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 4만건, 전년도 대비 13.7%나 증가
피해아동 구제 위한 방안 마련도 시급한 상황

[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 김수지 대학생 기자] #어른들이_미안해. 올해 1월 SNS에는 해시태그 물결이 만들어졌다. 바로 SBS 시사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보도한 ‘정인이 사건’ 때문이다. 생후 7개월, 양부모에게 입양된 정인이는 입양 후 270일 동안 지속적인 학대를 받고 사망했다. 정인이는 소장, 대장 장간막 파열과 췌장 절단, 복강 내 출혈 등으로 인해 사망했다. 며칠 전에는 대전의 한 어린이집 원장이 생후 21개월 된 원아를 발로 밟고 압박하는 등 학대해 숨지게 했다. 코로나19 이후 외부와 단절된 가정 안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아동학대는 어떻게 처벌받을까.
한국미혼모네트워크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학대피해로 입양아동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찰청장에게 공개질의 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한경DB
한국미혼모네트워크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학대피해로 입양아동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찰청장에게 공개질의 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한경DB
코로나19로 가정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아동…어떻게 구출하나
2020년 8월,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2019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약 4만 건으로 전년 대비 13.7% 증가했다. 또한 국제구호 개발 NGO(비정부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은 ‘프로텍트 제너레이션: 코로나19로 아동 삶의 영향’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해 3월 이전까지 평균 8%였던 아동학대 신고 비율이 3~8월 평균 17%로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여러 전문가는 코로나19로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해 아동학대의 비율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아동학대의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지난해 창녕에서 한 부모는 아동을 집안 테라스에 쇠사슬로 묶어 감금했고, 손가락을 지졌다. 200도 이상으로 예열된 글루건을 아동의 발등에 쏘기도 했다. 심각한 학대를 한 계부와 친모는 각각 징역 10년, 7년을 구형받았다. 지난해 기준 아동학대 사망 사건 중 중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단 1건. 처벌의 수위가 낮고 사후관리가 잘되지 않아 사건 발생 빈도가 줄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아동학대 발생 시 신고, 처벌 과정은 어떻게 이뤄질까.

신고가 들어오면, 각 지구대·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현장에 출동한다. 몇몇 사안에 경우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동행하기도 한다. 출동 후 곧바로 제지, 격리, 병원이송 등 응급조치를 하고, 그 이후에는 경찰서 여성수사팀으로 사건을 인계해 수사가 진행된다. 그 이후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통지돼 아동 전문기관 상담원들의 가정 방문을 통해 사후관리가 진행된다.

어린이집, 학교 교사 등 가족 이외의 사람이 아동학대의 가해자인 경우는 일반 형사사건 절차와 동일하게 진행해 사안의 경중에 따라 형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 가해자가 가족, 특히 부모 등 친권자인 경우에는 양상이 달라진다. 학대 피해가 지속해서 발생했을 때, 아동학대 피해 아동이 부모와 분리되는 것을 반대하지 않으면 임시 조치를 통해 아동을 아동학대 쉼터나 보호시설로 옮긴다. 가해자는 아동학대 가해의 경중에 따라 일반형사절차에 따라 형사법원에서 재판을 통해 형사처벌을 받기도 하고 아동학대가 심각하지 않으면 수사 후 가정법원으로 송치되어 상담, 보호관찰 등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아동학대 처벌, 솜방망이로 그치는 이유 있나
부모 등 주 양육자가 가해했을 경우 형사처벌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양육자는 가정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받고, 사건은 종결된다. 이에 대해 김영미 아동학대 국선변호사는 “아이의 주 양육자이기 때문에 결국엔 아이를 아동보호 시설로 영구 격리하지 않는 한 주 양육자 곁으로 돌아가도록(원 가정 복귀)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가정법원의 판결을 통해 주 양육자가 아이를 학대하지 않고 양육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상담과 교육을 통해 양육 태도를 바꾸도록 해보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대당한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 사후관리가 논의되는데, 부모에 대한 정 때문에 부모의 처벌을 원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청와대에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법을 강화하라며 청원을 올렸다. 아동학대 치사죄의 형량은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살인죄의 형량과 비슷하지만, 법정에 아동이 출석하지 않다 보니 부모의 입장에서 사건을 해석해 관대한 처벌이 반복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아동 학대에 대한 법적 대응은 단순히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선진 아동 상담치료사는 이에 대해 “아동들은 신체적 학대와 더불어 정신적 피해까지 얻게 된다”며 “아동학대로 인해 부모와 즉각적으로 분리는 됐지만, 그 분리 이후에는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이 없어서 피해 아동만 힘든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신고 및 학대 판단 건수. 이미지 제작=김수지 대학생 기자
아동학대 신고 및 학대 판단 건수. 이미지 제작=김수지 대학생 기자
피해아동이 가해자 되는 폭력의 되물림까지
아동학대가 가장 좋지 않은 폭력인 이유는 피해자가 정신적·신체적으로 온전히 성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이 치료사는 “아동학대를 당하는 아이 중 힘이 세고, 활동적인 경우 향후 비행 청소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극소수지만 최연소 살인마로 유명한 메리 벨도 아동학대의 피해자였는데 이처럼 늙은 가해자에게 보복하는 살인 및 학대가 대물림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2014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 100명 중 5명이 아동학대의 피해자였다. 피해자가 가해자로서 폭력이 대물림되는 것이다. 아동의 피해는 이뿐만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파악한 피해 아동 1만 명의 특성은 공격성, 폭력 행동 등과 같은 ‘적응 행동 문제’가 전체의 36%로 가장 높았다. 이에 대해 이 치료사는 “가장 가까운 존재인 부모로부터 폭력의 정당성에 대해 학습하게 되어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치료사는 아동학대 피해자가 가장 많이 겪는 질병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선정했다. PTSD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나서 발생하는 다양한 심리적 반응이다. 그는 “피해 아동이 보이는 증세는 우울증, 불안감, 고립감, 자아에 대한 부정적 반응 등이 있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외에도 다양한 정신적 피해를 겪는 아동 환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인이 사건’을 통해 아동학대 관련법이 개정됐다. 3차례나 신고가 들어왔지만, 결국 아이를 죽음까지 이르게 한 ‘정인이 사건’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전담 공무원과 경찰 등이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교육을 확대했다. 또한, 현장 출입확대 등 현장 대응 이행력을 강화했다. 이에 대해 김영미 변호사는 “이제는 바뀐 법이 제대로 적용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며 바뀔 미래를 기대했다.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