.
▶웹툰 ‘어서 오세요, 305호에’
네티즌 독자 평점 9.8에 라디오 드라마로 만들어져 연재될 만큼 누리꾼들의 눈길을 끄는 웹툰이다. 웹툰은 20세의 평범한 대학생 ‘김정현’과 범상치 않은 이름의 게이 룸메이트 ‘김호모’를 둘러싼 일상을 그렸다. ‘호모포비아’인 척 살아온 여성 동성애자 ‘오윤아’, 남과 다른 성 정체성으로 방황하다 결국 다른 삶을 선택한 트랜스젠더 ‘정지훈’도 등장한다. 웹툰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성 소수자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글 김은진 인턴 기자·장한별 대학생 기자(단국대 한국어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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