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주제로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는 특성 지녀
-중요한 건 ‘차별화’된 콘텐츠 큐레이션 능력

매우 다양한 정보들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요즘. ‘느좋(느낌 좋은)’ ‘감도 높은’ 콘텐츠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발맞춰 인스타그램에도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과거 종이 잡지로만 생각되던 매거진이 인스타그램에서도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짧은 글과 다양한 장르로 양산되는 인스타그램 매거진
2024년 상반기부터 인스타그램에서 하나둘씩 나타난 ‘인스타그램 매거진’은 어느새 20대들을 필두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하나의 문화이자 소비 콘텐츠로서 자리매김했다. 인스타그램 매거진은 간결한 콘텐츠를 선호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5~10페이지 이내로 제작되며 다루는 주제의 경우, 매우 다양하다. 음악ㆍ향수ㆍ영화ㆍ애니메이션ㆍ패션ㆍ문학 등 장르를 가리지 않기에 내 취향에 맞게 골라서 팔로우하고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여러 장르의 인스타그램 매거진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여러 장르의 인스타그램 매거진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 매거진을 3개 이상 팔로우 중인 이지수(23) 씨는 “따로 돈을 낼 필요도 없고 트랜드를 파악해 따라가기 쉽다”고 말했다. 패션 매거진을 좋아하는 김태현(25) 씨 역시, “취향을 파악하고 깊게 파고들기도 좋고 계정에 소개된 옷을 따라 입기도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종이 잡지 시대 저물어…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연결 중시
한국언론진흥재단 잡지산업통계 잡지사업 매출액 추이를 보면 2010년 1조953억 원에서 2021년 6,738억 원으로 4억 가까이 감소했다. 이제는 종이 잡지도 기타 포털에 매거진을 노출하기 쉽지 않다 보니, 해당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이다. 이는 적극적으로 독자층을 발굴해 이들과 소통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유지하고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연결을 중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지우 문화평론가는 기존 매거진이 인스타그램으로 확장하는 이유에 대해 “독자와의 실시간 소통과 트랜드 파악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매거진은 구독료도 필요 없고 내가 좋아하는 분야 계정을 찾아 팔로우만 하면 계속 볼 수 있어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 때문에 타 매체들에 비해 구독자를 확보하기 편리하다. 인스타그램에 ‘매거진’을 검색하면 태그는 40만 개가 넘고 관련 계정은 샐 수 없을 만큼 많다. 주 소비자인 20대의 경우, 단순ㆍ화려한 소비 이미지를 다루던 SNS 패턴에 피로를 느끼고 이슈나 고민거리,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매거진에 관심 갖는다는 분석도 있다.

누구나 만들 수 있어 개인 계정 매거진 양산돼
기존 매거진은 심층 분석과 긴 호흡의 글이 구성 요소였다면, 인스타그램 매거진은 짧은 콘텐츠와 비주얼을 중심으로 한다. 정보의 바다 속에서 특정 관심사에 맞게 이를 수집하고 분류, 구성하는 ‘콘텐츠 큐레이션’ 능력이 중요해진 것이다.

더불어 인스타그램 매거진은 주로 1인 계정이 다수라는 특징을 지닌다. 에디터로 활동하는 이들 중 대다수는 에디터를 본업으로 삼고 있지 않다. 부업의 개념이 강하며 대학생이 직접 계정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소비자를 넘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며 자신만의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다.
‘블라블라 매거진’ 매거진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블라블라 매거진’ 매거진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자신의 생각이 담긴 글을 쓰는 ‘블라블라 매거진’ 운영자 이상준 씨는 많은 행위와 마찬가지로 쓰는 행위가 자연스레 우리의 일상에 녹아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매거진을 만들게 됐다. 작가가 아닌 개인이 직접 쓴 글을 다룬다는 게 특징이다. 한두 달 치의 일정을 미리 계획해 투고자에게 주제에 맞는 글을 부탁하거나 사전 투고 글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이후 글을 퇴고하고 편집한 뒤 이시온 디자이너가 글의 성격에 맞는 표지를 만들어 업로드하고 있다.

도서 큐레이팅 채널 ‘hipster__egg’ 제작자 힙스터 지망생(가명) 씨는 공학을 전공 중인 대학생이다. 평소 독서를 좋아한다는 자신만의 강점을 활용해 타 장르에 비해 비교적 적은 도서 큐레이팅 계정에 뛰어들었다. 평소 생활하면서 늘 다양한 주제에 어울리는 책과 멘트, 디자인 등을 고민하고 기록하며 매일 작업 중이다.
‘hipster__egg’ 매거진을 제작하고 있는 모습=힙스터 지망생 제공
‘hipster__egg’ 매거진을 제작하고 있는 모습=힙스터 지망생 제공
“개성ㆍ정체성 찾고 신뢰할 수 있는 매체가 되는 게 중요”
인스타그램 매거진 운영자들은 모두 입모아 ‘본인만의 개성과 색’인 정체성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블라블라 매거진은 한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자 한글 서체를 활용한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한다. 이 씨는 “좋아요나 조회 수에 혈안이 돼 양산형 콘텐츠를 만드는 건 내가 아닌 타인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며 “획일화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힙스터 지망생도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남이 좋아하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 문화평론가는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는 사회적 흐름에 대해 “디지털 접근성이 높아짐과 함께 시대가 개인의 브랜드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소비자 스스로 SNS 사용을 절제하며 그 안에서 좋은 경험을 누리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인스타그램 매거진이 진정성 있는 콘텐츠 탐색과 생산을 보여줘야 한다”고 전했다. 이렇듯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모두가 창작자인 동시에 독자가 되는 시대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진호 기자/손승현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